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오늘 주님께서는 믿음이 겨자씨 한 알만큼만 있어도
모든 일을 다 할 수가 있다고 하십니다.
뒤집으면 믿음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는 말이 될까요?
제 생각에 믿음이 없으면 진짜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지금 하려는 것이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없을 때 무엇을 하고,
내가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없을 때 무엇을 시작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듯 무엇을 하자면 우선 자기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에 대한 믿음, 곧 자신감이 없으면 애초에 아무 것도 못합니다.
그러나 자기에 대한 믿음이 아무리 있더라도
너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이 또한 안 됩니다.
옛날에는 이발을 할 때 면도를 해주는 분이 있었지요.
어느 날 늘 하던 대로 면도를 하는데 얼굴 면도를 끝내고
턱과 목의 면도를 하던 중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이 아주머니의 뭐를 믿고 내 목을 맡기고 있나?
이 아주머니가 면도기로 내 목을 따면 나는 꼼짝없이 죽는 것인데!
이 아주머니가 오늘 아침 부부싸움을 격하게 하고 나왔는데
내가 자기 남편처럼 생겨서 홧김에 내 목을 딸 수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저는 그 아주머니를 엄청나게 믿고 있었던 것이고,
제가 무슨 일을 하는 경우 사람들을 믿기에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믿지 못하면 그래서 차에 치일까 너무 불안하다면
문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 처박혀 아무 것도 못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나에 대해서건 너에 대해서건 믿기에 하고, 믿는 만큼 합니다.
그런데 믿기만 하면 좋은데 믿을 수가 없고,
특히 가능성에 대해서는 잘 믿지 못합니다.
한자말에서 볼 수 있듯이 가능성可能性이란
능력能力에 대한 믿음과 밀접하기 때문이죠.
너든 나든 인간의 능력이 유한하니 우리는
가능성을 무한히 믿지 못하고 아주 조금만 믿습니다.
오늘 주님 말씀에 비추면 겨자씨보다 작은 믿음으로 믿습니다.
그러니 유한한 우리에 대한 믿음으로 무엇을 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고,
반대로 무한하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무엇을 하면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머리로는 이것을 알고 있는데
믿는 것은 머리로 그렇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존재로 그렇다고 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바오로 사도 말씀처럼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을 때
우리는 하느님의 무한하신 능력에 나를 온전히 개방할 것이고,
열린 문으로 하느님의 무한하신 능력이 내 안으로 들어올 것이며,
그럴 때 나의 능력이 아니라 그 능력으로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