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07.12.12 11:03

회상- 엄마와 기차

조회 수 250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기차는 그리움이다.
특히 석탄이나 디젤로 움직였던
"칙칙폭폭" 긴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내 어린시절의 기차는
요즘에는 느낄 수 없는
향수나 미지의 세상을 향한 아련함을 실어 왔다.

유년 시절
외가집, 의정부에서도 외진 수락산 자락 밑,
동막골이란 마을로 가려면 꼭 기차를 타야했다.
(그 때는 뻐스가 없었나보다)
서울역에선지 청량리역에선지 출발역에 대한 기억에 없지만,
엄마와 내가 기차에 몸을 싣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달리는 차창 넘어로 보이는 넓은 세상- 수유리, 도봉산 등지였으리-은
지금처럼 조밀한 도시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
민가가 거의 없는 평범한 시골 전경이었음에도
마냥 신기하기만 했으니,
아마도 엄마와 함께 어쩌다 외가집엘 가는 설레임 때문이었으리.
그리고 거기엘 가면,
날 귀애해 주시는 외할아버지,할머니며 외삼촌들이 계셨고
뒷 곁 나즈막한 산으로 가면 밤나무가 많아
때로는 지천으로 떨어져 있는 알암을 줍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엄마가 간혹 나를 데리고 어델 가시려면,
평소와는 달리 꼭두새벽부터 치장을 해야했다.
세수를 빡빡시키시고- 그럴 때마다 대조적으로 살살 씻겨주시는
할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은 그렇게 좋을수가!- 얼굴과 손에
로숀을 잔뜩 발라 주셨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로숀의 그 향긋함이 싫지 않았음에도
나는 로숀 바르는 걸 몹시 싫어했다.
로숀하면 엄마의 외출 표시 암시이니까,
정작 엄마의 외출이 달갑지 않았던 게다.

엄마와 함께
의정부로 향하는 기차 차창 밖으로
호기심 가득찬 치기어린 소년에겐
온 세상이 다 신기하기만 했으니,
꿈이 현실로 이뤄지는 행복 자체였다.

그런데 요즘이면 1시간 남짓 갈 수 있는 거리임에도
그땐 왜 그리 기차 시간이 길었던지...
마냥이어서, 족히 2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의정부가 가까와지면
도봉산 아래 넓다란 미군부대가 보였고,
때로는 무얼 잘못했는지, 산 쪽으로 쫒기는 이가 보이고
그 뒤를 총을 쏘아대며 쫒아가는 미군!
그럴 땐 어린 맘에도 아무리 잘못했어도 동족에게 총뿌리를 겨누는
양코배기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어
적개심마져 솔솔 일어나는 거였다.

의정부역에서 내려서도
외가집에 닿으려면 제법 큰 냇물, 징검다리를 건너
족히 30분 정도는 걸어야 하는 먼 거리였지만,
외가 동네가 한 눈에 들어 와선지 마냥 신나는 걸음걸이였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깍깍...!" 짖어대는 까치 소리.
낯선 손님에 대한 상큼한 예우소리가 그리 싫지는 않았다.

엄마와 기차-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여전히 현실을 가능케하는 아름다운 회상들.
곱디 고운 엄마의 모습- 우리 엄마가 예뻤다는 걸 그땐 전혀 몰랐는데
세월이 훨씬 지나 사진을 보니 '와-! 엄마가 참 예뻤다'.
그런 엄마의 나들이 옷 중에 유난히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까만 비로도 치마였다.
비로도의 보드란 촉감이 내 조막손에 자근자근 느껴지면서
엄마와 내가 동리에 들어서면,
우선 엄마는 여러 어른들을 만나 그동안의 소식을 들으시며
때로는 뉘 돌아가셨는지 엄마의 눈에선
금방 닭똥같은 눈물 방울을 뚝뚝 떨어졌고,
그런 엄마의 슬픈 모습을 보는 건
참으로 싫었고 나도 맘 속으로 울음이 나왔다.

그랬다.
기쁨인 듯 슬픔이련 듯
하얗게 긴 하품을 토하며 달리는 기차는
어쩌면 영원을 향해 끊임없이 내달리는
한 켠 내 마음과 같다고나 할까.

하늘 엄마가 보고프면
영락없이 기차의 기적 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8 참 행복...? T 온 누리에 평화 행복을 생각하면 예수님의 이 떠올려지지만 실생활에 실천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리고 식자입네 하는 사람들이 아는 지식이 ... 김맛세오 2011.12.15 2363
427 쭈꾸미 잔치 T 평화가 온 누리에 가득 내 생애 쭈꾸미탕을 그렇게 맛나게 먹은 건 처음일게다. 몇달 전, 성거읍에서 천안시내로 이사를 한 꼬마 요한이 다 저녁에 전화를 했다... 2 2008.04.04 2083
426 짧은 만남 긴 여운- 온야떼의 수녀님들 T 가득한 평화 지난 여름, 8월 바스크와 스페인에 순례할 행운의 시간을 가졌었다. 마침 든든한 안내자 우요셉 신부님이 거기에 계셨기에 내 발길은 진작부터 그 ... 2007.02.08 2505
425 진주 빅토리아 할머니와의 만남, 고별 T 평화와 선     며칠 전, 빅토리아 할머니의 장례미사에 참석코자 전 날, 진주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하기사 할머니가 영면하시기 일주일 전쯤에, 갑짜기 할... 김맛세오 2021.07.26 701
424 진정한 내 친구이자 이웃...? T 온 누리에 평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오면서, 진정한 제 친구들이자 이웃은 뉘(무엇)일까?"   사람일 수도 있고 사람이 아닌... 김맛세오 2014.07.28 1618
423 지리산 둘레길의 '다랑논' T 온 누리에 평화 지난 5월에 8명의 형제들과 함께 '도보 피정'을 하였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습니다. 특히 20여년간 찍어온 사진 중에, 그... file 김맛세오 2014.09.02 1939
422 지렁이를 만날 때마다... T 온 누리에 평화   여기 정원에는 작고 큰 지렁이 가족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풀을 매거나 거름을 주려고 구덩이를 파려면 어김없이 서너마리씩 보입니다. ... 김맛세오 2013.06.04 2144
421 지난 주 이야기... 주님을 찬미합니다~!!! 지난 주 목요일(9월16일) 저는 퇴근시간인 오후6시가 되자 사무실을 나와 은행동 으능정이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대전시내를 잘 아시는 분... 1 김성호 돈보스코 2010.09.20 2646
420 지극히 복된 망중한(忙中閑)의 하루 T 평화와 선 지난 토요일, 언제부턴가 약간의 치매기로 입원중이신 양마리아(OFS) 할머니를 뵈어야겠다는 생각에, 오후에 안성형제회에 갈 일이 있기에, 마침 집... 김맛세오 2011.11.21 2567
419 즐거운 불면(不眠) T 온누리에 평화 간 밤 꿈에서 깨어 눈을 떠 보니 2시가 좀 넘었다. 어제 오후 중노동을- 줄무덤 성지 가는 능선을 따라 품위있는 소나무들이 있어 주변 잡목들을... 1 2007.02.20 2271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