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07.03.19 21:25

동심이 발동하여...

조회 수 1996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얼마 전이었다.
점심을 한 후 바로 옆 능선 넘어로 산책을 나갔다.
멀리 정상에 자리잡은 레이다 기지가 한 눈에 보이고
계곡을 따라 조금만 걷다 온다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동심이 발동하여 자꾸만 멀어져만 갔다.

난 어릴 때 무척 호기심이 많아
동작동 뒷산에서 들려오는 여치의 소리를 따라
한걸음씩 멀리 가다보면 숭실대 쪽 능선을 이어
관악산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제법 먼 곳까지 갈적이 많았다.
그 당시엔 사당동과 신림동...주변엔
사람이나 집이라곤 한 채도 볼 수 없는 산(山)... 뿐인 오지였었다.
어쩌다가 멀리 사람이 눈에 띄면,
문둥이라 여겨 무서움이 엄습해 와 그만 헐레벌떡 집을 향해
냅다 달음질치기가 일수였으니까.
(어른들의 말씀에, 그곳엔 문둥이가 나타나 아이들 잠지를 떼어간다
했으니까...그래서 삶아 먹으면 병이 났는다는...!)

산책을 나간 그날은 바로 비숫한 동심의 발로에서였다.
조금만 더 가면 무엇이 나올까...호기심에 그만 자제력을 상실했고,
급기야는 늘 궁금하게만 여기던 레이다 기지 앞까지 다다랐다.
거기서 영지 버섯을 따러 나온 어느 아저씨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만 정도를 벗어나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다. 산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경험이 있는 나로선 그때부터 몹시 당황하기 시작...보여야 할
기지까지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주머니에 있어야 할 휴대폰도 없었다.
지름 길이라 여겨 길 아닌 길로 달리고 달리다가
급경사진 계곡 아래로 굴러떨어지기도 했는데
뽀족 칼 바위를 바로 코 앞에 두고 스톱이 된 것은
정말 기이한 기적만 같아 절로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아마도 사고로 이어졌다면 아무도 모를 까마귀 밥이 되었으리.
그렇게 헤메다 천신만고 끝에 수도원에 돌아 온 시각은
4시간 반이나 걸린 6시 저녁기도 시간이었다.

산책을 나가 장장 4시간 반의 등산을 하고 돌아 왔으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호기어린 동심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걸 보면
어쩜 내 인생 여정의 평생에 적용되나 보다.

어쨌거나 우연찮게 성거산을 섭렵할 수 있었던
기억에 남을 만한 특이한 경험이어서
하느님께 무척 감사드렸다.
  • 앗숨 2007.03.26 23:01
    ~.~!! 사람이나 집 한채 없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 마을들....잠시 옛 모습을 엿 볼 수 있어 흐믓합니다^^
  • 2007.03.26 23:01
    T 금석지감(今昔之感), 먼 세월의 뒤안길...그렇지요...서울대며 봉천동,신림동...빽빽히 들어선 집들의 자리에 오직 들과 산 만이 보였다면 상상이나 가질까요...ㅎㅎ!
  • 박필 2007.03.26 23:01
    정말 길 잃어버리면 큰 낭패입니다...산에서 곧잘 그런 일이 발생...
    다행이군요...몸조심...ㅎㅎ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8 '올리바' 녀석이 벌써 결혼을 하다니...! T 평화를 빌며.   오랜 세월 알고 지내는 올리바라는 아이가 지난 주일, 수도원 성당에서 혼인을 하였다.   올리바의 부모님을 알고 지낸지는 -아이 아빠가... 김맛세오 2015.12.01 1577
387 까치 이야기 T 평화와 자비   '까치'하면 농가 과수에 많은 피해를 주어, 그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만, 오래 전 저희 정원에 더럽기 짝이없는 길고양이들을 다른 곳으로 ... 김맛세오 2016.03.14 1577
386 사랑하는 울 엄마 T 온 누리에 평화     "엄마!  엄마보다 내가 먼저 죽겠네!"     그랬다.  살아계셨던 꼭 12년 전에, 나는 엄마에게 몹쓸 말을 내 뱉었다.     엄마는 그 ... 김맛세오 2014.09.15 1615
385 관악산 둘레길의 사모곡(思母曲) T 평화를 빕니다.    최근 쉬는 날, 서울 둘레길 전체를 시간나는대로  걸어 볼 요량이 생겼다.  전체 다 걸을려면 족히 40Km는 된단다.  지난번 천호대교길에 ... 김맛세오 2015.12.22 1615
384 진정한 내 친구이자 이웃...? T 온 누리에 평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오면서, 진정한 제 친구들이자 이웃은 뉘(무엇)일까?"   사람일 수도 있고 사람이 아닌... 김맛세오 2014.07.28 1618
383 때로는 살아 있다는 존재가 부끄러워! T 온누리가 평화롭기를... "철썩 철썩...!' 만년 거대한 빙산(氷山)이 무너나는 소리! 그래서 더 이상 빙하(氷河)가 아니라 갈 곳 없어 방황하는 어름 조각들이 ... 1 2008.10.09 1633
382 마음 아팠던 성지순례길 T 평화를 빕니다.     며칠 전 약속이 되어 안양의 수리산 성지를 다녀왔지요.  창박골이라고 하고 병목안(병의 목처럼 좁혀진 지형이라 하여 지어진)이라는 곳... 김맛세오 2015.07.21 1638
381 예수를 만나거든 도망가라. * 예수를 만나거든 도망가라. * 예수가 올때 그대는 결코 마음의 현존을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대에게 아무것도 줄 것 같... 1 idiot 2008.10.12 1649
380 '무지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T 평화와 선   2015년도의 전반기를 반추해 보면, 지난 5월 30일-6월 7일까지의 제주도 올레길 피정이 단연 1위란 생각이 드니 그마만큼 진한 추억으로 남아... 김맛세오 2015.09.01 1653
379 "하늘 나라가 가까이..." 산다는 것의 의미 T 평화를 빌며...     최근 산청, 성심원에서 3일간의 연수가 있어 다녀왔다.   3일 내내 그곳은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으로 시원한 해갈의 시간을 마주할 수 ... 김맛세오 2015.07.09 1658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