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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쇠 2008.12.28 05:35

성가정 축일-이런 가정이라야

조회 수 2825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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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짝 교우인 경우
성가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하곤 합니다.
이때 성가정이란 부부가 모두 세례를 받고
자녀들도 모두 세례를 받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면 세례를 받으면 정말 모두 성가정인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성가정이란 예수님을 중심으로 마리아와 요셉이 이뤘던
그런 가정을 닮은 가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성가정이란 어떤 가정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성가정이란 첫째로 하느님을 중심으로 온 가족이 모이는 가정입니다.
주일이면 가족이 같이 성당에 가고
매일 적어도 한 번 가족이 같이 기도함으로써
한 주일의 생활 리듬이 신앙적으로 짜여지는 가정입니다.
온 가족이 같이 못할지라도 적어도 부부는 같이 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한 번은 유대인 가정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집에 들어가니 한 의자가 눈에 뜨였습니다.
마치 임금님이 앉는 의자처럼 권위가 있었습니다.
즉시 감이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의자는 아버지가 앉는 의자가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맞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지금도 아버지가 이 의자에서
‘쉐마 이스라엘’을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렇게 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몇 가지 이유로 유다인들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것을 보고는 느낀 바가 컸습니다.
유다인들은 안식일이 시작되는 금요일이면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아버지가 그 의자에 앉아 들려주는
“너 이스라엘은 들어라(쉐마 이스라엘)”로 시작되는
신명기 6장의 말씀을 듣습니다.
이스라엘이 2천 여 년을 떠돌이하면서도
자기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는 바로
이 신앙의 공동체 의식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성가정은 서로 존중하는 가정입니다.
부부간에,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 존중하되
인간적인 관계로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역시
하느님이 짝지어주신 나의 반려자로서
하느님이 주신 부모로서
하느님이 주신 자식으로서 존중해야 합니다.
하느님으로 존중하는 사랑이야말로 최고의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부부는 나의 다른 반쪽을 통해서 하느님의 완전성을 이루고
자식은 부모에게서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고
부모는 자기 욕심대로가 아니라
자녀에 대한 하느님 뜻에 따라 자녀를 대하고 훈육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기도를 하고 가족회의를 하는 것은
성가정을 이루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 성가정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가정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불행해도 무관심하고
자기 집이 무사한 것만으로 행복한 가정,
남이 우리 집의 평안을 깨뜨릴까 전전긍긍하는 가정,
남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움켜쥐고 사는 가정,
이런 가정은
가족 모두가 주일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성당에 나가도
가족 모두가 법을 어기거나 나쁜 짓 하지 않아도
가족 모두가 윤리적으로 건전한 삶을 살아도
성가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성가정은 하느님이 중심으로 계신 집이며
성물(聖物)이 많은 집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이 넘치는 집이며
하느님의 사랑이 넘쳐 이웃에게로 향해가는 집입니다.
하느님 사랑은 반드시 우리 집을 채우고 넘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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