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07.03.05 09:27

정월 대 보름달

조회 수 2078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누리에 평화.

지난 주 토요일,
몇가지 일로 상경(上京)했다가
조금 늦은 시각(7시?)에 성거읍 뻐스에서 내렸다.
늘상 그렇듯이 수도원까지 30-40여분 걷는 길이지만,
성거산을 바라보며 걸어 올라가는 이 길은
늘상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옅은 안개 구름이 깔려있는 성거 마을하며
굽이굽이 곡을 이룬 성거산이 오늘따라 실루엣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그런데 한 10분쯤 걸었을까...?
우리 집, 수도원 바로 뒤 능선에서부터
굉장한 빛이 발광하기 시작-
처음엔 "저게 뭐지...?"
그러는 순식간에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
"아하, 오늘이 정월 대보름 전야인게야!"

여러가지 모양으로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대보름 달의 아름다운 자취에
가던 길 멈추고 한 30여분 넋을 잃고 바라 보았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양 팔을 펼쳐,
그렇듯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선물로 주시는
하느님께 찬탄과 감사를 드렸다.

두둥실 떠오르는 대보름달에
내 생애에 있었던 전설같은 사실들이
아슴하니 하나 둘 실타래처럼 풀어지며 떠올랐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동작동 앞 동산에 올라
횃불을 켜들고, "다님 다님, 제 소원은요..."하며
소원성취를 빌던 그 대보름 달!
잣불을 태우며 끝까지 타면 그 해 운수대통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내 잣은 끝까지 다 탈까 가득 호기어렸던 어린 눈초리.
부럼을 깨야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안난다
밤,땅콩,호도...등을 깨어먹던 화기애애한 분위기!
동네 동무들과 깡통에 불을 담아 신나게 돌리어
사뭇 위험스럽기까지 했던 장난들...!

그랬다.
정월 대 보름은 달과 함께
삶의 끈끈한 추억들이 새겨진 축제의 마당이요
온 가족이 환한 웃음을 짓는 사랑과 화합의 장이었다.

그리고 저 성거산(聖居山)에 떠오른 보름달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담아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옛날 태조가 이곳 마을을 지나칠 때,
영롱한 오색 구름이 산을 덮은 신기함에
'거룩함이 머믄 곳'이라 찬탄해 마지않아
<성거산>이라 이름지어 불렀단다.
나 또한 경탄해 마지않던 태조의 심정에 못지 않으니...!

그날 구름이 오락가락 하였어도
대보름달을 잘 볼 수 있었던 건 내겐 천행이 아닐까!
어릴적과 지금이 하나 된 시공의 초월을 맛보았으니까...
저 달을 보았음으로 내 소박한 소원들이 이미 다 이루워진거니까.
  • 박필 2007.03.05 22:58
    오, 아름다운 대보름달....어렸을 때의 쥐불놀이가 제일 생각나요...ㅎㅎ
    참으로 아름다운 기도를 하셨군요...축하...^^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8 길 고양이 덕분에, 감사를... T 평화와 선   평소와는 달리 인왕산행 산책 코스를, 산 중턱쯤의 경비처소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잡았다.  바로 옆 성곽이 내려다 보이는 경관이 한 폭의 ... 김맛세오 2017.07.14 1196
67 사진 이야기 T 평화가 온 누리에...   사진...하면, 역시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떠오르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   사진기가 매우 귀했던 동작동 어린시절에 우리 집엔 ... 김맛세오 2017.07.18 1075
66 자연의 계절, 인간의 계절 T 온 누리에 평화   어젠 가리봉동 수녀원의 주일 미사에 참례한 후, 가까운 산으로 산행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딱히 정해진 산은 없었지만 지하철 노선을... 김맛세오 2017.08.08 1122
65 소중한 네겝 사막의 추억 T 온 누리에 평화를...   지난 주간의 독서엔 계속 에짚트 땅에서 탈출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향해 가는 광야에서의 고난 여정을 &lt;탈출기&gt;와 &lt;민수기... 김맛세오 2017.08.12 1209
64 추억 사진 T 온 누리에 평화를...   오랫만에 페북(Face book)을 통해, 바로 밑 사촌 동생이 안부를 묻는 짤막한 글과 함께 가족 사진을 올렸다.  그 녀석 식구들은 흑석... 김맛세오 2017.09.12 1092
63 어쩜 애기가 고로콤 귀여울꼬! T 평화와 선   공덕역에서였다.  바쁜 출근 길이라 너나없이 총총걸음으로 발길들을 재촉하고 있는 아침 시간. 마침 젊은 엄마가 애기(겨우 말을 익히고 걸음... 김맛세오 2017.09.25 1064
62 광화문 문화 예술 축제 마당을 지나치면서... T 온 누리에 평화   오전 재속회 월례회를 마치고, 여유로워진 오후에는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이번엔 늘상 택했던 인왕산 길이 아닌 시청 앞- 광화문- 경... 김맛세오 2017.10.09 1060
61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 T 온 누리에 평화   &quot;거리에 비가 내리 듯 내 마음 속에 눈물이 흐른다.&quot;   특히 가을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이런 날에는, 위의 유명 싯귀가 떠오른다.   ... 김맛세오 2017.10.11 1281
60 사랑을 듬뿍 주신 분들 덕분에... T 평화와 선   &quot;난 사랑을 많이 받으며 지내왔다.&quot;는 표현을 곧잘 하는데, 실제가 그랬다.   지난 달에 영면하신 막내 숙부님을 비롯하여, 참으로 많은 어른... 김맛세오 2017.11.15 1098
59 내 마음의 고향 T 온 누리에 평화.  사람은 누구나 한 두군데쯤 마음 속에 품어 둔 고향이 있어, 그 그리움은 그의 삶에 있어서 행복과 직결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 김맛세오 2017.11.20 1282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