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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요한의 편지에는 머문다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옵니다.
“처음부터 들은 것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면,
여러분도 아드님과 아버지 안에 머무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 가르침대로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
“그러니 이제 자녀 여러분,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
그중에서도 세 번째 말씀,
“그러니 이제 자녀 여러분,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라는 말씀이
따듯하니 저를 잡아당깁니다.
어렸을 때 요즘같이 추운 날
밖에 나가 손이 꽁꽁 얼어 들어오면 그 언 손을 녹이라고
어머니께서 웃옷을 열고 당신의 가슴과 겨드랑이에 초대하는 듯합니다.
또는 이렇게 추운데 싸돌아다니지 말고 따듯한 곳에 가만히 있으라고
당신 아랫목에로 초대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님 안에 머물라는 말은
싸돌아다니지 말고 머물라는 뜻보다는
다른 곳에 머물지 말고 하느님께 머물라는 뜻이겠지요.
더 명확하게 얘기하면 세상을 사랑하여 세상에 머물지 말고
하느님을 더 사랑하여 하느님 안에 머물라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거짓된 세상을 쫓지 말고
진리이신 하느님 안에 머물라는 뜻이겠지요.

그러므로 하느님 안에 머물음은 세상을 떠남을 의미합니다.
이 세상이 우리에게 영원한 만족을 줄 것 같지만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기에 우리는 이 세상을 떠나야만 합니다.
영원한 생명과 만족을 줄 것처럼 참 생명이요 만족이신 그리스도로부터
우리를 잡아끌어도 그것은 거짓이니
우리는 세상을 떠나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을 완전히 떠나 하느님 사랑에 온전히 머무는 사람은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상이란 이제 더 이상 만족이 아니고
아무 것도 줄 것이 없는 광야와도 같은 곳이지만
세례자 요한처럼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광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세상은 생명을 주는 주님의 참된 말씀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 말씀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실어 나를 도구로
소리인 우리들을 필요로 하십니다.
말씀이신 분이 없으시면 우리 소리들은 아무 의미도 없고
심지어 헛소리, 개소리에 불과한 것들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소리인 우리를 당신 말씀의 전달자로 의미있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이제 그분은 우리의 의미요,
우리는 그분의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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