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서는 힘의 주인이시므로 너그럽게 심판하시고,
저희를 아주 관대하게 통솔하시며,
무엇이든지 원하시는 때에 하실 능력이 있으십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오늘 독서와 복음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어떤 하느님이신지 숙고케 합니다.
힘쓰시는 분이신가,
힘주시는 분이신가?
심판하시는 하느님이신가,
구원하시는 하느님이신가?
심판으로 끝나시는 하느님이신가,
끝까지 구원하시는 하느님이신가?
의외로 많은 분에게 하느님은 심판하시는 하느님, 벌주시는 하느님입니다.
그리고 심판하시고 벌주시는 하느님은 잘해야만 상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물론 우리의 교리가 가르치는 하느님은 상선벌악賞善罰惡의 하느님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상과 벌을 주시는 것도
우리를 위하시는 것이고 그래서 사랑이라는 점입니다.
상과 벌이 심판의 끝이 아니라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한 도구라는 뜻입니다.
제가 군대생활을 할 때 저의 사단장은 나중에 대통령이 되신 분이고,
군인으로서만 끝냈다면 훌륭한 군인으로 남았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분은 부대원들이 잘하면 별게 아닌데도 상을 잘 줬고,
자기의 지휘방침을 어기면 아주 엄하게 벌을 내림으로써
부대원들에게 인기도 있었고 부대원들의 사기도 무척 높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제대한 뒤 얼마 안 있어 이분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그 많은 사람을 눈 깜짝 안하고 죽이는 것을 보고
이분의 상벌은 자기 말을 듣게 하기 위한 거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자기 말을 들으면 상과 혜택을 주고
자기 말을 거역하면 가차 없이 벌을 주고, 불이익을 주는 거였습니다.
상벌을 활용하여 자기 세력을 쌓고, 자기를 위해 그 권력을 휘두른 겁니다.
하느님도 이분과 같은 분이실까요?
우선 하느님은 힘의 주인이시기에 힘을 모으거나 쌓을 필요가 없고,
그런 고로 힘을 잃지도 않고, 힘을 잃을까봐 염려하지도 않으십니다.
또 그런 고로 힘을 함부로 쓰지 않으시고 조급하지도 않으십니다.
힘을 함부로 쓰는 것은 조금 있는 힘을 과시하시고파 그러는 것이고,
힘이 있어 과시할 필요가 없는 사람은 써야 할 때만 쓰기 때문입니다.
힘이 있는 사람은 그래서 무리하지도 조급하지도 않습니다.
힘이 없어 안간 힘을 쓰는 사람은 힘이 들기에 빨리 끝내고 싶지요.
전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그렇게 무리하고 조급하게 추진한 것은
국민들을 설득할 힘도 없었고 5년의 힘밖에 없었기에
자기 임기 내, 다시 말해서 힘이 있을 때 해치우기 위해서였지요.
그러나 힘이 있는 사람은 자기의 때를 고집하지 않고
네가 받아들일 때를 기다리고, 모두의 때가 바로 자기의 때입니다.
그리고 힘이 있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힘을 자기를 위해 쓰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쓸 수 있는 힘이 없는 사람은 자기만을 위해 쓰지만
자기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힘 있는 사람은 그 힘을 남을 위해 씁니다.
그러니 힘의 주인이시고
원하시는 때에 무엇이든 하실 수 있는 하느님은 어떠하시겠습니까?
심판에 서두르거나 조급치 않으시고 상과 벌을 적절히 주시며
당신 구원의 초대에 우리가 스스로 응답할 때를 기다리겠지요?
하느님께서 이렇게 함부로 심판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구원코자 하시니
우리는 더더욱 함부로 남을 가라지라고 심판하려들지 말 것이고,
힘닿는 데까지 이웃의 구원을 위해 하느님의 사랑을 나눠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