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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평소에 늘 평화와 선을 지향한다 하면서도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사랑과 미움의 관계가 얼키고 설킨 실타래처럼 꼬여 있음을 알게 된다.


  수시로 나가보는 정원만 하더라도, 가끔 만나는 한 마리의 노랑 고양이가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을 대할 때마다 미운 마음이 불같이 일어나 언제부턴가 보기만 하면 쫒아버리면서

자못 주인 행세를 마다하지 않으며 텃세를 부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 사연인 즉은, 그 녀석이 가끔 성모상 앞에서 비둘기나 여타 새들을 잡아먹은 털 흔적을 남긴다는 것.  그래서 보이기만 하면 밉상이고 우리 정원을 다니지 말라고 쫒아버리는 거다.

그랬더니, 요 녀석 좀 보게...더욱 미운 짓을 하니, 간혹 정원 한가운데다 "엿먹으라!"는 뜻이 똥을 바가지로 싸놓는 게 아닌가!?  영물이요 요물처럼 보이니 이제는 나와 철천지 원수가 되어 눈에 띄기만 하면 소리소리 지르며 쫒아버리기 일쑤...


  누군가나 무엇을 "미워! 미워!"하기 시작하면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은 요원하고 미움과 증오 만이 자꾸만 쌓여져간다는 것을...그래서 예수님은 그런 것의 해법으로 "원수를 사랑하라."하신 게 아닌가? 사랑해야 하는 마음엔 사실 어떤 이유나 토를 달아서는 아니되는 것이어서 대중 가요의 가사처럼 "무조건, 무조건이야!"일 뿐인 걸...


  "그래, 노랑 고양이야, 자연 이하의 것도 이상의 것도 아닌 너에게 나의 잣대를 들이대어 볼 때마다 미워했으니, 참으로 미안하구나.  이 글을 올리면서 너에 대한 증오는 이제 뚝해야 겠다.


     *    *    *


  가끔 현관문을 내다보면 밖으로 보이는 화단의 여러 식물들이 보이고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주목나무 앞 커다란 빈 화분에 채송화랑 나팔꽃을 심어, 한낮 채송화의 화사한 꽃을 볼 수 있어 좋고, 그러나 나팔꽃 줄기는 주목을 칭칭 감으며 만파로 자라기만 할 뿐 영 꽃 필 생각을 안한다.  그러니 주목의 답답해 하는 모습이 역역...무수히 줄기를 뻗는 나팔꽃과 주목의 관계가 마치 심한 애증의 실타래같아 더 이상 보기에 안스러운 게다. 


  그리고 건너편 회관 쪽의 화단엔, 담쟁이 넝쿨이 갑짜기 기세를 얻어 건물벽 여기저기를 덮어가고 있다.  그 왕성한 뿌리의 생육은 필히 다른 식물들과의 공존을 불가능케 하겠으니, 저를 어쩌겠는가?  회관장에게 귀뜸을 주었지만, 식물의 세계를 잘아는지 모르는지...그저 일부러 심어놓은 거라면서 묵묵부답이다.     


  나팔꽃 줄기나 담쟁이 넝쿨이나, 볼 때마다 얼키고 설킨 애증의 관계만 같아, 인위적으로라도 결단을 내려 풀어야 겠다는 것이 나의 지배적인 요즘의 생각이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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