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때 성체 분배를 하다보면, 수많은 종류의 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손은 너무 작아, 손바닥 위에 성체를 올려놓을 때, 떨어뜨릴까 조심하게 되는 손이 있습니다. 손바닥이 성체보다 조금 더 크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떨어뜨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반면에 어떤 손은 굉장히 커서 손바닥에 놓인 성체가 너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깨끗하게 단정한 예쁜 손이 있는 반면에, 세월에 그을리고 많은 노동으로 검게 된 손도 있습니다. 그런 검게 그을린 손을 가지신 어떤 분들은 성체를 받기 위해서 손을 내미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는 장애 때문에 손이 굽어서 손바닥을 잘 펼 수 없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목발에 몸을 지탱해야 해서 손을 내밀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손의 종류도 많은 만큼,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어떤 손은 예쁘고 어떤 손은 추하다고 구분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이 내려오시는 그 손바닥이 예쁜지 추한지를 가리시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몸을 내어주심은, 그 사람이 부유하고, 가난하고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그리스도의 사랑은, 오늘 복음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제자들만을 위한 사랑이 아니라, 많은 이들을 위한 사랑입니다.
그 조건 없는 사랑을 우리는 받아먹습니다. 우리를 만드신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셨고, 이제는 빵의 모습으로 우리의 양식이 되셨습니다. 우리와 온전히 일치를 이루시고자, 우리의 입을 통해 들어오십니다. 사랑이신 분이 우리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성체를 모실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내 안에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렇게 우리는 사랑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내 안에 사랑이 가득할 때, 그 사랑은 또 다른 이들을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나의 능력이 많건 적건, 상관이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사랑이 내 안에서 움직이도록,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활동하시도록 나 자신을 놓아두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 우리 또한 조건 없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빵 뿐이기에, 아니 다른 빵들과 다르지 않기에, 아니 축성 전과 축성 후에 눈에 드러나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성체에 대해서 우리는 의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믿음의 눈으로 성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볼 수 있고, 성체 분배에서 '아멘'이라는 응답 속에서 그 사랑을 받아들일 때, 그 사랑은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 사랑 때문에 우리는 남을 용서할 수 있고, 그 사랑 때문에 우리는 나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일 수 있고, 그 사랑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우리 자신을 내어 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를 향해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내 안으로 들어오려 하십니다. 우리 안에 들어온 그 사랑이 우리를 더욱 큰 사랑으로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