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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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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 선

토요일마다 수녀원으로 미사를 드리려 갑니다.
미사에 가기 전 새벽 6시가 좀 못 되어 저 아래 저수지까지
산보하기 위해 걷습니다.
새벽 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차가운 초겨울 공기에 흠뻑 취해선지
그 맑음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북두칠성과 함께 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들을 보며 밀어를 속삭일 때마다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며 사랑할 수 있는 내 자신의 존재감에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절로 감사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내리막 길 양 쪽으로 빽빽히 들어찬 나목들을 의식하면
무엇보다도 한겨울에 잔뜩 채비 차리는 인고(忍苦)의 모습에
차라리 그 거룩한 면전에 숙연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리곤 엊그제만해도 곱고 화사했던 단풍들 빛갈들의 추억이
새삼스러워져 내 인생 여정을 다시금 반추하게 됩니다.
내 인생 역시 고왔던 추억들이 얼마나 많았던가...하는...

한편 질서정연한 자연의 행보에 비하면 시간에 얽매어 살아가는
우리네 속 사정엔 낙엽처럼 떨구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자연의 일부분이면서도 자연이지 못하게 살아 온 부끄러움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낙엽을 통해, 별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초겨울 날씨에
연못의 비단 잉어들도 물밑 동면에 들어가는지 아예 먹는것도 접어두고
바닥에서 거의 미동도 하지 않는 걸 보면, 곰같은 동물 만이
겨울 잠을 청하는 것이 아니가 봅니다.
나목들 역시 낙엽을 훌훌 떨어버리는 것은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한 채
동면에 드는 것일 테지요.

이렇듯 겨울나기를 위한 자연의 갖가지 동면(冬眠)처럼,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나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내 인생 여정 역시 어디만큼 와 있을까도 고려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동면이 아닌 영면(永眠: 영원히 잠드는)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야 함을 생각하라."
아무것도 남김없이 떠날 적에
죽음에서 부활로 옮아가는 절묘한 이치를
자연의 질서 앞에서 깊이 깨닫게 됩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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