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오늘 주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원수는 사랑하지도 말고, 용서하지도 말라!’
그렇다면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무시하고 거역하라는 것입니까?
그것은 결코 아닙니다.
원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해야지요.
우리는 원수인 악마를 사랑해서는 안 됩니다.
원수인 악마는 우리가 하느님께 가는 것을 방해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를 하느님께 가는 것을 방해하는 원수는 미워해야 하고
우리를 하느님께로 가게 하는 원수라 생각하는 사람은 사랑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면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신 다음,
원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말씀하시는데
“너희를 미워하는 자”
“너희를 저주하는 자”
“너희를 학대하는 자”가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원수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진짜 원수가 아니고
우리가 원수라고 생각하는 것일 뿐 사실은 은인입니다.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모든 형제들이여, 우리는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어라.’ 하신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입시다. 우리가 발자취를 따라야 할 우리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넘겨준 사람을 벗이라 부르시고, 또한 당신을 십자가 못 박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자신을 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부당하게 번민과 괴로움, 부끄러움, 모욕과 학대 순교와 죽음을 당하게 하는 모든 이들이 바로 우리의 벗들입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미치는 그것들로 말미암아 우리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기에 우리는 그들을 극진히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원수는 나를 미워하고, 내게 모욕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를 잘못되게 하는 사람들, 하느님께로 못 가게 하는 사람들,
곧, 우리에게 듣기 좋은 말로 유혹하여 세상은 사랑하고
하느님께는 가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이런 원수는 결코 사랑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원수라고 생각하는, 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프란치스코 말처럼 극진히 사랑하기까지는 못해도
고맙게는 생각하고 사랑하려고 애는 써야겠습니다.
오늘 문득 신부님의 묵상글을 읽으면서
아주 오래 전에...어떤 영성세미나에서 이태리 신부님으로 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가 떠오름니다.
"제2차 세계대전시 나치수용소의 벽에 낙서로 쓰여진 기도문입니다.
저자는 모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님, 제가 영광 속에 주님께 가게 될 때 착한 뜻, 좋은 뜻 가진 사람만 기억하지 마십시오.
나쁜 뜻 가진 사람들까지도 기억해 주십시오.
그들이 우리들한테 한 모든 잔악한 행위만을 기억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악을 저질렀던 이러한 잔인함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쌓을 수 있었던
그 반대쪽의 열매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우리는 이 고통 때문에 동료의식이 튼튼해 졌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우리들은 커다란 마음을 기를 수 있었고 겸손해 질 수 있었고 이러한 것들이
우리들 안에서 열매 맺어졌고 우리의 존재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들 때문에 고통을 통해서 우리가 얻은 열매입니다. 우리들의 기억력이 하나의 잠꼬대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들과 함께 우리가 주님의 심판대 앞에 서있을 때 그들 밑에서 고생한 모든 사람들이
오히려 그들을 구원하는 구원 전으로 바꾸어지게 해 주십시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이 글을 통해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어떻게 기도하는가를 배우게 되었고
이 글을 떠올릴 때 마다 온 몸에 전율을 느끼며 세상과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를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고
오늘 신부님의 묵상글을 통해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게 되는 이 순간 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