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63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를 빕니다.

 

  며칠 전 약속이 되어 안양의 수리산 성지를 다녀왔지요.  창박골이라고 하고 병목안(병의 목처럼 좁혀진 지형이라 하여 지어진)이라는 곳으로 최경환 프란치스코 순교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지요.  

  함께 갔던 분은 다리가 좀 불편한 장애인- 뻐스에서 내려 한참(족히 20여분 이상)을 걸어가야 하는 곳으로서 나야 평소 잘 걷는 사람이기에 그리 멀지 않았지만 그 자매에게는 좀 부담스런 거리였습니다.  그렇지만 성지를 향한다는 신심의 일념에선지 자매는 힘들다는 불평없이 기꺼이 걸어 대견스러웠습니다.   

 

  도착한 성지 성당의 미사가 11시에 있었고, 순례자들로 성당을 꽉 메워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밖 주차장엔 족히 20여대의 차량들이 주차해 있었지요.  그런 국내 성지 순례자들의 대단한 열성에 은근히 박수갈채를 보냈구요.

 

  정오쯤에 미사가 긑나고 우리는 애초에 걸어 올라갔으니 내려올 적에도 대중교통이 없는 곳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어내려 왔습니다.  걸으면서 자꾸만 뒤쪽에서 내려와 스쳐지나가는 차량들에 시선이 가졌지요.  얼핏 보기에도 금방 알아 볼 정도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자매가 있으니 혹시나 뉘라도 타겠느냐고 권유하는 차량이 서 줄 것을 기대한 것이지요.  그러나 꿈보다 해몽이 좋았던 것인지, 혹은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 현실 기대감은 30여분 걸어 내려오면서 여지없이 무너질 밖에요.  성당 밖 주차장에 세워졌던 차량 중에 한 대도 제 옆 장애인을 눈여겨 보지 않고 잘들 달려 가버렸으니까요.

 

  저는 그 자매에게 "어쩜, 성지순례를 온 사람들의 마음 가짐과 태도가 저럴 수 있을까요?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수없이 되뇌이신 말씀들이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요 가난한 이들, 절름발이, 나환우, 눈먼 이들,...에 대한 우선 배려해야 한다는, 최후 심판에 관한 말씀 역시 같은 맥락의 말씀인데, 오늘 여기 성지 미사에 온 사람들은 한 사람도 예외없이 쇠귀에 경읽기 식이니 어찌된 일일까요?  개신교 신자들이라면 이런 경우에 참 친절했을 텐데요.

 

  저는 오랜 시간을 걸어야 하는 곁의 자매를 바라보며 내가 태워드리지 못한 사람처럼 매우 미안했고 내내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래도 그 착한 자매는 못마땅한 내색 하나 없이 십자가길을 걸으신 예수님을 염두에 두어선지 굳굳하게 잘 걸었습니다. 

  한편으론 이런저런 화급한 사정이라도 있어서 무관심할 수 밖에 없던 그 사람들을 한가지로 잣대지어버리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요.

 

  그렇습니다.  남을 쉽게 판단하고 불편한 심기로 꿀꿀해 하고 있기보다는 어렵사리 성지에 갈 수 있었던 그 자매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고귀한 시간들에 감사해야 겠지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8 무궁화 일념(一念) T 온 누리에 평화! 3년 전이었으리... 어느 할아버지가 10Cm 정도의 무궁화 묘목을 가져다 주셨다. 얼마나 잘 자라는지, 어느 녀석은 내 키만큼이나 튼실하게 자... 김맛세오 2011.08.14 2402
157 무궁화 꽃...!? T 평화가 온누리에 오늘 새벽 묵상 길에 무궁화 한송이가 오롯이 피어있어 눈에 확 띄었다. 성거산의 첫 무궁화이기에 반가운나머지 가만히 들여다 보니, 아침 이... 2 2009.07.19 1899
156 무거운 아침 오전에 수녀님들과 시장을 보고 오는데 앗!!! 경찰차.. . 이곳에서 경찰과 만나면 어떻게든 이유를 찾아내 벌금 딱지를 쓰게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붙잡히지 않... 로제로 2009.01.22 1738
155 모전여전(母傳女傳)이라...? T 평화와 선. 성모상 주변에 어디서 날라왔는지 몇년 전, 달래씨가 우리 정원에 터를 잡더니, 이제는 제법 소복히 양이 많아져 봄마다 솔찮히 캐어 먹게되어 봄내... 4 2006.04.12 2025
154 멀고 먼 곳에서... T 평화를 빌며. 참으로 세상 일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가 없다. 한 달 전만 하여도 나는 분명 서울의 한복판인 정동에 있었고, 지금은 지구의 반대편인 뉴욕에 ... 2 2006.07.21 1947
153 매일이 어제만 같아라! T 평화를 빌며.   어제는 참으로 기분 짱인 날이었습니다. 대전 대흥동 주교좌 성당에서 우리 형제들 3명(사제2/ 부제1)이 서품을 받았거던요.   원래 저는 ... 김맛세오 2015.01.13 1519
152 맛나게 무쳐먹는 봄! T 평화/ 선   며칠 전 심어놓은 쑤세미 씨앗이 싹을 터 귀엽게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하나의 작은 생명도 세상에 나와 온 우주를 품으니 그 자체가 신비롭고... 김맛세오 2013.06.03 2094
151 만일사(晩日寺)로의 나들이 T 평화가 온누리에... 옆 계곡 산 넘어에 만일사라는 자그마하고 오래 된 절이 있다. 4km 정도 걸어서 스님들께 석가탄신을 축하해 드리려 집을 나섰다. 종교는 ... 2 2009.05.02 2079
150 만물은 함께 나누어야 할 형제 자매 T 온 누리에 평화를 빌며...   며칠 전 정원에 있는 키 큰 은행나무 전지 작업이 있었다.  그런데 높은 가지 사이에 까치 한 쌍이 집을 짓느라 몇 날 며칠 분... 김맛세오 2017.03.14 1180
149 만남- 워싱턴 D.C T 평화가 강물처럼... 갑짜기 쌀쌀해진 날씨 탓일까... 작년 여름에 있어던 따스한 만남이 떠올려진다. 하기사 절기상 24일이 상강(霜降:서리가 내림)이려니 추수... 2007.10.21 2022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