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저는 작년 성모 통고 축일에는 성모 마리아처럼 예수님의 수난을 같이 느끼고,

다른 이들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고 위로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바람도 있었지만

말이 씨가 되어, 정말 그리 되면 어떻게 하지?’하는 두려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올해 성모 통고 축일에는 상처를 준다고 다 받느냐고 말했었지요.

원치 않으면 받지 않으면 될 것을 왜 받느냐고 제가 얘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상처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매조키스트(피학대증 환자)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상처 받는 것이 그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그런 사람입니까?

 

아는 사람은 다 알 듯 성 프란치스코 같은 사람이 그런 사람이고,

그 정도는 아니어도 사랑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상처 받아 신음하는 사람 앞에서 상처 없는 사람인 것이 미안합니다.

 

저만 해도 앞서 말씀드렸듯이 같이 상처 받는 게 두렵다가도

사랑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올라오면

자식 때문에 고통당하는 부모를 보면 자식없는 제가 미안하고,

북한 사람이나 탈북자를 보면 남한에서 태어난 제가 미안하며,

재활을 위해 힘들게 걷는 분들을 보면 마라톤을 하는 제가 미안하고,

돈 때문에 형제간에 불화가 있는 가정을 보면

돈이 없어 형제 관계가 그래도 괜찮은 편인 저희 형제들이 미안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옛날 양성을 하면서 수없이 형제들에게 상처를 줬고

지금도 상처를 주는 제가 이제는 상처를 덜 주려고 하고,

그렇게 상처를 주면서도 상처를 받지 않던 제가

지금은 그래도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 미안한 단계입니다.

 

다시 말해서 아직도 상처 받는 것을 싫어하는 단계이지요.

프란치스코처럼 상처를 사랑하는 단계는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상처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상처를 사랑한다기보다는 상처받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고,

그래서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꺼이 원하는 거겠지요.

 

사랑은 속성상, 아니 본질상

자기를 희생하지 않으면,

자기를 무화하지 않으면,

자기를 바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닌 것 같고,

촛불처럼 자기를 태울 때 사랑이 타오르는 법이지요.

 

그리고 작은 불꽃은 한 사발의 물로도 꺼지지만

거대한 화염은 한 동이의 물로도 끌 수 없고

오히려 불길이 더 타오르고 번지게 하겠지요.

 

프란치스코는 바로 이런 사랑의 불길이 타올랐던 것인데

이런 사랑이 한 순간에 그리고 저절로 타오른 것도 아닙니다.

거대한 불길도 처음에는 작은 불꽃이었듯

프란치스코의 사랑도 처음에는 제 사랑만큼 작았을 겁니다.

 

프란치스코의 사랑도 처음에는 나환자를 보는 것이 두려운 사랑이었습니다.

하여 그의 사랑에서 나환자는 제외시켰고, 만날까 두려워 피해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피할 수 없는 외길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용기를 청하는 기도와 함께 그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나환자를 껴안았을 때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이, 나환자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이 들어왔습니다.

 

불길이 커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땔감이 필요하듯

사랑이 커지기 위해서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다 필요합니다.

이렇게 싫은 사람, 저렇게 싫은 사람을

프란치스코가 나환자를 껴안듯 피하지 않고 껴안을 때

프란치스코에게 나환자가 그리스도였듯 그들이 그리스도가 되고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사랑이 우리 안에 들어오고,

우리의 사랑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닮아가게 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의 오상은 전 생애에 걸친 이런 사랑의 작업의 결과였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닮고 싶은 내적 열망의 외적인 표시였습니다.


저도 죽기 전에 프란치스코처럼 십자가 위의 주님 수난과 사랑을

똑같이 느끼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오늘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20Apr

    부활 4주 수요일-믿는 것은 보는 것이다.

    오늘 요한복음의 말씀을 깊이 이해하면 그 말씀에서 ‘믿는 것은 보는 것’이라는 말이 유추됩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나를 믿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보는 것이다.”   단세포적으로 보...
    Date2016.04.2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268
    Read More
  2. No Image 19Apr

    부활 4주 화요일-인간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하느님 역사

    “그들은 만 일 년 동안 그곳 교회 신자들을 만나며 수많은 사람을 가르쳤다. 이 안티오키아에서 제자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역사란 어떤 때 매우 아이러니irony입니다. 이 아이러니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예상 밖의 결과...
    Date2016.04.19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516
    Read More
  3. No Image 18Apr

    부활 4주 월요일-문은 사랑 앞에서만 열린다.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당신과 우리 사이를 목자와 양의 사이로 비유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에서 양을 나오게 하는데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데리고 나가는 것에 비유하심으로써 ...
    Date2016.04.18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363
    Read More
  4. No Image 17Apr

    부활 제 4 주일-주님과 우리는 사랑으로 잘 아는 사이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여러 이미지입니다. 빵의 이미지도 있고, 어린 양의 이미지도 있는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목자의 이미지입니다...
    Date2016.04.17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404
    Read More
  5. No Image 16Apr

    부활 3주 토요일-주님을 떠날 것인가, 세상을 떠날 것인가?

    휴우! 마침내! 드디어! 요한복음의 6장이 끝났습니다.   요한복음 전체가 대개 그렇지만 요한복음은 저로 하여금 기가 질리게 합니다. 깊은 신비를 담고 있는 말씀들, 그래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말씀이 많은데다가 지겨울 정도로 한 얘기를 또 하...
    Date2016.04.16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459
    Read More
  6. No Image 15Apr

    부활 3주 금요일-그릇이 큰 사람

    “그는 내 이름을 알리도록 내가 선택한 그릇이다. 나는 그가 내 이름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 그에게 보여 주겠다.”   저의 경우는 제가 하느님을 선택한 것인지, 하느님께서 저를 선택하신 것인지 분명치 않았습니다.   지금도 부...
    Date2016.04.15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734
    Read More
  7. No Image 14Apr

    부활 3주 목요일-두 번째 믿음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도 죽었다. 그러나 이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의 신비’라고 하는데 생명은...
    Date2016.04.14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0 Views130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862 863 864 865 866 867 868 869 870 871 ... 1354 Next ›
/ 135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