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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jpg

얀 봔 에이크 형제 Jan van Eyck (1426)

제목 : 거룩한 어린 양의 경배 (1426)
작가 : 얀 봔 에이크 형제 (Jan van Eyck, 출생년대 미상)
크기 : 유채판화, 137.7 X 242.3cm
소재지 : 네델란드 헨트 (Ghent) 성 바보(Bavo) 대성당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에 장엄이라는 것이 있다. 자연이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임을 인정했을 때 느끼는 이 감정은 바로 하느님의 현존 앞에 선 인간의 순수한 신앙고백과 같다. 그런데 이것과 다르게 어떤 인간 집단이 절대자를 향한 경배 자세로 있는 모습 역시 장엄함으로 다가오는데 전례를 중요시 하는 우리 교회에서는 이런 장엄함이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작품은 우리 교회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한껏 표현한 것인데, 제단화로 만든 12개 중 중앙 부분에 속하는 것이다.

제단화는 신자들의 신심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제단 뒤에 장식면을 만들어 거기에 성화를 그림으로서 미사에 참석하는 신자들에게 교훈적 내용을 전달하도록 했는데 11세기부터 성행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크기 뿐 아니라 내용면에 있어서도 그의 생애 전체 작품 중에서 수작(秀作)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작가는 이것을 자기 작품 중에 두 번째 마음에 드는 것으로 말했으나 아무튼 그 내용면에서나 기교에 있어 대단한 작품에 속하는 것이다.

작가는 친형제인 후버트 아이크(Hurbert Eyck)와 공동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으며 15세기 전반에 활동한 작가로서 북구 양식인 프랑드르 학파를 창시하고 오늘과 같은 “유화” 기법을 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작품이 내용면에서 기교면에서 대작인 만큼 이 작품은 참으로 긴 세월을 거치면서 큰 시련을 겼어야 했다. 이 작품 전체는 접었을 때는 8면, 폈을 때는 12면이나 되는 큰 작품인데, 평일에는 닫아 두었다가 주일이나 축일에는 활짝 열어 당시 문맹이 대부분이었던 신자들의 신심생활에 큰 기여를 했다.

이 작품은 유명한 것 만큼이나 이 작품의 주인공이신 주님처럼 시련을 많이 겪어야 했다. 신심깊은 신자들이 여러 곳에서 친견(親見)을 요청해서 자주 이동전시를 하다보니 많이 훼손된데다, 이것을 수리한다는 것이 예나 오늘에나 무지한 인간들에 의해 실수를 하게 되어 더 훼손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이 작품이 종교개혁의 기치를 든 칼빈( Calvin)파들에 의해 자행된 성상 성화 파괴 운동의 표적이 되자, 이것을 피하기 위해 분해해서 성당에 숨겨둔 것을 우상숭배를 없애야 한다는 광신자들에 의해 시청 창고로 가서 20여년을 지내게 되었다.

광신자들의 광기가 좀 누그러졌을 때 다시 성당에 돌아와서 많은 신자들의 경배 대상이 되다가 또다시 프랑스 혁명의 광기로 고통을 받아야 했고 근세에 와서는 독일의 히틀러가 주동이 된 나치 정부의 문화재 약탈에 휘말려 혼란을 겪다가 2차대전이 끝난 후 안정을 찾게 되었다.

만신창이가 된 이 작품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과 정성은 대단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 작품의 진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지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작품은 지금까지 해설된 어떤 작품보다 더 깊은 감동과 신앙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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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을 중심으로 앞뒤 좌우의 배경으로 네 부류의 사람들이 경배하고 있다. 녹색의 아름다운 배경은 바로 천국의 풀밭, 꽃이 만발한 새 에덴 동산의 상징이고 전면 좌우쪽으로 신구약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성 아우구스티노의 “신약은 구약 안에 숨어있고, 구약은 신약을 통해 드러난다” 는 말씀대로 구세주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신구약의 연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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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인들 왼쪽엔 구약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표시되지 않는 상태에서 구약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대사제들과 예언자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구약에 나타나고 있는 인물들이 다양한 것처럼 여기 등장 인물 역시 다양하게 복장이나 자세 모든 것에서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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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놀라운 것은 중앙에 로마식 흰 토가를 입은 크리스챤이 아니었던 베르질리우스(Vergilius: BC 70- BC 19)를 등장시킨 것이다.

그는 로마의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서 로마 제국의 전설적 창시자인 “아이네이드 Aeneid”를 주제로 한 국민 서사시로 유명한데, 작가는 이것을 통해 하느님의 인도 하에 세계를 문명화한다는 로마의 사명을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비르질리우스는 이 작품에서 인류의 구원을 위해 아기가 오게 될 것이란 내용을 남기고 있는데, 화가이기 이전 당시 수준에서 상당한 교양과 지식을 지녔던 작가는 바로 그리스도 오심을 준비했던 구약의 여러 인물들 대열에 비르질리우스를 동참시킴으로서 이 작품의 의미성을 더하고 있다.

당시는 이미 인간성의 재발견을 목표로 하는 르네상스 운동이 무르익을 때였기에 그리스 로마에 긍정적 관심이 대단할 때였으나 작가는 지난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서 강조하고 있는 “익명의 크리스챤” 개념을 이미 소화했기에 이교 시인을 그리스도 오심을 준비시킨 인물로 등장시켰다.

그의 존재성이 눈에 두드러지도록 흰옷에 월계관을 쓴 모습으로 그렸는데, 월계관은 당시 계관시인에게 유보된 것이기에 그는 세상의 눈으로 뿐 아니라 신앙의 눈으로도 고귀한 존재임을 전하고 있다.

이것은 다음 성서의 말씀을 너무 적절히 예언적으로 표현했다는 면에서 놀라움을 주고 있다.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들기까지 하셨습니다.” (히브 1: 1-3)

비르질리우스를 이 작품에 등장시킨 것은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성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드러난 대단히 통쾌하고 예언적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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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이 구약의 인물들과는 대칭으로 오른편은 신약의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작가는 성서에 나타나는 제자들이 당시 교회에 있던 성직자들을 등장시킴으로서 교회의 사도적 전승을 증거하고자 했다.

이들은 복음을 증거하고 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사도전승의 교회에서 주님의 제자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주님의 말씀을 살아가는 신약 교회의 실재적 모습의 증인이라 볼 수 있다.

앞쪽에 벗은 발이 보이는 흰옷을 입고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들은 12사도들이다. 이들은 주님의 직계 제자들이었으며 인간적인 약함 때문에 실수를 하면서도 주님을 따랐던 그리스도 제자들의 모델이다.

그 뒤에 붉은 옷을 입고 서있는 이들은 교회 안에서 사목직을 수행하던 교황 주교 부제들이다. 이들이 하느님의 백성을 인도하도록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권력의 상징으로 대단히 값지고 화려한 복장을 하면서 앞에 무릎을 꿇은 수도자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복장 색깔로서 이런 구분을 줄이고 있다. 이들은 비록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으나, 항상 주님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의 대기자임을 상기시키기 위해 붉은 복장을 하고 있다. 하느님의 사랑은 크리스챤을 일치시킬 수 있는 유일한 끈이기에 비록 직책이나 직분은 다르더라도 하느님 안에 한 형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성직자들의 부패와 특권이 대단했던 현실에서 작가의 이런 표현은 요망사항 일수는 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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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핵심이다. 어린양의 개념은 그리스도의 희생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상징이며 성서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성서에 나타나고 있는 다음 구절을 연상시킨다. “어좌 가운데 어린양이 목자처럼 그들을 돌보시고 생명의 샘으로 그들을 이끌어 주실 것이며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다 닦아주실 것이다.” (묵시 7: 17)

구약과 신약의 성인들, 증거자와 동정자들이 사방에서 어린양의 제단을 향해 있는 모습은 마치 성체강복 때처럼 경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제단은 미사 중 성변화의 감동을 연상시킨다. 제단의 붉은 색은 그리스도의 피를 연상시키며 어린양의 왼편에 있는 십자가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그분이 선택하신 십자가의 죽음의 상징이다.

그 주위에 있는 네 명의 천사는 주님 수난의 상징물, 즉 주님을 묶어 편태 했던 기둥, 십자가와 못, 주님의 옆구리를 찔려 피와 물이 흐르게 한 창, 십자가 위에서 “목마르다”하셨을 때 건네진 포도주를 적신 해면을 들고서 관객들을 주님 수난의 현장으로 인도한다.

앞에 무릎을 꿇은 두 천사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어린 양에게 끊임없이 향을 올리며 그분 수난의 구원 은혜를 찬양하고 있다.

제단의 붉은 색과 제대포의 흰색과 어린양의 흰색은 빵과 포도주로 상징되는 그분의 살과 피를 표시하고 있다.

이 제단에는 어린양에 관계되는 두 개의 성경 구절이 적혀 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요한 1: 36)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제단 위 하늘에서는 성령의 빛이 찬란히 쏟아지면서 주님의 세례 때의 감동을 회상시키고 있다. “물에서 올라오신 예수님께서는 곧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당신께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이어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마르 1: 11)

앞에 있는 팔각의 분수대는 영원한 생명의 상징이며 진복팔단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성서에서 여덟은 완전수를 말하기에 사방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진복팔단의 정신으로 살았기에 구원된 사람들이며 주님이야 말로 구원의 원천이심을 강조하고 있다.

이 생명의 샘 저쪽은 바로 어린양이 계시기에 산상수훈의 실천이야 말로 천국을 향한 길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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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선 주님을 증거하고 따르기 위해 일생을 살아간 사람들을 증거자라고 부르며 공경하는데, 여기는 순교에 이르지 못했기에 생명을 바친 것이 아닌 삶으로 그리스도를 따른 증거자들이 모여 어린양을 찬미하고 있다.

증거자 역시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들 다양한 신분이기에 복장은 다르나, 녹색이 주색깔을 이루고 있는 것은 그들이 순교자와 달리 죽음으로 주님께 영광을 드린 것이 아니라 생명으로 주님께 영광을 드렸음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들이 아주 밀집해서 있는 것은 구원받을 사람들이 많다는 표현이며, 구원의 하느님 자비의 선물이기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이라는 낙관적 구원관의 표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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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에디따 2012.05.15 16:52:30
    가끔 울렁증이 일때면...반항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주시는 느낌을 받을 때면
    공연스레 주님이 가엾어지고요...
    그래서 놓칠래야 놓칠 수 없는 분이지요.
    감사히 읽었어요.

성화이야기

이요한 신부님의 성화해설 나눔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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