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1.12.13 16:18

물고기 형제 자매들

조회 수 258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 선

여기 막바지 길가엔 작은 계곡이 있어
오르내릴 때마다 심심치가 않습니다.
우선 조잘거리는 계곡물이 늘 가던 길 멈추게 하며
곧잘 말을 건넵니다.

"형제여, 또 어디를 그렇게 잰 걸음으로 가는 거지요?"
"응, 오늘은 저 먼 나라의 아는 친지들께 오랫만에
성탄 카드를 부치려고 읍내 우체국엘 가는 길이란다.
그렇게 묻는 너는 요즘 좀 추워 보이는구나!"

"춥기는요, 작은 물고기들도 우리 품 속에서 잘 견디는데요."

"물고기? 그래 나도 가끔 작고 큰 소마다 고기들 노니는 모습을 봤단다."

"그런데요, 요 아래에 어떤 아저씨가 물고기 친구들을 잡으려고 통발을
쳐놓았거던요. 잡아다가 매운탕을 끓이려고...!"

"무시라? 매운탕...!!!"

확인을 해 보니 정말 뉜가 통발을 물 속에 놓아
벌써 물고기 몇 마리가 잡히어 통 속 좁은 공간에서 파닥거리고 있는 게
아닙니까.

"아유, 불쌍한 물고기 형제 자매들!"

그렇게 해서 물고기들을 풀어 주고 통발은 멀리 보이지 않는 윗 쪽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그날 잠자기 전에 가만 생각해 보았습니다.
틀림없이 겨울 천렵하는 사람들이 군침을 삼키며 매운탕거리를
계곡마다 뒤질 테니...어쩐다?

그래서 다음 날 옮겨놓은 통발이 있는 곳으로 가 보니,
손폄만한 크기의 고기가 3마리, 작은 것이 2마리가
통 속 영어의 몸이 견디기 어려운 듯 아우성거리고 있는 게 아닙니까.
우리 집 큰 연못으로 옮겨 놓으면 안전상 전혀 위험할 염려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물고기 형제 자매들이여,
이곳 넓은 연못에서 평화로이 지낼 수 있을 테니...
또 먼저 식구들인 비단 잉어 가족들과도 잘 어울려 지내렴."

그렇게 발견된 통발 사건으로
오늘은 자그만치 15마리나 연못으로 옮겨 주었답니다.
내일도 모레도 당분간 구세주 역할을 해야겠습니다.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 속 고기들을 보면
여자나 남자나 첫 일성(一聲)으로, "야, 매운탕 해 먹으면 맛 있겠다!'
라고 탄성을 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엔 그런 것이 자연스러웠겠지만
가는 데 마다 넘처나는 풍부한 먹거리의 요즘 시절, 이제는
생각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맙다, 늘상 성거산 골짜기 소식을 알려주는 계곡아,
크고 작은 사랑스런 물고기 형제 자매들이여,
그렇듯 하느님을 찬미하는 너희들이 있어 이 성거산의 추운 겨울이
마냥 훈훈해 지는구나!!!"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8 안성을 오가며... T 평화가 강물처럼. 매월 한번씩 어김없이 안성을 다녀온다. 남다른 인연으로 그곳 재속 형제 자매님들과 만나기 위해서다. 안성하면 무엇보다도 몇 년 전에 하느... 2 2007.09.30 2065
237 알라스카의 변(變) T 평화와 선. 처음엔 그랬다: "그 추운 동네엔 뭣하러 간다요...비싼 여비를 들여가면서...? 가실려면 두 분이나 다녀 오셔요." 지난 여름(6월 중순경) 숙모님의 ... 4 2006.09.22 2155
236 알래스카의 눈물 T 평화와 선   우리 정원의 텃새, '직박구리' 가족마져도 피서를 간건지, 상큼한 새 소리를 들으며 새벽 눈을 뜨 곤했는 데... 길고 긴 장마와 습도 높은 이... 김맛세오 2013.08.01 2544
235 앵초의 계절 T 평화가 온누리에... 진달래, 산벚꽃, 철쭉,...순으로 산을 수놓더니 지금은 바야흐로 '앵초'의 계절이라! 이곳 담장 바로 밖으로 자연 습지가 조성이 되어 있어... 2 김맛세오 2011.05.11 2554
234 야생화 자매들의 천국 T 평화가 온 누리에 가득 성거산(聖居山)은 야생화 천국, 지금,다투어 피어나는 야생화 자매들로 숲 속마다 아우성이다. 아마도 곳곳에 습지가 많아 야생화들이 ... 2008.04.25 1750
233 약동하는 생명의 계절 T 평화가 온누리에... 요즘엔 성거산의 모든 생명들이, 어디 성거산 뿐이랴마는 마치 다투어 경쟁이나 하듯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 내 감성이 미처 붙따르지 ... 2007.05.02 1954
232 어김없이 돌아온 봄,봄,봄,... T 평화가 봄 햇살처럼 지난 주 300mm 정도는 쌓였을게다 엄청 많은 눈이 내려 이틀간 눈쓸기에 바빴었다. 그런데 그것도 며칠...이내 따뜻한 봄기운에 다 녹아 버... 2 2008.03.02 1928
231 어김없이 봄이 오고있음을... T 온 누리에 평화가 오기를...   가끔 가슴이 먹먹해지면,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싯귀절이 떠오른다.   지금 한창 열기가 더해가는 평창 올... 김맛세오 2018.02.12 1439
230 어느 가구점 주인의 친절 T 온 누리에 평화   요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나 봅니다.   마침 한 할머니가 우산이 없어 한 가구점 앞에서 비를 피해 서 있었습니다.   곧 가... 김맛세오 2017.07.10 1452
229 어느 모녀의 죽음 T 평화가 강물처럼...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세상살이 욕심을 내려 놓으라는 교훈이겠다. 각양각색의 삶처럼 죽음의 모습도 참으로 다양하다는 생각이 ... 김맛세오 2011.10.28 2705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