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우리 인간의 경우는 싫으면 헤어지고 미우면 갈라져 싸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갈라서게 하려고 오셨다는 주님의 말씀도 이런 걸까요?

 

그럴 리가 없고, 그렇게 말씀하시지도 않았습니다.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하셨고,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기를 기도하신 주님이시지요.

 

그러므로 주님 말씀의 참뜻은 주님의 다음 말씀에 있습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헤어지고 갈라서야 하는 이유는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주님을 따라야 하느님께로 가고, 그래야 영원히 행복할 텐데

우리가 주님을 따라 하느님께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얘기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나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보다 내가 더 사랑하고 주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랑과 추한 사랑이 있습니다.

자유롭게 하는 사랑과 얽어매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고,

자유로이 하는 사랑과 얽매이는 사랑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랑은 나를 엄청 사랑하는데 나를 얽어맵니다.

예를 들어, 사별이나 불화로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여

아들에게 집착하고 결혼한 아들을 놔주지 못하는 엄마나

자기만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독점적인 연인의 사랑은

사랑은 사랑이로되 추한 사랑이고 하지 말아야 할 사랑이지요.

 

그런데 이것이 하느님께도 그럴 수 있습니다.

제가 종종 보는, 하느님도 질투하는 남편들의 경우입니다.

자기 부인이 자기보다 하느님을 더 사랑하면 하느님을 질투하여

성당에 가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하느님도 믿지 말라고 합니다.

수도원에 들어오는 것을 극구 말리는 부모들도 이런 사람입니다.

 

그러나 더 추한 것은 나를 주님보다 더 사랑하고 내게 집착하는 사랑보다

내가 그를 하느님보다 더 사랑하고 그에게 집착하고 얽매이는 사랑입니다.

 

내가 하느님께로 가는 것을 그가 반대한다 하더라도

주님께로 가고자 하는 나의 열망이 크면 반대를 무릅쓰고 가고,

오히려 그리고 반대하는 그만큼 더 큰 열망으로 주님께 가지만

내가 집착하고 얽매이면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따라 하느님께 가는 것을 남이 반대하면 내가 끊지만

내가 집착하고 얽매이면 누가 끊어준다는 말입니까?

 

이런 면에서 주님을 따라서 하느님께로 가는 것을 더 강하게 방해하는 것은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나이고, 그래서 더 강하게 끊어야 할 것도 나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우리가 부모와 자식을 더 사랑해서는 안 된다 하신 다음

제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지 않는 자는 당신께 합당치 않다고 하십니다.

 

주님께선 복음의 다른 곳에서 당신을 따르는 두 가지 조건을 말씀하셨지요.

하나는 당신을 따르려면 모든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이 주님을 따르는데 더 어려울까요?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까,

아니면 나를 포기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까,

제 십자가를 지는 것이 더 어렵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