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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덤에 누워 계신 주님을 응시하고 있는 천사들(1805)

작가 : 윌리엄 브레이크(William Blake : 1757- 1827)

크기 : 수채화 42.2 X 31.4cm

소재지 : 영국 런던 빅토리아 엘버트 미술관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작가는 런던 가내공업을 하는 열악한 가정에 태어나, 어떤 교육적 혜택도 받음이 없이 독학으로 공부해서 시작과 회화에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과거의 전통의 바탕에서 자기의 경지를 구축하는 것과는 달리 작가는 전적으로 자신의 주관적 견해를 과감히 표현함으로서 성화 작가로서 새로운 경지를 구축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낭만주의(Romanticism)의 영항을 받아 현실 표현을 주요 관점으로 여기던 사실적 표현에서 과감히 탈출해서 작가 특유의 작풍을 시작했다.

   낭만주의는 세계를 인식케 하는 힘은 이성(理性)이 아니라 감성(感性)이고, 세계 그 자체는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감각적 현실을 초월하여 관념의 세계에 실체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다시 말해서 낭만주의는 이성보다는 감성, 합리성보다는 비합리성을 훨씬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회화의 경지와 시작(詩作)을 접합시켜 작가 특유의 순수성의 경지를 열었다. 작가는 전통적이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초상화나 풍경화처럼 외형을 정확히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예술적 표현을 경멸하고, 신앙적 사색과 묵상의 경지에서 체득한 자신의 신앙적 체험을 작품의 기조로 남기기로 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예술적 표현은 항상 아름답게 표현되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순수한 표현을 목표로 했기에 어떤 작품은 괴이한 인상을 주기도 하며, 상식적인 기법이 아니기 때문에 생경스러움과 함께 다른 작가에게서 받을 수 없었던 감동을 설득력 있게 받으면서 시대를 뛰어넘어 현대감각에 연결되고 있다. 그는 이미 두 세기 전에 현대감각과 연결되는 작품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그의 열렬한 옹호자였던 어떤 은인이 성서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주제를 80개의 작품으로 제작해 달라는 요청에서 시작된 것이며, 성서에 나타나고 있는 다음 내용을 표현한 것이다.

 

  “안식일이 지나고 주간 첫날이 밝아 올 무렵, 마리아 막달래나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보러 갔다. 그런데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주님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 오더니 무덤으로 다가가 돌을 옆으로 굴리고서는 그 위에 앉는 것이었다. 그의 모습은 번개와 같고 옷은 눈처럼 희었다."(마태 28,1-4)

 

   인류 역사에서 가장 처참한 죽음과 실패가 영원한 생명과 성공으로 전환되는 충격적인 순간의 모습이다. 어떤 적절한 표현의 말보다 더 암시적으로 예수 부활의 진상을 알리는 전주곡의 성격을 띄고 있다.

 

   작가는 이 상황을 구약에 나타나고 있는 모세의 사건과 연관 시켜서 표현했는데, 이것은 성서 학자적인 견해가 아니라 전적으로 자신의 개인적 신앙체험에 기초한 것이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40일을 지난 후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고 이것을 담을 계약의 궤를 만들면서 역시 하느님으로부터 제작에 있어 상세한 부분까지 요청을 받게 된다.

 

   “너는 순금으로 속죄판을 만들어라. 그 길이는 두 암마 반, 너비는 한 암마 반으로 하여라. 그리고 금으로 커룹 둘을 만드는데 , 속죄판 양쪽 끝을 마치로 두드려 만들어라.

 

   커룹 하나는 이쪽 끝에, 다른 하나는 저쪽 끝에 자리 잡게 만들어라. ,커룹들은 속죄판 양쪽 끝에 만들어야 한다. 커룹들은 날개를 위로 펴서, 그 날개로 속죄판을 덮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게 하여라. 커룹들의 얼굴은 속죄판을 향해야 한다.“(탈출25,17-20)

 

   초대교회 신자들은 그리스도에 대한 이해를 새로운 모세로 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한 모세처럼 자신의 삶과 죽음으로 온 인류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새로운 지도자로서의 모세와 예수님을 연결시켰으며 작가는 이런 경향을 작품에 남겼다.

 

   순수성을 극단으로 추구하던 작가는 기름진 유화적인 표현은 인간적 군덕지가 있는 것으로 여겨 배격하고 철저히 수채화에 의존했다. 수채화의 담백한 인상이 작가가 추구하던 신앙의 순수성 표현에 가장 어울린다고 여긴 것이다.

 

 2006AL2113_jpg_l.jpg


    주님을 만나기 위해 무덤을 찾은 막달래나가 본 무덤의 모습이다. 무덤 안은 약간 밝은 검은 모습이다. 이것은 이 무덤이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드러낼 장소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무덤 바닥에 수의를 입은 예수님이 누워 계시고 두 명의 천사로 위에서 주님의 시신을 마주보면서 손을 모아 경배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약의 부활 장면을 탈출기에 나타나고 있는 계약의 궤 제작에 대한 하느님의 지침을 따라 에수님과 천사들을 배치했다. 어둠에서 빛이, 실패에서 성공이, 슬픔에서 큰 기쁨이 폭발하는 극적인 순간을 너무도 정감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성서가 제시하는 순수한 신앙에 심취할수록 제도적인 교회가 보이는 실재적인 어두움이 더 큰 삶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항상 제도적 교회는 복음을 전한다고 하면서도 자기 안에 복음을 담지 못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작가 당시 영국 교회 역시 교회가 복음적 순수성을 보이고 보다 자기들이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는 관료적 성격을 보일 때가 더 많았기에 순수성을 추구하던 작가에게는 아무런 감동도 주고받을 수 없는 신앙의 장애물로 여겨지는 현실이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제도적 교회가 보이고 있는 무덤과 같은 어둠속에서 신앙의 순수성을 발견하며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자 했다.

 

   수의를 입고 누워 계신 예수님 안에는 인류 역사상 어디에도 발견할 수 없었던 큰 기쁨의 씨가 잠재해 있음을 천사들은 자기들의 경배자세로 표현하면서 무덤이 보이는 어둠에 질식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곧 부활하실 주님을 바라보면서 신앙에 충실하라는 교훈을 전달하고 있다.

 

   많은 작가들은 자기들은 나름대로의 화풍에 따라 신앙의 내용을 전달하면서, 신앙의 내용을 풍요롭게 했으나, 이 작가는 제도적 교회가 보이는 위선적 어둠속에서 순수한 신앙의 밝은 면을 제시하면서, 교회의 실상에 실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망 저편에 있는 희망의 모습을 바라보라고 초대하고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 중 보고 절에 가지 말고 부처님 보면서 절에 가라는 속언은 종교가 제도화 될수록 더 뼈아픈 현실로 다가오는 현실에서, 작가는 당시 국교였던 영국 교회의 현실에 실망하고 교회를 떠나는 신자들을 붙들 수 있는 나름대로의 호교성을 띈 작품을 남겼다.

 

   제도적 교회의 관료적 독선에 실망한 작가가 이 작품의 무덤처럼, 주님이 주시는 희망이 있음을 제시했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 놀라움이다. 제도적 교회의 문제점을 보면서도 이것을 인정하기보다 이런 어둠은 덮어두고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는 태도는 현대인들에게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졌다. 제도적인 교회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교회를 떠나지 말아 라는 메시지를 작가는 전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작가는 신학이 제시하는 경직된 진리 표현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나름대로의 개인 차원의 신앙 체험을 승화시키면서 하느님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작가로 볼 수 있으며 이런 태도는 제도적 교회가 보이는 여러 문제점에 실망하고 있는 현대 크리스천들에게 그래도 교회를 떠나지 말아야 한다는 정감어린 권고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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