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평화를 빕니다.
언뜻 내 삶의 언저리를 눈여겨 보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사실 일반인들의 주택이나 아파트에 비하면 내 방은 코딱지만한 좁은 공간이어서 답답할 듯 싶지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내 삶의 생활 반경을 둘러보면, 여러 형제들과 함께 지내는 덕분에 전체 생활권 안에는 넓은 식당이 있고 휴게실이 있는가 하면 개인 집에 딸린 책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많은 장서의 도서실도 있어 잘 산다는 집보다 훨씬 여유로운 공간에서 지내고 있으니, 솔직히 재산께나 있다는 부유한 사람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
어디 이 뿐이랴! 대문 밖을 나서서 대로만 건너면, 바로 나무가 많은 경희궁과 역사박물관이 있어 내 집같은 일상의 산책로이고, 때로는 공연이다 전시회다 하여 문화적으로도 볼거리들이 솔찮히 적지않은 것이다. 경희궁을 지나 관상대 자리는 어떠한가...? 여기 주변에서 제일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산보를 하노라면, 서울 중심 시가지며 명물 남산타우워의 그림같은 야경, 멀리 관악산과 청계산까지 한 눈 조망권(眺望權)에 들어와 서울 시가지의 빼어난 아름다움과 시원함에 그저 감탄사가 절로 나옴에랴!
일반적으로 '내 집...'하면, '소유라는 개념에서 잘 살거나 못사는, 혹은 넓고 여유롭거나 좁으며 답답하다는 척도의 기준을 내세우기 일쑤이지만, 좁은 나 만의 공간 안에서도 '존재적인' 열린 사유에서라면 얼마든지 내 삶의 주거 영역이 무척 넓을 수가 있는 것이다.
즉 마음이 여유로우면 그만큼 삶의 시야도 넓어지는 게다.
어쨌든 내 1시간 거리의 산책로를 따라, 아름다운 서울성곽 곁 관상대를 지나 내친김에 지척에 있는 인왕산(仁旺山)에 들어서노라면 거긴엔 사 계절 또 다른 경관이 펼쳐진다. 성곽의 곡선을 따라 눈여겨 보면, 가까이 오른편으로 북악산과 청와대가 보이는가 하면 멀리 산수화에나 나오는 북한산 보현봉이 멋진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어쩌다 사진이나 영화에서나 보는 왕이나 영주의 대저택을 대하면, 그 들어가는 입구만 해도 압도감을 느끼게 하는 넓고 긴 숲 터널 길을 보게 된다. 그러나 마음 먹기에 따라, 내 주거 영역 역시 그런 대저택에 손색없는 무지 넓을 삶의 공간을 자리하고 있으니, 무에 부러울 것이 있겠는가.
또 소유의 개념에서 확보된 주거 공간은 언제든 변하거나 바뀔 수 있지만, 존재 개념하에서의 공간은 내 마음이 불변하는 한 거의 변하지 않는 것들이다.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내 마음의 정원을 거닐고 산책로를 따라 궁궐과 성곽, 언덕, 그리고 산을 오르며 주거 공간이 이렇듯 넓고 아름다운 것에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낮 길이가 길은 계절이면 건너 편 안산위에 걸린 멋진 석양을 바라보며 형님 태양과 주거니 받거니 하기도 하고, 어제 밤처럼 여인의 속 눈섶을 닮은 달님 누나를 만나면 진한 사랑이라도 고백하고 싶어져 카메라 엥글에 담고 또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