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종말에 대한 묘사가
옛날 어린 저에게는 너무 으스스하고 무서웠습니다.
해와 달은 빛을 잃고 하늘에서 별들이 떨어진다니 말입니다.
그야말로 그것들의 효력이니 작동이 중단하는 정도가 아니고
아예 그 존재가 없어지고 사라져버립니다.
어제는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에 떠오르면서
잠시 그분에 대한 추억과 생각에 잠겼었습니다.
그분이 아직 대학생일 때 여동생과 함께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성북동 수도원에 와서 스페인말도 배우고
주일 미사 때는 오르간도 치곤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르간이 옛날 풍금이었기에 그분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 오르간 회사가 오르간을 만들게 되면
그 첫 번째 오르간을 우리 수도원에 기증하기로 했지요.
그리고 문세광의 총격으로 그분이 돌아가셨지만 약속을 지켜
저희 수도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 오르간을 가질 수 있었고,
저는 덕분에 그 오르간을 칠 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분인데 정치에 들어선 이후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지금은 권력의 화신이 되었고
그러기에 국민과 국가를 볼모로 싸움만 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싸움을 벌이기도 하는데 싸우는 이상 이기려고 하지요.
그분의 인생에 있어서 사랑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되었고,
오직 권력과 싸움에서의 승리만 있고
하느님 나라에는 관심이 없고
이 세상에서 어떻게 권력을 계속 유지하느냐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이런 권력은 다 사라지는 것인데
그것을 모르고 살아가니 본인도 불쌍하고 불행하고,
국민도 지금 불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 자신도 반성을 합니다.
많은 경우 하느님 나라의 정의 때문이기는 하지만 어떤 때는
연민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그분의 행위를 지나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하나 지켜보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 저를 보면서 내가 뭘 그리 보고 있나 하고 반성을 하는 것이지요.
사라 없어질 것을 제가 그리 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에 대해 주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시지요.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마르 13,26)
그때란 어떤 때입니까?
모든 것이 사라지는 때입니다.
모든 것은 다 사라질 때가 있습니다.
지금 대단한 거처럼 내 앞에 있는 것들 다 사라질 것입니다.
대단한 것처럼 내 앞에 있는 것들이 다 사라질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게 오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을 이렇게 바꿔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사라 없어질 것들을 더 이상 보지 않을 때
그것들은 더 이상 내 앞에 있지 않고 사라지고,
그때 구름을 타고 하늘로부터 내게로 오시는 주님을 볼 수 있다고 말입니다.
모든 것은 사라져도 당신의 말씀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한 주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