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백성들은 제법 의젓한 말을 합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저 같으면 저의 일에 대해서만 신경 쓰는데
하느님의 일을 하겠다니 얼마나 의젓합니까?
실제로 저는 하느님의 일을 하겠다고 하지만
하느님의 일을 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전에 북한 돕는 일을 할 때
그것이 하느님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하느님 체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북한을 도우려면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자선 음악회를 계획했고,
표를 팔기 시작했는데 마침 북한이 무슨 포를 쏴서
북한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이 아주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점 초조해졌고, 그러니
만나는 사람마다 표를 사줄 사람인지 아닌지 그렇게 보는 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묵상을 하는데
수도자인 제가 사람을 돈으로만 보는 저를 보고서
그리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없이 제 힘으로 하려는 저를 보고서
생각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하느님의 일이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면 하느님께서 하실 것이니
내가 무엇을 이루려고 집착하지 말고 하느님께 맡기자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날 어떤 자매님이 자신의 결혼 패물을 가지고 와서
북한 일을 하는데 쓰라고 저의 형제에게 맡기고 가신 겁니다.
자기를 누구라고 밝히지 않고 그 귀중한 것을 주신 자매님을 보고
저는 그 자매님을 하느님께서 제게 보내신 자매님으로 믿었습니다.
제가 북한 일을 저의 일로 삼지 않고 하느님께 돌려드린 그 날
그 자매님이 나타나셨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런 마음으로 했더니 그 어려움 중에서도
8 천만 원이나 수익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3 년여의 시간이 흘러 2008년 드디어 평양에
평화 봉사소를 세우기로 했는데 다시 막바지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한 가지 저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서 그러면
우리도 그만 두겠다고 최후통첩을 하고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우리의 요구를 받아주겠다고 연락이 온 것이고
그래서 저는 즉시 성당으로 달려가 “하느님 감사합니다.”하고 기도했는데
그때 문득 내가 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가?
하느님께서 내게 감사하다고 하셔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하느님께 무엇에 대해 감사드린다는 것은
그 일이 내 일이기에 그걸 도와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거지요.
결국 저는 또 다시 그 일을 제 일로 생각하고 감사드린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자주 하느님의 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한다고 하면서 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나를 위해 뭘 하려하지 말고 너나 잘 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라.” 하시고,
길이 남아 영원히 살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면 쓸데없이 딴 짓 하지 말고
그저 주님을 믿기만 하라고 하십니다.
그런 뜻에서 주님께서는 오늘 이렇게 말씀하지요.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우리에게 오신 주님은 육신의 양식을 주시기 위해 오신 분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주시러 오신 분이라는 것을 우리가 알아 뵙고 믿으면
그것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 줄 것이고,
그것이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무료병원인 복지병원에서 월급받고 일하고 있는
제가 행려자, 즉 노숙자들을 대하는 제 속마음은 겉모습은 멀쩡한데 일해서 돈을 벌지 않고
공짜를 좋아한다는 식으로 마치 제가 인심쓰는 것처럼 그들을 밉상으로 바라보던 제 모습이
떠오름니다.
그들은 돈을 내진 않지만 무료병원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들은 자신의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이미 그들은 자존심을 내려놓아야한다는.....
누군가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을 한치도 용납하지 않는 만큼 자존심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소중한 것인데... 그렇다면 그들은 결코 돈보다 더 한것을 지불한다는 계산이
나오지 않는가........그걸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오히려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 차라리 안쓰럽다고 말해야 하고,
그들은 저에게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어느 누가
사람답게 살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하는 연민의 마음을 그들이 저에게 가르쳐 준 스승이었음을,
오히려 그들을 발판으로 삼았다는 교만함 때문에..........역으로 그들에게 고개숙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나를 위해 뭘 하려하지 말고 너나 잘 살라’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라.” .......
어제 재속회 양성 나눔에서 어느 자매가 열심한 개신교누구는 십일조를해서 세상적으로 승승장구 잘됐다고 간접간증(?)을 하는 데 제가 "자매님, 당신은 무엇을 구하려고 기도합니까?" 라고 말했다가 저를 몹시 못마땅해하는 눈치를 받았어요.ㅎ 아직도 대부분 신자들의 신앙 간증이 이런 식이어서 참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