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12.08 13:29

입을 복, 먹을 복

조회 수 14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가 강물처럼...

 

어린시절, 저희 집 마루 선반 위엔 거의 늘 꿀단지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가짜 꿀이 아니어서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당도가 높은 진짜 자연산 꿀이었던 거죠.

그런데 저는 워낙 먹는 데 신경을 쓰는 아이가 아니라, 할머니가 "얘야, 꿀 좀 먹으련...?"하고 권하셔야

그럴 때마다 너무 달아 조금밖에 먹지 않았지요.

그리고 그 먹거리가 매우 궁했던 그 시절에 쪼코렡, 과자...따위가 어디 그리 흔했던가요.

어쩌다 그런 맛난 게 생기면 혼자 먹는 건 언감생심, 꼭 형이 나타나야 나누어 먹곤 했지요. 

 

몸에 걸치는 것들 역시 좋고 호사스런 것엔 별 관심이 없었던 게,

바로 위로 잘 사는 외사촌 형이 있어 그 형이 쓰던 학용품이며 가죽 가방, 가죽 구두...등들은 영락없이 제 차지였던 것이죠.

그런데 그 시절 제 주변에 그런 고급품을 쓰는 아이들이 눈씻고 보아도 없으니, 저만 눈에 튀는 게 정말 싫어

엄마가 얻어오신 그런 물품들을 잘 쓰기는커녕 안쓰겠노라 칭얼대기가 일쑤였죠.

"저 녀석은 좋은 게 있어도 못마땅해 하니...원, 참!" 하며 유별나해 하시는 엄마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

 

그렇게 고급 가죽가방, 구두...들은 곁눈질도 주지않아

결국 어른들도 제 고집에 손을 드시고 마는 거지요. 

 

아마도 그런 몸에 밴 어린시절이 있었선지

생기기도 잘 생기고, 좋은 것이 있으면 혼자만 챙기기보다는 우선 형제들과 나누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답니다.

 

성거산에서 지낼 때 일이 떠오릅니다.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주기 좋아하는 세라피노 형제 역시

청주지구 재속회 활동을 했던고로 아마도 축일 때나 특별한 경우에 회원들이 고마움의 선물로

사랑하는 우리 신부님이 겨울이면 추운 성거산에서 하마 춥게 지낼새라 최고급 모직 티...따위를 해주었던 거예요.

그런데 그것들을 세탁을 잘못한 바람에 전부 쫄아들어 결국 덩치가 작은 제 차지가 된거죠.

새로 산 것들이 아니어도 그 이후로 겨울마다 따뜻하게 잘 입고있으니, 이만하면 입을 복도 많은 거 아닌가요?

겨울이 오면 세라피노 형제와의 생각들이 떠올라 입고있는 옷들이 다시금 따사로워지며 참으로 고마운 거지요.

 

어디 살아가면서 위의 한 두 사례 뿐입니까.

입은 짧지만 걸핏 맛난 먹거리도 잘 생기고, 그리 호사는 즐기지 않지만 잘 입고 지내니

남(특히 지나치게 호의호식하는 사람들)부러울 게 하나도 없는 겁니다.

 

어릴적부터 어른들로부터 나눔의 실천을 잘 몸에 익혔으니

검소한만큼 하느님께서 다 채워주시어 부족할 게 없는 것이고,

분수에 넘치는 것들일랑 부족한 이웃들에게 나누고 공유하며 살아간다면

거리의 자선남비가 아니더라도

이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7 일상의 만남들 T 각 가정의 평화를 빌며. 그젠 등촌동의 율리에따 할머니가 따님과 함께, 그리고 어젠 3회원이신 두 자매님이 위령성월의 끝자락에 연도를 하시러 이곳을 다녀 ... 2007.11.29 1968
366 일본에서의 "교환체험기"(1) (이 글은 작은 형제회 "한알" 지에 실린 글입니다. ) 글 재주가 없는 저에게, "무언가를 써야한다는 것" 은 늘 곤욕스러운 일입니다만, 그러한 어려움 안에서도 ... 오스테파노 2006.01.24 3335
365 인조지상정(人鳥之常情)...? T 평화가 함께 인조지상정- 사람이나 새나 보통 느끼는 정. 글쎄, 사람에게만 정(情)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나는 새나 미물에게도...심지... 2009.07.05 1874
364 인왕산(仁旺山) 길 T 평화와 선 치통으로 마지막 씹을 수 있는 이를 뽑아 근 2주 정도 죽 만을 먹고 지내는 힘든 요즘입니다. 꼭 사순시기에 맞추어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보면 어지... 김맛세오 2012.03.11 2321
363 인왕산(仁旺山) 길 T 평화와 선 치통으로 마지막 씹을 수 있는 이를 뽑아 근 2주 정도 죽 만을 먹고 지내는 힘든 요즘입니다. 꼭 사순시기에 맞추어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보면 어지... 김맛세오 2012.03.11 2462
362 인왕산 호랑이...? T 평화/ 선   이렇듯 가까운 곳에 마음만 먹으면 기꺼이 산책이나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바로 지기지우(知己之友)와 같은 ... 2 김맛세오 2015.02.16 1706
361 인생... T 평화와 선 유난히도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이 겨울! '살아간다는 의미'가 더욱 절실해지는 까닭에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예민해 지기도 한다. 예년 ... 2011.01.09 2542
360 인생 T 평화가 온누리에... 아침부터 무섭게 쏟아지는 장대비를 보고 있노라니 여기저기 인명 피해가 많으리란 생각에, 염려한들 자연재해 앞에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 2 김맛세오 2011.07.27 2736
359 인도 체험기 인도로 가는 길.... 2005년 2월 5일부터 12월 5일까지 만 10개월을 인도에서 살았다. ‘해외 교환체험’이라는 정식 명칭 있지만, 이 말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지나... 이 프란치스코 2006.03.07 2298
358 이홍재 목사님 T 온누리에 평화 세월의 먼 뒤안길 다시 뵙고픈 몇 분이 늘 내 안에 자리해 있다. 아주 어린 동지기(현 현충원 자리) 꼬맹이 시절, 서글서글하시던 옆 집 아줌마-... 2010.10.09 2555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