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6.25 17:27

하늘 정원에 피는 꽃

조회 수 29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하늘 정원에 피는 꽃 (신안 지도공소 고사마을의 다섯 자매의 삶을 보며 )

1
어느 날
하늘 정원에 꽃들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꽃들을 보려고 거기에 갔습니다.

여름날 강인한 열정으로 피어나는 노랑 나리꽃
순백의 송이로 환하게 웃는 함박꽃
가을 하늘 아래 깨끗하고 수수하게 피는 들국화
보랏빛 눈망울에 맑은 이슬담은 물망초
고사리 손에 핀 빨간 채송화

꽃들은 다투지 않고
저마다의 색깔과 진한 향기로 창조주를 찬미하면서
생명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2
나는 그들의 염원과 진홍의 사랑과 전율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었습니다.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생명의 충일로
마침내 가슴을 쪼개고 마는 석류의 파열 속에
유리를 입힌 듯 반짝이는 붉은 홍옥들의 눈망울을 보았습니다.

3
한 개비 성냥으로 능히
지옥의 불바다를 부를 수 있는 위험한 불씨
죄의 끈질긴 유혹과
목덜미에 휘휘 감기는 고독과 외로움
좌절에 기울었던 그만큼이나
헐벗은 영혼의 추운 눈시울을
따스한 불가에 녹이고 싶은 마음을 보았습니다.

4
사랑하는 건 부끄러운 감정이 아닙니다.
속으로만 삭이던 말을 밖으로 내 보내도 괜찮습니다.
슬픈 여인들의 얘기가 어디 한두 가지에 그치겠습니까?
슬픔속의 종자 같은 그녀들의 내심에 핀 지순한 소망의 꽃잎들
속마음을 비추는 벌거벗은 촛불 앞에
미사가 끝난 후
텅 빈 성당의 쓸쓸한 제대 같은 모습이 고요히 비쳐 오는 시간을 압니다.

5
생명을 낳은 모성이여!
가시덩굴에서 피는 장미를 보십시오.
눈부신 그 기쁨을 보십시오.
빛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기쁨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자유도, 예술심도, 상냥함도, 기도의 말들도
그리고 달과 별들도 친구들도 남아있고
소중한 시간과 여기에 더하여 사랑하는 사람이 남아있습니다.

결코 실망하지 않는 가슴들이여!
밤사이에 떨어지는 나뭇잎의 건조한 작은 음향에도 무심할 수 없는
섬세한 감정의 살결이여!

그대들이 치른 산욕의 수고,
절대의 진통으로부터 하나의 생명을 품어내던 그때
어두운 육체에서 온통 빛투성이의 축복이 커다랗게 소리치던
모성의 영광을 기억하십시오.

6
얼마쯤은 늘 상처 입은 가슴
한 번씩 손이시린 노여움과 덤불이 탈 때 같이
뜨거운 혼란에 휘말리는 그대들의 비애
그대들의 눈물
불면의 밤을 보내던 날
창문을 때리던 빗줄기의 그 사나운 주먹질에도
삶의 애환과 무게를 돌아보게 하지는 않았을까요?
인색한 저울로 사람을 달아 따지는
이반과 몰이해의 사나운 돌팔매들이 부산히 바람을 가르고 다가올 때
아무도 이를 막아줄 방도를 찾을 길 없어
하늘로 두 손을 모으고 기도의 향을 올리던 일을 잊지 마십시오

7
이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옷섶 가득히 가장 맑은 눈물을 담아 보내고
부디 다함없는 축원의 기도를 드리십시오.
자신의 체온으로 얼어붙은 영혼을 녹여주려는 꽃들이여!
주고 또 주어도 매번 줄 것이 모자라는 헌신에의 조바심
동반의 여정에 부축의 손길로
생명을 품어 기르는 그대들이 있어
아직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1 성서에 나오는 부자는 어떤 사람인가? 성서에 나오는 부자는 어떤 사람인가?   예수께서는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편이 훨씬 더 쉬울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1 이마르첼리노M 2022.08.16 322
130 의존의 진리는 연결 의존의 진리는 연결 창조주의 사랑에 의존했던 내가 의존에서 벗어나려 반항하다가 자만이 저지른 단절의 죄,   하느님으로부터 소외되고 너로부터 소... 1 이마르첼리노M 2022.01.08 321
129 8. 내려놓음(letting go)의 영성 8. 내려놓음의(Letting go) 영성 우리가 삶의 다른 단계들을 통과할 때나 삶의 자연적이지만 예견하지 못한 모퉁이를 돌도록 초대되었을 때, 새로운 관점에 열려 ... 김상욱요셉 2023.09.09 319
128 무엇을 구원이라고 믿는가? 무엇을 구원이라고 믿는가?   내 믿음의 토대는 인류 구원에 대한 속죄 이론이 예수 그리스도의 형벌적 대속론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에 참여하는 참여... 이마르첼리노M 2023.02.14 317
127 변모 변모   실패와 죄와 절망을 통하여 하느님과 나를 아는 깨달음 추락 후에 얻는 깨어남 육화의 도구로 은총 안에 깨어있음   깨달음이 주는 변화 깨어남이 주는 ... 1 이마르첼리노M 2022.08.06 316
126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힘의 원천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힘의 원천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려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정신이... 이마르첼리노M 2023.08.20 315
125 자연 그대로의 흐름을 타지 않으면   자연 그대로의 흐름을 타지 않으면   주님의 영과 그 영의 활동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지극히 단순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 이마르첼리노M 2023.07.04 314
124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변화의 길 (1)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변화의 길 (1)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 (마태12,48) “믿는 영혼이 성령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 이마르첼리노M 2021.10.14 314
123 받아서 얻는 구원 받아서 얻는 구원   받아서 얻는 구원은 나의 업적과 공로가 아니라 주님의 선하심과 자비에서 옵니다.   받아서 얻는 구원은 내가 모르고 살아온 하... 이마르첼리노M 2020.01.14 314
122 서로 다른 믿음 서로 다른 믿음   1.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다는” (로마5,5)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누군가를 사랑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통제의 대상으로 ... 이마르첼리노M 2020.01.12 314
121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은 인과 응보적 틀에 묶여 사는 나의 사고와 가치를 드러냅니다. 그런 시각으로... 이마르첼리노M 2023.11.11 311
120 사랑하는 자는 사랑 받는 자 안에서 기뻐한다. 사랑하는 자는 사랑 받는 자 안에서 기뻐한다.     나는 오랫동안 사람이 되신 예수님의 인간성 안에서 프란치스코의 인간성 안에서 삶의 방식을 배워... 이마르첼리노M 2021.11.27 311
119 관계적 진실은 실존과 정체성의 비밀을 푸는 열쇠 관계적 진실은 실존과 정체성의 비밀을 푸는 열쇠   성체성사는 관계성 안에서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시는 삼위일체 하느님 사랑의 표상이 되었다. 사랑하기 위하... 이마르첼리노M 2022.08.21 308
118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와 미래의 중간에 서 있습니다. 송년과 새해가 만나는 시간에 창조된 세계에서 새로운 창조를 바라봅니다.   우리를 위해 세... 이마르첼리노M 2021.12.31 304
117 황홀경의 신비 (잃어버린 낙원의 기쁨) 황홀경의 신비 (잃어버린 낙원의 기쁨)     빵과 포도주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은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구체적 현존이며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관계성 안에 ... 이마르첼리노M 2023.07.07 303
Board Pagination ‹ Prev 1 ...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 101 Next ›
/ 10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