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는 이 말이 특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의논하였다.”
예수님이 성전 정화를 하신 것에 대해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따지지요.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소?”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되물으시지요.
“요한의 세례가 어디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
이에 대해 그들은 자기들끼리 의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왜 제게 특별히 눈에 들어왔을까요?
보통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어떤 문제가 생기면.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 잘 대답하고 대적하기 위해서.
제게 이 말이 특별히 눈에 들어온 이유는 이것입니다.
어찌 하느님께 여쭙지 않고 사람들끼리 의논을 하지?
이러면서 사제들이라고 할 수 있고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은 정말 그들을 비난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도, 아니 저와 저희 수도자들이라는 사람들도
무슨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즉시 서로 머리를 맞댑니다.
무슨 문제가 있을 때 머리를 맞대는 것을 우리는 좋게 얘기합니다.
자기가 최고라고 하며 도무지 지혜를 모으지 않는 것보다
머리를 맞대는 것이 좋은 태도인 것은 분명합니다.
신앙인이 아니라면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나 신앙인이 이렇게 하는 것은 결코 최선의 길이 아님은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는 큰 실수이거나 잘못된 태도이지요.
신앙인이 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문제가 생기면 서로의 머리를 맞댈 것이 아니라
즉시 하느님께 같이 나아가야 하는 것이고
하느님의 뜻을 같이 찾아야 하고,
하느님의 지혜를 같이 구해야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머리를 맞댈지라도 하느님의 지혜를 찾고
하느님의 뜻이 뭣인지 같이 찾자는 것이어야지요.
실제로 우리의 상담이나 회의가 이런 것이어야 합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생겨 상담을 하게 될 때
내담자가 인간의 지혜를 얻고자 찾아와서는 안 되고
상담자도 인간의 지혜를 빌려주는 것이어서는 안 되지요.
기도로 상담을 시작하며 하느님의 지혜를 같이 찾는 거여야지요.
공동체의 차원에서 문제가 생겨 회의를 할 때에도
우리는 지극히 당연하게 기도로 시작해야 해야지요.
물론 우리는 회의하면서 기도 않고 회의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 기도 따로 회의 따로 그런 식입니다.
마음 없이 형식으로 기도를 하였거나 건성으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한 사람들이 자기주장만을 일삼고 싸우기까지 합니다.
내가 말할 경우 나의 말이 하느님 뜻에 맞는지 조심하지 않고,
남이 말할 경우 그의 말이 하느님 뜻에 맞는지 헤아리지 않고
그저 나의 말은 맞고 너의 말은 그르다는 식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문제가 있을 때 머리를 맞댈 것이 아니라
손을 맞잡고 마음을 모아 주님의 뜻을 찾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