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12.02 10:59

수리산 다람쥐

조회 수 153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오래 전, 그러니까 한 20년 정도는 되었을 겁니다.

그 시절에는 쉬는 날이면 서울에서 가깝고도 먼 산을 얼마나 많이 찾아 등산을 했었는지...!

 

그날은 파스칼 형제(수사)님과 둘이서 가까운 산본의 수리산을 택하였습니다.

등산이라 하기보다는 산보라고 해야 더 적절한 표현이 될 것 같은 낮은 산이지요.

둘이서 주거니받거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고개 하나를 넘어 오래된 작은 사찰인 수리사가

빤히 올려다 보이는 계곡 아랫 길을 걷고 있었지요.

 

저희들 앞길에 어린 다람쥐 한 마리가 보이는 겁니다.

길에 나와 노는 행동이 전혀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순진무후의 모습이었습니다.

파스칼 형제님 왈- "어, 다람쥐 새끼가 겁도 없네!  내가 붙잡고 있을 테니, 형제, 사진을 찍어봐요."

등산을 할 때에도 늘 사진기를 메고 다니는 저였기에, 그 형제님의 생각엔 천방지축 무서움도 모르고 노는

새끼 다람쥐의 모습이 좋은 피사체의 기회라 여겼던 것이죠.

순간적으로 저는, "아니, 형제님!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어떻게 행동하나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어 볼래요?"

어린 다람쥐라 사람의 손에 쉽게 잡히겠지만, 그 두려움이 얼마나 클까를 지레 염려한 것이지요.

 

그렇게 둘은 가던 길을 멈추고, 새끼 다람쥐의 동태를 일거일동 지켜보았습니다.

그 때 조금 떨어진 곳에 어미 다람쥐가 나타나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람을 피해 영역을 벗어나야 하는데, 새끼는 전혀 낌새도 알아채리지 못하고 마냥 사람 앞에서

제 할 일에만 정신을 쏟고 있는 형국이었으니, 어미의 애간장이 오죽 했겠습니까.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얼마쯤 흘러가자, 어미 다람쥐의 태도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처음과는 달리 저희 사람이 새끼를 해칠 존재가 아니라는 믿음이 어미의 마음에 서서히 자리한 것이지요.

 

이제는 새끼와 어미와의 동태가 재미있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미가 새끼의 정수리 부분을 톡톡톡 가볍게 쪼아대며 앞장을 서는 거겠죠.

그렇게 길섶 나무에 오르내리는 학습을 반복해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새끼가 딴청을 부리면 어미는 다시 되돌아와 주둥이로 새끼의 머리에 톡톡톡 싸인을 하는 거죠.

 

그렇게 다람쥐 세계의 학습 과정에 열중한 결과,

아하!  다람쥐 세계에서도 그냥 저절로 살아지는 게 아니라 자라면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저는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믿음이나 신뢰>라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 하는 것을 깨달았고,

자못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간 존재의 내면이 참으로 잘못되어 있어, 자칫 자연에 대한 파괴의

주범일 수 있다는...경각심을 배운 좋은 체험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람쥐 엄마와 새끼의 훈훈한 학습 현장을 뒤로하면서

마음으로, "안녕, 다람쥐야, 건강하게 잘 지내렴!", 작별을 고하고 가던 산길을 재촉했습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8 오메, 가을이 흠뻑 물들었네! T 온누리에 평화. 올 가을 단풍은 오랜 가뭄 탓으로 전국이 별로란다. 며칠 전 실재로 지리산 곁을 지나칠 때 나뭇잎들이 물들지도 못하고 마싹 말라 떨어지는 걸... 1 2006.10.29 2078
257 정월 대 보름달 T 온누리에 평화. 지난 주 토요일, 몇가지 일로 상경(上京)했다가 조금 늦은 시각(7시?)에 성거읍 뻐스에서 내렸다. 늘상 그렇듯이 수도원까지 30-40여분 걷는 길... 1 2007.03.05 2078
256 다시 가야 하는 길 살고 있는 아파트 리모델링를 하고 있다. 갑자기 벽에서 물이 셌다. 이미 공산주의 때 지어진 건물이라 노후가 많이 됐다. 몇 주 전에는 윗집 화장실(수도 물과 ... 2 로제로 2008.11.28 2078
255 엠마오 길에서 만난 할머니 T 평화가 시냇물처럼... 지난 부활대축일 미사를 마치고 공동체 행사로 제법 먼 진주로 엠마오 길을 다녀 왔다. 세 형제들은 본당 형제와 함께 오랫만의 해후를 ... 2010.04.18 2078
254 만일사(晩日寺)로의 나들이 T 평화가 온누리에... 옆 계곡 산 넘어에 만일사라는 자그마하고 오래 된 절이 있다. 4km 정도 걸어서 스님들께 석가탄신을 축하해 드리려 집을 나섰다. 종교는 ... 2 2009.05.02 2079
253 평화, 정의가 싹트는 세상 T 평화가 시냇물처럼... 어쩌다 성거산 길을 오르내리노라면, 눈이 쌓이고 삭풍이 불어대는 골짜기에 언제나 그렇듯 얼음 속으로 흐르는 예사로운 시냇물 소리는 ... 2 2009.12.31 2080
252 깊은 산 속 친구들과 함께 T 온 누리에 평화를... 조용하기 이를데 없는 환경을 '절간'같다고들 한다. 어제 이곳 '성거산 수도원'으로 내려와 첫 하루를 묵었다. 복잡다단한 도시에서의 삶... 2 2006.09.12 2081
251 쭈꾸미 잔치 T 평화가 온 누리에 가득 내 생애 쭈꾸미탕을 그렇게 맛나게 먹은 건 처음일게다. 몇달 전, 성거읍에서 천안시내로 이사를 한 꼬마 요한이 다 저녁에 전화를 했다... 2 2008.04.04 2083
250 성거산의 봄 꽃 잔치 T 평화가 시냇물처럼. 바야흐로 다투어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만개한 진달래와 개나리 앞에 서면 꽃샘 추위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구나 하는 반가움에 ... 2010.04.21 2085
249 도심산행(都心山行)의 즐거움     T 평화/ 선   예전 한창 영어를 배우던 시절에 외웠던 한 귀절- &quot;He is happy that things himself.&quot;(행복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만이 행복... file 김맛세오 2013.11.21 2085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