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0.05.19 04:16

곤즐박이 새 부부

조회 수 2533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샘물같은 평화

한 차례 새하얀 산벚꽃이 지나간 봄의 자리에
연초록 봄의 이야기도,
어느덧 짙푸러져만 가는 성거산의 모습!
쥐방구리 드나들 듯
유리 문을 여닫을 때마다,
곧바로 건너다 보이는 후원의 기와 담장에
알에서 깨어나온 곤즐박이 아기 5마리가
인기척만 나도 어미인 줄 아는지 입을 짝짝 벌리 곤 한다.

오랫만에 시원히 내리는 비를 대하면서
먹이를 구해야 하는 새 어미들이 심히 걱정스러워졌지만,
곧 나의 기우(忌憂)였을 뿐...
우중(雨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먹이를 물어 나르는
어미 새들의 부지런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 온다.

알에서 깨어 나온지 벌써 일주일이 넘어
며칠 후면 곧 날개짓을 할 새끼들이니,
그만큼 많은 먹이를 구해야 하는 어미들의 노고가
참으로 가상스럽기만 하다.

* * *

갑짜기 측은지심(惻隱之心)에 대한 회상이 떠오른다.
오래 전 산청, 성심원에서 잠깐 지낼 때였다.
카나리아 한 쌍을 길렀는 데,
어찌나 부지런하고 금슬이 좋던지
쉼없이 알을 낳아 깟고 새끼를 잘 길렀다.
같은 무렵 밖의 처마 밑엔 굴뚝 제비가 둥지를 틀어
새끼를 품고 있었지만,
뭔 연고인지 그 중에 한 마리를 자꾸만 밀쳐내어 땅바닥에
떨어뜨리곤 했으니,
오가는 길에 여러번 다시 둥지에 넣어주어도
어김없이 땅바닥에서 바둥거리는 불쌍한 새끼!

그래서 혹시나 하며 비숫한 또래의
카나리아 새끼들 틈에 넣어 주었다.
제 새끼가 아닌 카나리아 어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제비 새끼는 배가 고파 바둥거리다 지쳐버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그런데 기적처럼 카나리아 어미는 제 새끼도 아닌
제비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버려졌던 굴뚝 제비 새끼는
카나리아 어미 품에 길러져 건강하게 잘 자랐다.

측은지심은,
만물의 영장인 사람 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교훈을...
회상처럼 잊혀지지 않는 카나리아 어미들!
  • 변마르타 2010.10.31 09:07
    동물도 자기 새끼도 아닌 것을 그리 잘 보살피는데.
    인간이...자기 새끼들도 제대로 못 보살피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저 역시도 아주 좋은 교육을 시켜주지 못한..
    제 기분에 좌우되어 자식들을 양육하던 젊은 시절이 떠 올라서
    조금은 아쉽던 마음이 들던 새벽이었는데 이런 글을 접하게 되네요. ㅎㅎ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사랑과 영혼...! T 평화/ 선 그제 새벽에 교통 사고로 재속회원이신 김젬마 자매님이 하느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자매님의 영혼이 떠나시기 전에 하시는 말씀- "수사... 김맛세오 2013.01.18 2817
57 잠자리 묵상? T 평화와 선 지난 두 주간은 고통의 날들이었다. 한 번이 아닌 두 번씩이나 벌에 쏘인 것이 병원엘 가도 소용이 없었고, 오히려 민간 요법인 부황을 떠 독을 뽑아... 2 김맛세오 2011.07.20 2821
56 친 자매같은 시누이와 올캐 T 한아름 가득한 평화 며칠 전 정동으로 올라 온 저를 보러 두 자매님들이 다녀 가셨지요.. 성 다미아노 집에서 함께 차를 들면서 오랫만의 해후를 허심탄회하게 ... 김맛세오 2012.02.28 2847
55 정원의 풀(잡초?)을 뽑으며... T 평화 세상에 잡초가 어디에 있습니까. 인간의 이기에 의해서 풀과 잡초를 나누는 이분법의 잣대가 저로서는 별로 탐탁치 않습니다만, 잔디를 가꾸려다 보면 어... 1 김맛세오 2012.05.16 2869
54 기다림의 행복 T 온누리에 평화를. 눈이 살짝 덮힌 여기 성거산 겨울과 함께 이 시작되는 시기. 대림초 주변에 꾸밀 소박한 소재를 찾아 헤메다 드디어 졸졸 흐르는 계곡 근처 ... 9 2006.12.04 2873
53 어미 방아깨비 T 온 누리에 평화 어디 산고(産苦)가 사람 엄마들 만이 겪는 고통일까. 오늘 선배님들의 묘지 주변을 거닐다가 하마트면 밟힐뻔한 방아깨비 1마리가 눈에 띄었다.... 김맛세오 2011.11.21 2874
52 청원기도보다는 감사기도를... T 평화와 선   요즘 며칠동안 '어떤 기도를 하며 살아가는 내 자신일까?'를 계속 묵상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기도 내용이 감사보다는 ... 김맛세오 2013.10.17 2889
51 도룡농이 철 T 평화가 샘물처럼... 벌써 2주 정도 전이었으리... 모처럼의 외출에서 돌아 온 깜깜한 밤 길 거의 집에 도착했을 즈음이었다. 큰 연못엔 아직도 두터운 얼음이 ... 1 2010.03.04 2892
50 강화도 글라라회 수녀님들 T 평화/ 선 배요셉 신부님과 약속이 되어 4년 만에 간 강화도 창후리 길은, 이미 벚꽃 따위가 다 저버린 서울과는 달리 지나는 곳마다 개나리며 진달래, 벚꽃이 ... 김맛세오 2012.04.25 2895
49 비단 잉어 T 온누리에 평화... 이곳 큰 연못엔 작년에 어느 지인이 넣어 주신 비단 잉어 5마리와 향어 2마리가 있어, 늘 대문을 오갈 때마다 그 유영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2 김맛세오 2011.04.12 2917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