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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3 21:46

할머니와의 데이트

조회 수 2394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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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참, 대단한 분!
이씨 조선 왕가 마지막 손의 며느님으로서
그 강직함에 손색이 없으신 '쥴리아' 할머니!

84세의 노구에다 한 쪽 손이 마비되고 한 번 움직이시려면
몸 전체를 앞으로 미는 최어에 의지하셔야 하면서도 힘겨운 내색을
전혀 안하시고, 지금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시며 온갖 곳엘
다 다니시는 열정이 넘치는 분!
그 쥴리아 할머니가
또 다시 하와이에서 날아 오시어 한동안 서울에 기거하고 계신다.

어제 할머니의 청으로 인사동 나들이에 나섰다.
내가 입고 다니는 개량 한복이 맘에 드신다고 비슷한 걸로
사 입고 싶으시단다.
할머니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느라 진짜 거북이처럼 앞장서도
저만큼 뒤쳐지시는 할머니를 뒤돌아보며,
예전 엄마와의 데이트가 생각났다. 엄마 역시 그러셨으니까...

내가 알고있는 '원지 한지집'에 들러 한국의 전통 옷을 입은
신랑 각시 모양을 한 선물도 몇개 사시고,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은
인사동 거리를 걸으시면서 할머니는 마치 오랫만에 시골장을 찾은
아낙네나 어린아이처럼 마냥 호기어린 눈치셨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거리에 보행이 엄청 힘드실텐데도
참으로 십몇년 만의 외출이시라면서 마냥 좋아하시는 할머니!!!
여러 가계를 들러 안국동까지 가서 어찌어찌하여 겨우 맘에
드시는 황토색 개량 한복을 고르실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많이 걸었다싶어 젊은 나는 피곤해서 죽겠는데,
할머니는 그런 기색은커녕
"몸이 불편한 나를 보면 좀 덜 피곤할 텐데..." 하시는 데는
피곤해도 할 말을 잊어야 했다.
그리곤 맥도널드 집에 들어가 맥플러리 녹차 아이스크림 한개씩을
먹으면서- "요즘 웰빙 바람에 사람들이 커피보다는 녹차를 많이
선호하는 것 알지요?" 하시며 맛있다고 흡족해 하시는 할머니!

인사동 쇼핑도 모자라,
꽃 이야기가 나오자 이제는 내친김에 종로5가 꽃시장에도 가자시니,
창가에 제라늄을 놓고 싶으시단다. 나는 이제 그만 집으로 갔으면 싶었는데, 꽃시장에 이르러 1-2개도 아닌 5개의 제랴늄 화분을 사시고 나셔야 정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6월 6일,양양 글라라 수녀원 축성식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할머니는 그 불편한 몸에도 먼 그 곳까지 참석하시겠다는
약속을 하시고야 헤어졌다.

"그래요, 할머니,
제가 힘이 좀 들더라도
어찌 할머니같은 분의 열정에 손사래를 칠 수 있겠어요.
며칠 후, 양양이 아니라 할머니가 가고파 하시는 동해안 바닷가에도
가시고 주문진 어시장은 물로 삼척에도 가 드릴께요.
그래서 할머니가 그리고 싶으신 그림들을 맘껏 화폭에 담아 보시지요.
쬐만한 제 조력이 할머니께 보탬이 되는것도 그리 싫지는 않지요.
왜냐구요? 할머니의 열정에 제가 뿅 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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