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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

 

얼핏 지나간 옛 일이 떠집니다.

천안 근교 깊은 산 속, 성거산 수도원에서 지냈을 때(2006∼2012년)의 일이죠.

 

어느 할아버지가 손뼘만한 크기의 작은 무궁화 묘목을 적잖이 가져다 주셨습니다.

수도원 건물을 리모델링한 직후라 무엇이든 심을 수 있는 공지 면적이 많아,

피정집에서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다 가로수처럼 1m 정도의 간격으로 심었죠.

땅이 기름져서 무엇이든 심으면 잘 자라는 그곳이라, 어린 무궁화들이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크게 자라면서부터, 어디서 생기는 건지 손가락만한 크기의 징그런 송충이들이

어린 무궁화 잎을 갉아먹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냥 두었다간 며칠 새로 무궁화를 요절낼 듯한 기새여서, 눈에 띄는 족족 잡아주었지요.

 

하지만 매일 새벽에 무궁화의 근황을 살피러 나가면 어김없이 또 다른 녀석들 서너 마리가 달라붙어

연한 어린 잎들을 맛나게 갉아 먹고있겠지요.

아마도 무궁화 잎은 송충이가 먹기에 연하고 맛있는가 봅니다.

그런 송충이들과 무궁화의 관계를 물끄러미 보노라면, 때로는 열강에 둘러쌓인 조그마한 땅덩이

우리 나라에 비견이 되어 자못 안스러워지는 겁니다.  왜 하필이면 우리 나라 국화가 무궁화일까...!???

 

그렇게 매일 잡아주어도 끊임없이 생기는 송충이들!

그때는 잡아주기에 급급했을 뿐 그다지 의문을 갖지 않았습니다.

 

시간과 거리를 멀찌감치 떼어놓은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자연의 신비!"라고 일축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의문나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제가 잡아준 송충이들의 근본 존재는 무었일까?

수많은 종류의 아름다운 나비들 전신이 바로 징그러운 송충이라는 것- 그렇다면 저는 송충이 만을 해한 것이 아니라

나비들 세계의 개체수 줄이기에 일조한 격이 아닙니까.

그리고 그 잡아죽인 송충이의 종류가 어떤 나비였을까...꼬리에 꼬리를 문 의문을 갖다보면,

호랑나비일 수가 있고 태극나비, 아니면 부전나비...아름답고 눈부신 나비의 세계가 가히 신비로움 그 자체인 겁니다.

 

어쨌거나 매일 새벽마다 잡아 준 송충이들 덕분에

반대로 어린 무궁화들은 무럭무럭 튼실하게 잘 자라주어 갖가지 빛갈로 지금은 제 키보다 훨씬 크게 자라고 있답니다.

그렇게 자란 무궁화들이, 어쩌다 그곳엘 가면 "하∼이, 맛...님!"하며 반가히 인사를 건네  겠지요?

 

그렇습니다. 

자연과학자도 아닌 제가 어찌 그런 신비의 관계를 알겠습니까.

다만 우리 주관의 잣대로 자연을 쉽게 판단하여 자칫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겠다는 것.

 

다음엔 도룡농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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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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