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12.08 13:29

입을 복, 먹을 복

조회 수 145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가 강물처럼...

 

어린시절, 저희 집 마루 선반 위엔 거의 늘 꿀단지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가짜 꿀이 아니어서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당도가 높은 진짜 자연산 꿀이었던 거죠.

그런데 저는 워낙 먹는 데 신경을 쓰는 아이가 아니라, 할머니가 "얘야, 꿀 좀 먹으련...?"하고 권하셔야

그럴 때마다 너무 달아 조금밖에 먹지 않았지요.

그리고 그 먹거리가 매우 궁했던 그 시절에 쪼코렡, 과자...따위가 어디 그리 흔했던가요.

어쩌다 그런 맛난 게 생기면 혼자 먹는 건 언감생심, 꼭 형이 나타나야 나누어 먹곤 했지요. 

 

몸에 걸치는 것들 역시 좋고 호사스런 것엔 별 관심이 없었던 게,

바로 위로 잘 사는 외사촌 형이 있어 그 형이 쓰던 학용품이며 가죽 가방, 가죽 구두...등들은 영락없이 제 차지였던 것이죠.

그런데 그 시절 제 주변에 그런 고급품을 쓰는 아이들이 눈씻고 보아도 없으니, 저만 눈에 튀는 게 정말 싫어

엄마가 얻어오신 그런 물품들을 잘 쓰기는커녕 안쓰겠노라 칭얼대기가 일쑤였죠.

"저 녀석은 좋은 게 있어도 못마땅해 하니...원, 참!" 하며 유별나해 하시는 엄마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

 

그렇게 고급 가죽가방, 구두...들은 곁눈질도 주지않아

결국 어른들도 제 고집에 손을 드시고 마는 거지요. 

 

아마도 그런 몸에 밴 어린시절이 있었선지

생기기도 잘 생기고, 좋은 것이 있으면 혼자만 챙기기보다는 우선 형제들과 나누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답니다.

 

성거산에서 지낼 때 일이 떠오릅니다.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주기 좋아하는 세라피노 형제 역시

청주지구 재속회 활동을 했던고로 아마도 축일 때나 특별한 경우에 회원들이 고마움의 선물로

사랑하는 우리 신부님이 겨울이면 추운 성거산에서 하마 춥게 지낼새라 최고급 모직 티...따위를 해주었던 거예요.

그런데 그것들을 세탁을 잘못한 바람에 전부 쫄아들어 결국 덩치가 작은 제 차지가 된거죠.

새로 산 것들이 아니어도 그 이후로 겨울마다 따뜻하게 잘 입고있으니, 이만하면 입을 복도 많은 거 아닌가요?

겨울이 오면 세라피노 형제와의 생각들이 떠올라 입고있는 옷들이 다시금 따사로워지며 참으로 고마운 거지요.

 

어디 살아가면서 위의 한 두 사례 뿐입니까.

입은 짧지만 걸핏 맛난 먹거리도 잘 생기고, 그리 호사는 즐기지 않지만 잘 입고 지내니

남(특히 지나치게 호의호식하는 사람들)부러울 게 하나도 없는 겁니다.

 

어릴적부터 어른들로부터 나눔의 실천을 잘 몸에 익혔으니

검소한만큼 하느님께서 다 채워주시어 부족할 게 없는 것이고,

분수에 넘치는 것들일랑 부족한 이웃들에게 나누고 공유하며 살아간다면

거리의 자선남비가 아니더라도

이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8 워싱톤 자매님 T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 그리고 선. 요즘 며칠간 즐거운 비명 속에 지냈다고 할까. 그제 2일 저녁엔, 요한이 엄마와 세레나 자매님이 내 생일 전야제를 마련해 주... 2008.10.04 1711
147 인왕산 호랑이...? T 평화/ 선   이렇듯 가까운 곳에 마음만 먹으면 기꺼이 산책이나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바로 지기지우(知己之友)와 같은 ... 2 김맛세오 2015.02.16 1709
146 봄나물의 수난 T 온 누리에 평화 오래 전 유학 시절의 일이다. 같은 동네에 한국인 신자 가족이 있어 주일이면 우리 수도원으로 미사를 오 곤 했다. 미사를 마치고 '고사리' 얘... 2008.04.23 1696
145 [re] 깊어가는 가을 산 http://blog.daum.net/god-nim맛세오 수사님, 저는 수사님께서 제가 정동회관에서 결혼할 때 사회를 봐 주셨던 사람입니다. 벌써 28 년이란 세월이 흘렀군요. 그 ... 아녜스 2009.10.24 1685
144 연약함과 십자가 T 평화가 강물처럼 공사가 한창 마무리 단계에 있는 이곳, 비는 별로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철철 내리는 빗소리...! 농사짓는 분들에겐 ... 1 2008.06.05 1672
143 포르치운쿨라 행진 3일째 소식 나눔 도보순례 목적ᆢ기억과 회개 도보순례 장소ᆢ고당공소~ 마명리 아름다운 고당공소... 공소 신자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드렸다. 신자수가 40명쯤 ... file 홈지기 2015.07.21 1670
142 구절초의 계절이 돌아 왔군요! T 평화가 강물처럼... 어제, 서울 제기동에서의 지역회의가 있어 모처럼의 외출을 하고 새까만 밤에 돌아왔다. 날씨가 흐려서 걸어 올라오는 길이 매우 깜깜했지... 2008.09.25 1661
141 퐁퐁 샘솟는 연못 T 평화가 샘물처럼... 요즘 성거산엔 리모델링 작업으로 무척 조용하던 주변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고, 덩달아 해야할 일이 많아 코눈 바꿔 뜰 새가 없다. 그런던... 1 2008.06.22 1661
140 "하늘 나라가 가까이..." 산다는 것의 의미 T 평화를 빌며...     최근 산청, 성심원에서 3일간의 연수가 있어 다녀왔다.   3일 내내 그곳은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으로 시원한 해갈의 시간을 마주할 수 ... 김맛세오 2015.07.09 1658
139 '무지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T 평화와 선   2015년도의 전반기를 반추해 보면, 지난 5월 30일-6월 7일까지의 제주도 올레길 피정이 단연 1위란 생각이 드니 그마만큼 진한 추억으로 남아... 김맛세오 2015.09.01 1653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