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7.15 09:49

자연과 동반한 살구

조회 수 24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

 

잘 익은 살구의 맛을 보았는지요?

살같이 보드랍고 공처럼 동그란 모양이어서 '살구'라 했는지는 몰라도

농익은 살구의 맛을 보면 그 어떤 열대 과일의 당도에 뒤지지 않는답니다.

제철 시장에 나오는 대부분의 살구는 익기도 전에 미리 따서 나온 것들이라

새콤하거나 밍밍한 것이 결코 살구의 제 맛이 아니지요.

 

올해는 정원의 한 귀퉁이에 있는 살구나무에 제법 많은 살구가 달렸었습니다.

그러나 온전한 제 모습으로 익기까지가 얼마나 어려운지!

익은 것은 이미 까치나 다른 새들이 그 단 맛을 그냥 둘리가 없어 거의 1/3쯤은 쪼아놓거나

떨어지기가 무섭게 개미나 여타 벌레들이 먼저 시식을 하는 바람에

온전히 잘 익은 살구를 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랍니다.

바람이라도 세차게 분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서너개씩은 딩굴고 있어 집어보면

영락없이 흠집이 나 있는 것들이지요.

그러나 새들이나 벌레 잔칫상을 물린 후에라도

이미 난 상처 부위를 살짝 도려내어 남은 부분을 시식해 보면

그 자연 식구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꿀맛같은 살구의 맛이라니...!!!

 

 

어쨌거나 그렇게 올해엔 제법 많은 살구를 먹을 수 있었지요.

물론 도려낸 살구를 이곳 직원들이나 형제들에게도 맛보였구요.

 

또 얼마 전엔 경희궁 경내에 다닥다닥 열린 종자가 작은 살구가 있어,

비내린 다음날 새벽에 이슬에 흠뻑 젖어가며 꽤 많이 자루에 줒어담아

살구 엑기스를 낼 요량으로 커다란 병에다 담가 놓기도 하였답니다.

 

이렇듯 살구에 대한 저의 극성스러움은,

어디 살구 뿐이겠나요?

'동지기' 어린 시절에 익혀진 것이어서- 앞과 뒤뜰에 있었던 빠알간 앵도나 복숭아 나무 따위가

제 철에 제게 준 자연의 교훈들.

모든 것들이 소중한 것들로 다가와 친구가 되어 주었고 내밀한 언어로 말을 해 주었거던요.

정원의 백일홍이나 분꽃, 나팔꽃,...들이 왜 그 자리에 있게 되는 건지,

저는 늘 철따라 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각자의 아름다움에 폭 빠져

심지어는 길가에 만나는 장다리꽃이나 감자꽃, 부추꽃 따위에도 예사로운 지나침이 될 수 없지요.

온갖 사물들의 풍요로움에 대하여  하느님께 드려야 할 감사 역시 참으로 많은 세상!!!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8 <공지> 생활단상 게시판 사용 이곳은 생활 단상 게시판입니다. 이름은 거창하나, 특별한 목적을 지닌 게시판은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이곳에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 ... 관리형제 2006.01.19 4556
517 너무 늦은 밤, 혹은 이른 새벽에 너무 늦은 밤, 혹은 이른 새벽에 시간을 보고 자야겠다 싶었습니다. 항상 다음 날이 걱정이기에 해야 할 의무처럼 침대에 누워 스피노자의 사과나무처럼 자명종을... 1 honorio 2006.01.23 4082
516 일본에서의 "교환체험기"(1) (이 글은 작은 형제회 &quot;한알&quot; 지에 실린 글입니다. ) 글 재주가 없는 저에게, &quot;무언가를 써야한다는 것&quot; 은 늘 곤욕스러운 일입니다만, 그러한 어려움 안에서도 ... 오스테파노 2006.01.24 3335
515 내 마음은 물이 가득 차 있는 깡통인가?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에서 제일 두드러진 점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생각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생각하느 ㄴ갈대... 김요아킴 2006.01.24 3753
514 보신탕을 안먹는 이유...? T 평화와 선. 삼복더위도 아닌데 무슨 보신탕...운운...이람! 까마득한 예전, 개를 워낙 잘 잡으시는 분과 함께 살았을 때 어느 대축일에 난 길고 긴 장문의 반박... 2 2006.01.25 3683
513 행복한 그리움들 T 평화와 선. 일을 하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온갖 그리움들이 모락모락 피어 올라, 파아란 하늘에 묻어나는 얼굴들... 할머니,할아버지,엄마,한동네에 사시던 ... 2006.01.26 3214
512 김마리아 할머니의 선(?) 무당 이야기 T 평화와 선. 내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몇 분 중에 안성의 김마리아 할머니가 계시다. 할머니는 안성 형제회 회장직을 오래 맡으셨고 산청 나환우 마을에... 1 2006.01.31 3602
511 옛 것에 대한 소중함 T 평화와 선. 꼭 10년 전 '안식년' 때의 일이다. 기회가 닿아 오래 전 내가 공부하던 영국,캔터베리엘 갔었다. 놀랍게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무색할 ... 2006.02.05 2685
510 눈이 와서 {FILE:1}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에 한가득 눈이 와 있었습니다. 일단은 수북히 쌓인 눈을 보고 기분이 좋다가.. 아주 잠깐 후.. &quot;저걸 또 언제 치워&quot;하는 생각... 2 file honorio 2006.02.07 2620
509 "새 술은 새 부대에...?" T 평화와 선. 얼마 전 전폭적인 인사이동이 있어 내가 거주하는 공동체의 분위기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질 전망. 나 개인적으로도, 1년간의 을 갖기로 되어 있어 ... 1 김맛세오 2006.02.15 2312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