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탄생을 왜 우리가 굳이 축일로 지낼까?
개신교 신자들이 아니어도 지나치다고 생각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마리아의 탄생 없이
아들의 탄생도 없기 때문이라고 얘기하지요.
다시 말해서 한 여인 마리아의 탄생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의 탄생입니다.
그렇다면 성모 마리아 탄생 축일이라고 해야지
왜 동정녀 마리아의 탄생 축일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이것이 저에게는 못내 이상하고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도록 태어난 분입니다.
그럼에도 동정녀 마리아의 탄생 축일이라고 한 것은
마리아가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였던 것은 아니고,
어머니가 되기 전까지는 동정녀였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동정녀 마리아란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를 뜻하지만
동정녀 마리아란 성모 마리아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요.
주님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 동정녀이셨다는 말입니다.
오로지 주님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
주님 외에 다른 것은 허용치 않으신 것이 마리아의 동정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정결은 정결한 내가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합당하고도 깨끗한 주님의 거처가 되는 것이 목적이요
그리고 이 거룩한 거처에 주님을 모시는 것이 목적이고요.
마리아는 주님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 태어나셨지만
어머니로 태어나신 것이 아니라 동정녀로 태어나셨고,
동정녀에서 거룩한 어머니가 되신 분이신 겁니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 이 축일을 지내며 배울 점입니다.
루카복음을 보면 주님의 어머니가 되실 거라는 천사의 말에
“남자를 알지 못하는” 여자, 곧 처녀라고 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처녀, 동정녀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런데 “남자를 알지 못하는” 여자는 “하느님을 아는” 여자입니다.
남자를 알지 못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고,
하느님만을 아는 것이 남자를 알지 못하는 것의 목적인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비교를 한다면
남자도 모르고 하느님도 모르는 그런 여자가 되어서는 안 되고,
인간도 모르고 하느님도 모르는 그런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에 대해서 모르면서 사람에 대해서도 모른다면
이렇게 모르는 것은 자랑꺼리가 아닌 수치꺼리이지요.
미성숙한 인간일 뿐 아니라 아예 인간답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자로서 남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인간으로서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인간답지 않은 괴물이 아니라
주님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 남자를 알지 못하는,
그런 마리아다운 동정녀가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때 동정녀의 탄생은 어머니의 탄생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의 탄생 축일을 지내는 우리도
동정+성모 마리아처럼 정결하면서도 주님의 어머니인
그런 존재로 새롭게 탄생하는 오늘이 되어야겠습니다.
"우리의 정결은 정결한 내가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합당하고도 깨끗한 주님의 거처가 되는 것이 목적이요
그리고 이 거룩한 거처에 주님을 모시는 것이 목적이고요."
살다보면 수단이 목적이 되고 목적이 수단으로 둔갑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경험하고
삶(생)이 되 돌릴 수 없이 일회성을 지니듯이 순결이나 정결 또한 일회성이라는,
딱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절박함 앞에서.....
괴물이 아니고 이성과 정서를 갖는 인간다움을 지닌 채
그 일회성을 나는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가.....!
다시 한번 진지하게 돌아 보는 이 순간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