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을 보면 주님께서는 당신이 하신 일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듣기에 따라서는 마치 주님께서 공치사하시는 것처럼 들립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그러니까 두 말씀을 엮으면 이런 뜻이 됩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은 것인데
그것은 내가 너희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만약 주님께서 제자들을 뽑으실 때 일꾼이나 종으로 뽑으셨다면
그것이 꼭 사랑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게 뽑힌 제자들도 그리 자랑스럽거나 감사할 일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일꾼이나 종이 아니라 친구로 뽑으셨고,
오늘 축일의 마티아 사도를 보면 사도단의 일원으로 뽑으셨습니다.
그러니 이런 뽑으심은 사랑인 것이고,
이런 뽑힘은 대단히 영광스러운 그래서 감사할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마티아 사도는 아주 영광스럽게 뽑힌 사도입니다.
그가 뽑힘으로 사도단은 비로소 완전해집니다.
12 사도는 이스라엘의 12 지파를 상징하고
그러므로 주님께서 12 사도를 뽑으실 때는
이 제자들로 하느님 나라를 이루시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지요.
그러므로 마티아 사도가 사도로 뽑힘은 그저 땜빵을 한 것이 아닙니다.
유다 이스카리옷이 떠남으로 하느님 나라 공동체가 불완전했었는데
마티아 사도가 뽑힘으로 불완전했던 공동체가 완전해진 것입니다.
우리도 주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고 뽑힌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믿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고, 올바른 믿음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우리를 뽑으신 것이 우리를 그저 당신 사업에
일꾼이나 종처럼 부려먹으려고 뽑으신 거라고 생각하면
하느님과 하느님의 사랑을 왜곡하는 것이 될 뿐 아니라
자신도 종이나 일꾼으로 형편없이 비하하는 것이 되겠지요.
주님께서는 우리를 당신 공동체의 일원으로 뽑으신 겁니다.
그리고 나로 인해 불완전한 공동체가 완전해집니다.
그러니 나 비록 보잘것없어도 참으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나뿐이 아닙니다.
우리 공동체의 다른 일원도 우리 공동체를 완전하게 하는 존재입니다.
그가 비록 보잘것없고 그리고 어찌 보면 오히려 말썽꾸러기일지라도
그로 인해 우리의 공동체가 완전해지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나 같은 사람은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미성숙한 사람이고,
한 사람 빠져도, 그 사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거나
그 사람 빠지면 더 좋을 텐데 하는 공동체는 미성숙한 공동체입니다.
오늘 마티아 사도 축일을 맞이하여
나는 어떤 사람인지,
우리 공동체는 어떤 공동체인지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