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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

 

걷기피정을 작정하고 지난 5월 26일∼6월 2일까지의 제주 올레길을 택한 일은

내 인생여정에서 참으로 잘 했다 싶어 조금도 후회가 없다.

하루 꼬박 6∼7시간씩 일주일간 걸으면서 기도와 묵상 안에 침잠하면서 걸었던 그 길이,

특히 제주도 바닷가 아름다운 자연과 오가며 스쳐 지나간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참으로 좋고도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하였으니까.

 

어느 분이 묻기를..."그 정도로 매일 걷다니, 발이나 다리에 탈이 안나던가요?"

평소 매일 거의 1시간씩 걷는 습관이 있어선지, 전혀 무리가 없었던 것.

내 자신이 생각해도, 보기에 약질인 것과는 달리 능히 해 낼 수 있었다는 건

어쩌면 신체적인 면보다는 좌우명처럼 여기며 다니는 복음 말씀- 곧잘 맘 속으로 다짐해 보는 

"나는 주님 안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으로 더 큰 충전의 힘이 된 거라고 믿는다.  

 

첫 날엔 제 19 올레코스인 조천읍에 저녘 8시 반이 되어서야 당도하였다.

물어서 물어서 겨우 찾은 게스트하우스!  제 때가 한참 지나 배는 고프고 앞 뒤로 나누어 짊어진

짐 가방이 얼마나 무겁던지- 미련스레 경비를 절감할 셈으로 하루에 2끼 끓여 먹을 누룽지와 3가지

밑반찬, 코펠과 버너 여름용 침낭- 작은 덩치에 어깨가 빠개지는 것 같았으니, 애시당초 짐 무게가

너무 무리였다. 그래도 어쩔건가, 이왕지사 내쳤으니...?

그렇게 밤 9시가 되어서야 먹은 저녘- 누룽지를 끓여 강된장과 볶음 멸치, 김- 은 꿀맛같았다.

 

게스트 하우스의 한 방 다단계 침대칸엔 먼저 와 있는 2명의 외국인 젊은이들이 있어,

어디서 왔느냐고 영어로 물어보니, 미국 뉴욕에서 여러명이 왔단다. 주거니 받거니 대화가 가능해

이런저런 재미난 얘기들을 나누었다. 

 

다음 날 새벽, 밖엘 나가보니 코 앞 펼쳐진 제주도 특유의 담녹색 맑은 바닷가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육지에선 볼 수 없는 처음 대하는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있어, 역시 찬탄의 대상인 제주도!

7시쯤 걷기 시작, 바닷가를 끼고 작은 구릉을 넘어 멀리 한라산 봉우리가 보이는 가까운 조천읍의

경관은 잠시라도 시선을 뗄 수 없는 멋진 풍광!  기념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지만 나 외에 걷는 이는

아무도 없어 두리번거리고 있노라니, 마침 지긋한 연세의 부부인 듯한 두 분이 나타났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전에서 오신지 석 달이나 되신 교사 은퇴 부부시란다.

게다가 알고보니 열심한 가톨릭 신자로서 본명이 '남 스테파노, 스테파니아'이시란다.  내 신분 역시

감출 수 없어, 몹씨 반가와하시는 그 표정이야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그날은 처음 만난 그분들과 주거니받거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고개를 넘어 다음 마을에서

헤어졌다.  그런데 다음날 오전에 전화가 왔다.  그렇게 많이 걸을려면 잘 먹어야 하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느니, 점심을 사드리고 싶어, 어느 지점엘 가고 있는지...?  차를 갖고 계시어 장소만 알면 쉽게

오신다는 거였다.  계속 홀로 지내며 걷고 싶었지만, 무자르 듯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 싶었다. 

 

3일째 되는 날엔, 평화의 염원으로 목적한 바  미국 해군기지 건설중인 '강정마을'로 향해 가는 날이었다. 

이미 2시간 이상을 걷고있노라니, 또 남스테파노 부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당신들도 꼭 그곳엘 가보고

싶었다면서 또 만나 함께 걷잔다.  가는 도중의 외돌개...등지엔 관광객들로 들끓어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내 취향과는 영 거리가 먼 곳들...그러나 평소 잘 안드는 커피였지만 시원한 카페 모카 한 잔의 향과 맛이

모처럼의 여행객에겐 일품이었음에랴!

 

그렇게 도달한 '강정마을'- 뼈아픈 제주도의 오랜 역사와 지금을 겪고있는 고통들을, 일순에 이분되어 있는

마을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에서 즉시 감지되는 거였다.  곳곳에 깃발이 펄럭였고, 길을 묻는 외지인들에겐

그들 특유의 '육지 것들!'이란 배타심으로 자상함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해군기지 건설장 정문과 지척인 곳엔 반대를 위한 정의 평화 운동가이신 '문귀현' 신부님이 느린 시간의 흐름에 

맞추시느라  나무서판 글씨를 한땀한땀 파내고 계셨다. 이미 안면이 있으신 분이셨기에, 우리 일행을 반가이

맞이하시면서 남 스테파노 부부와 함께 기념 사진도 한 컷 찰칵!   

      

걷기 첫날부터 그 부부를 만난 일은 참 우연치고도 희한했다.

하기사 하느님 안에 우연은 없는 법이니, 은총의 필연이 아니었겠는가.

그 우연같은 필연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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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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