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07.03.19 21:25

동심이 발동하여...

조회 수 2009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얼마 전이었다.
점심을 한 후 바로 옆 능선 넘어로 산책을 나갔다.
멀리 정상에 자리잡은 레이다 기지가 한 눈에 보이고
계곡을 따라 조금만 걷다 온다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동심이 발동하여 자꾸만 멀어져만 갔다.

난 어릴 때 무척 호기심이 많아
동작동 뒷산에서 들려오는 여치의 소리를 따라
한걸음씩 멀리 가다보면 숭실대 쪽 능선을 이어
관악산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제법 먼 곳까지 갈적이 많았다.
그 당시엔 사당동과 신림동...주변엔
사람이나 집이라곤 한 채도 볼 수 없는 산(山)... 뿐인 오지였었다.
어쩌다가 멀리 사람이 눈에 띄면,
문둥이라 여겨 무서움이 엄습해 와 그만 헐레벌떡 집을 향해
냅다 달음질치기가 일수였으니까.
(어른들의 말씀에, 그곳엔 문둥이가 나타나 아이들 잠지를 떼어간다
했으니까...그래서 삶아 먹으면 병이 났는다는...!)

산책을 나간 그날은 바로 비숫한 동심의 발로에서였다.
조금만 더 가면 무엇이 나올까...호기심에 그만 자제력을 상실했고,
급기야는 늘 궁금하게만 여기던 레이다 기지 앞까지 다다랐다.
거기서 영지 버섯을 따러 나온 어느 아저씨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만 정도를 벗어나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다. 산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경험이 있는 나로선 그때부터 몹시 당황하기 시작...보여야 할
기지까지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주머니에 있어야 할 휴대폰도 없었다.
지름 길이라 여겨 길 아닌 길로 달리고 달리다가
급경사진 계곡 아래로 굴러떨어지기도 했는데
뽀족 칼 바위를 바로 코 앞에 두고 스톱이 된 것은
정말 기이한 기적만 같아 절로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아마도 사고로 이어졌다면 아무도 모를 까마귀 밥이 되었으리.
그렇게 헤메다 천신만고 끝에 수도원에 돌아 온 시각은
4시간 반이나 걸린 6시 저녁기도 시간이었다.

산책을 나가 장장 4시간 반의 등산을 하고 돌아 왔으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호기어린 동심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걸 보면
어쩜 내 인생 여정의 평생에 적용되나 보다.

어쨌거나 우연찮게 성거산을 섭렵할 수 있었던
기억에 남을 만한 특이한 경험이어서
하느님께 무척 감사드렸다.
  • 앗숨 2007.03.26 23:01
    ~.~!! 사람이나 집 한채 없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 마을들....잠시 옛 모습을 엿 볼 수 있어 흐믓합니다^^
  • 2007.03.26 23:01
    T 금석지감(今昔之感), 먼 세월의 뒤안길...그렇지요...서울대며 봉천동,신림동...빽빽히 들어선 집들의 자리에 오직 들과 산 만이 보였다면 상상이나 가질까요...ㅎㅎ!
  • 박필 2007.03.26 23:01
    정말 길 잃어버리면 큰 낭패입니다...산에서 곧잘 그런 일이 발생...
    다행이군요...몸조심...ㅎㅎ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보고픈 울 엄마...

    T 평화/ 선 아침 식사 때, 한 형제와 노래말 이야기가 나와 "형제의 18번은 무슨 노래...?"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흥얼거리던 란 노래가 떠올랐다. 란,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랄까, 다시 못오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그래서 슬픔이 절절히 베...
    Date2007.05.06 By Reply3 Views2334
    Read More
  2. No Image

    약동하는 생명의 계절

    T 평화가 온누리에... 요즘엔 성거산의 모든 생명들이, 어디 성거산 뿐이랴마는 마치 다투어 경쟁이나 하듯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 내 감성이 미처 붙따르지 못해 멍할 정도다. 열흘 전만 하여도 산과 저수지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온통 새하얀 꽃으로 덮...
    Date2007.05.02 By Reply0 Views1966
    Read More
  3. No Image

    할미꽃

    T 온누리에 평화. 선배님들 무덤가에 할미꽃이 소복히 피고 있다. 꼭 이맘때면 피어나는 할미꽃을 만나면 정말 옛적 내 할머니를 닮은 모습에 언제나 보아도 편안하고 반갑기 그지없다. 할미꽃- 따가운 봄볕을 좋아하면서도 해바라기와는 달리 당당하지도 예쁘...
    Date2007.04.05 By Reply5 Views2506
    Read More
  4. No Image

    사랑은 너무 아파!

    T 온누리에 평화가. 이렇듯 바람이 차갑고 심한 날이면 피어난 꽃들은 얼마나 추울까! 꽃샘 추위라지만 사랑을 시샘하여 불어오는 삭풍 때문. 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는 하느님을 찬양하는 계시일 수 있지만 어쩌면 바위에 부딪는 아픔의 신음 소리! 엊저녁 ...
    Date2007.04.03 By Reply2 Views2484
    Read More
  5. No Image

    봄이 오는 소리

    T 평화가 시냇물처럼 남녘땅 악양의 은둔소 자리를 보고 돌아왔다. 박경리씨의 토지에 나오는 고장. 가까이 섬진강변 벗꽃, 때를 맞춰 가던날 활짝 만개, 꽃 좋아하는 나를 환영하니 감개무량, 화사한 벗꽃 터널을 지나는 그 기분이란...!!! '봄"하면, 생각만 ...
    Date2007.03.29 By Reply1 Views2166
    Read More
  6. No Image

    동심이 발동하여...

    T 평화와 선. 얼마 전이었다. 점심을 한 후 바로 옆 능선 넘어로 산책을 나갔다. 멀리 정상에 자리잡은 레이다 기지가 한 눈에 보이고 계곡을 따라 조금만 걷다 온다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동심이 발동하여 자꾸만 멀어져만 갔다. 난 어릴 때 무척 호기심이...
    Date2007.03.19 By Reply3 Views2009
    Read More
  7. No Image

    얼마나 먹거리가 없으면...!?

    T 온누리에 평화를... 꽃샘 추위 치고는 너무 한 요즘의 날씨. 어제는 진종일 강풍에 눈발이 흩날려 절로 움추러드는 그런 날이었다. 그래선지 여기 성거산의 짐승들도 먹거리에 비상이 생긴 모양. 전에 없던 기현상이 자꾸만 벌어지고 있다. 주방 앞에 놓아둔...
    Date2007.03.12 By Reply2 Views2043
    Read More
  8. No Image

    친구가 있어 행복하지 아니한가!

    T 평화/ 선 천안행 지하철- 흔히 눈에 띄는 일 중에 삼삼오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서 어데론가 가시는 모습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아마도 가까운 온양이나 덕산 같은 곳에 온천욕을 하러 함께 가시는 모양이다. 그 만남의 장소가 지하철 종점인 천안...
    Date2007.03.10 By Reply2 Views2290
    Read More
  9. No Image

    자연- 인고(忍苦)의 경이로운 생명이여!

    T 평화/ 선 "이젠 겨울도 다 갔고 예전에 없이 서둘러 봄이 온다"고 푸념의 소리를 듣곤 했지만, 여지없이 깨뜨려진 기우(忌憂). 오후부터 시나브로 내리던 눈이 그만 폭설로 변해버려 온누리가 춘삼월 백설애애(白雪..)라! 이렇듯 신산(辛酸)한 자연의 변화무...
    Date2007.03.05 By Reply3 Views2171
    Read More
  10. No Image

    정월 대 보름달

    T 온누리에 평화. 지난 주 토요일, 몇가지 일로 상경(上京)했다가 조금 늦은 시각(7시?)에 성거읍 뻐스에서 내렸다. 늘상 그렇듯이 수도원까지 30-40여분 걷는 길이지만, 성거산을 바라보며 걸어 올라가는 이 길은 늘상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옅은 안개 구름...
    Date2007.03.05 By Reply1 Views209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 53 Next ›
/ 5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