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작은 기쁨 (Small pleasure: 1913)
작가 :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1866- 1944)
규격: 109.8 X 119.7Cm 캔버스에 유화
소재지 :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수도인 뮨헨(Munchen)은 올해로 탄생 850주년을 맞아 지난 8월 1일부터 역사 재현을 위한 화려한 행사를 벌였다. 콘서트, 연극, 미술 전시회 등을 통해 이 도시는 어느 때 보다 매혹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술 전시회에선 긴 역사를 지닌 알테 피나코테( 미술관에서 라파엘로, 렘브란트, 루벤스 같은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는가 하면, 지난 세기 이 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칸딘스키를 위시한 표현주의 (Expressionism) 작가들의 작품도 아울러 전시하면서 850년이란 연륜의 중후함과 함께 새로움을 향한 끝없는 도전을 펼치고 있는 도시의 생기를 더 극명히 느끼게 만들었다

작가는 러시아 모스크바 상류가정에서 출생하여 모스크바 대학에서 법학과 정치학,경제학을 공부하여 교수와 학자로서 많은 저술을 남겼다. 그러다가 1895년 러시아에서 처음 열린 프랑스 인상주의 작가들의 전시회를 보면서 그가 전혀 의식 못했던 내면에 불타고 있는 예술혼을 만나게 되자, 대학 교수로서의 직업을 접고 이태리 튜니스 등지를 여행 한 후 뮨헨에 정착해서 본격적 작가 수업을 시작했다.

이 도시는 그에게 표현주의를 통해 추상예술의 경지를 표현하는 것을 익히는 행복한 학습장이 되었다. 여기서 작가로서의 기량을 익힌 후 그의 고국인 러시아와 프랑스 파리를 왕복하며 작품 제작에 몰두하면서 역사상 최초의 추상화가로서 20세기 미술의 새로운 장을 연 선구자가 되었다.


그가 심취했던 표현주의는 르네상스 이후 유럽 미술의 기본 관심이었던 자연의 재현과는 거리가 먼것으로서 가시적인 사물의 묘사보다는 내면의 감동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더 중요한 것으로 보았다.

이것을 성취하기 위해 과거 사용하던 균형 잡힌 구도나 미의 개념을 배제하고 강한 감동의 전달을 위해 왜곡된 형태의 표현을 과감히 도입했다. 학자로서의 바탕을 예술에 접목하면서 예술의 목표는 바로 사물을 정확히 묘사하는 것이 아닌 정신성의 표현임을 강조하면서 추상미술의 독창적 이론을 체계화 시켜 <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라는 추상미술의 원리를 제시하는 저술을 남기기도 했다.

작가는 생전에 “최후의 심판” “노아의 홍수” “성인의 날개”와 같은 종교적 주제의 작품을 남기기도 했으나 그 접근방법은 전혀 독창적인 것이었다. 과거의 그림은 누군가의 얼굴을 정확히 담고 자연의 한 부분을 제시하는 것이었으나 작가는 이런 형상을 묘사하기보다 인간이 생각하고 사색하며 느끼는 모든 정신작용을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며, 그러기 위해 회화는 자연과 철저히 단절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추상예술이란 인물과 자연에서 해방되어 비물질적인 분야를 탐구하는 것으로 여겼으며 이 작품의 주제 역시 어떤 실재적인 것이 아닌 인간의 행복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다.

기쁨이란 크리스챤들에게 있어서 하느님의 선물이며, 하느님을 만난 인간의 정감이기에 성서는 하느님을 만난 기쁨을 구구절절 전하고 있다.

“ 하늘은 기뻐하라 땅은 춤추라
바다여 우렁차게 소리 질러라.
그 안에 모든 것도 소리 질러라 .............
주께서 오시나니 주님 앞에서 세상을 다스리려 주께서 오시나니,
당신은 온 세상을 정의로 다스리시리라
진실로서 백성들을 다스리시리라 .” (시편 96)

인생의 유한성과 허망감을 깊이 표현했던 전도서 저자 역시 바람 잘 날 없이 시련이 닥치는 인생살이지만 기쁨은 이런 가운데서 인생고를 잊고 삶의 생기를 재충전시키는 좋은 약임을 강조한다.

“보라, 하느님께서 주신 한정된 생애 동안 하늘 아래에서 애쓰는 온갖 노고로서 먹고 마시며 행복을 누리는 것이 유쾌하고 좋은 것임을 나는 깨달았다. 이것이 그의 몫이다. 정녕 하느님께서 그를 제 마음의 즐거움에 몰두토록 하시니 , 그는 제 인생의 날수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코헬 5, 17. 19)


신약에 와서 기쁨은 그리스도의 내림과 직접 연관되는 것으로 드러난다. 특히 루카 복음은 다른 복음 보다 더 심원한 기쁨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기뻐하였고( 루카 1, 14) 요한은 마리아의 방문을 받았을 때 벌써 모친의 태중에서 기뻐했다고 (루카 1, 41. 44) 전하고 있다.

즉 주님의 오심은 바로 기쁨과 연결되기에 주님을 모신 크리스챤들에게 있어 기쁨이란 믿음의 결실이요, 표징으로 보았다. 하느님을 모신 사람도 이 세상 어떤 시련이나 어려움에서 면제된 것은 아니기에 크리스챤들도 여느 인간들처럼 시련의 과정에 있을 수 있으나 이것 역시 기쁨으로 받아들여야 하기에 크리스챤 삶에서의 기쁨은 빛과 그림자의 양면성을 띄면서 삶 전체에 내재하는 것이다.

“나의 형제 여러분 , 각가지 시련에 빠지게 되면 그것을 다시없는 기쁨으로 여기십시오. 여러분도 알고 있듯이 여러분의 믿음이 시련을 받으면 인내가 생겨납니다. 그 인내가 완전한 효력을 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면 모든 면에서 모자람이 없이 완전하고 온전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야고보 1, 2-4)

묵시록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하늘나라의 여정은 파란만장의연속이나 마지막에는 기쁨으로 완성됨을 약속하고 있다.

“ 하늘아, 성도들과 사도들과 예언자들아
저 도성을 보고 즐거워하여라
하느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저 도성에 심판을 내리셨다.”(묵시록 18, 20)

이처럼 크리스챤의 삶이란 하느님안에서 기쁨을 누리는 것이기에 기쁨은 신앙의 결실임과 동시 희망의 활력소이다. 추상적으로 표현된 이 작품을 보면서 인물과 자연의 정확한 형상으로 감지되던 것과 같은 느낌을 얻기는 힘들기에 많은 사람들이 추상미술을 황당한 것으로 멀리하고자 하는 습관이 있으나, 작가는 구성에서 조심스럽게 재현적(再現的) 요소를 제거하면서, 신비에 싸인 정신의 승리를 표현했다.

작가는 1912년 과거의 구상적 표현에 대한 반기를 드는 계기가 되는 미래주의 선언 즉 “대중의 취향에 따귀를 때려라”가 발표된 후 전적으로 여기에 동감하는 작품을 제작하게 되고 이 작품을 통해 추상주의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작가는 물질주의 시대가 붕괴된 후 도래할 새로운 정신의 시대를 굳게 믿고 기대했으며 그것을 바로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바로 이런 새로운 열정에 사로잡힌 바쁜 와중에서 제작한 회고적 형식으로 남긴 것이다.

아무리 의도가 분명한 신념으로 제작된 작품이라도 추상성 때문에 이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작가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자기 열정과 확신에 사로잡혀 작품 저작에 몰두하던 어느 날 머리를 식히기 위해 외출해서 술이 거나하게 취한 상태에서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와 방문을 여는 순간 자기가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작품이 걸린 것을 보게 된다.

이 작품은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그려 걸어둔 것인데, 공교롭게 못하나가 빠져 거꾸로 되면서 작가가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다. “ 아 ! 웬 그림이 왜 이 모양이야 ”하면서 자세히 보는 순간 그것이 바로 자기가 그린 것임을 알게 되면서 그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림이란 꼭 알아 볼 수 있는 대상물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상에서 해방된 저 형상과 색의 범벅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

현대는 표현에 있어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생경스러운 것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 작품은 기쁨이란 크리스챤의 중요한 가치를 추상적으로 표현했다는데, 큰 의미와 함께 추상미술의 이해에 교과서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