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평화와 자비
시간만 나면 워낙 걷기를 좋아하니 이런 생각도 해 본다.
하기사 <안식년>을 지내기로 허락을 받은 올 해엔, 국내 전국 둘레길이며 성지를 걸어서 다녀 볼 작정이니까...^^
지금까지 얼마나 먼 길을 걸었을까...어리짐작 지구의 1바퀴 혹은 2바퀴? 정확히 헤일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던 상당한 거리를 걸어왔음에는 틀림이 없다.
현시대에 걷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속전속결의 빠름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 어쩌면 남에게 뒤지는 일만 같지만, 마음의 여유나 인생의 풍류를 즐김에 걷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으리라.
걸으면 그때마다 스치는 바람결을 느낄 수가 있어 좋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흘러가는 구름을 벗삼을 수 있어 내 마음은 여러가지 모양으로 하늘에 채색하는 화가가 되기도 한다. 흐르는 계곡이나 시냇물 소리에 귀울이며, 길섶의 풀이나 나무들을 사랑할 여유가 생기고, 밤하늘의 달이나 가득한 별을 사랑할 수 있으니까...
걸음이나 느림의 템포에서 온 누리의 자연과 더불어 우리는 '우주적인 존재'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느끼게 되니, 과연 하늘 아래 한 하느님의 자녀임에랴!
이렇듯 걸으면서 느끼고 보이는 자연 사물들은, 또한 '느림'의 미학과도 직결되어 있어, 모든 걸 '빨리빨리' 해치우는 식으로 행복을 추구하려는 시대적 사고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결국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려면, 걷는 속도만큼이나 느려야 함을 깨닫게 되고, 무엇이든 빨리 그고 시간적 많은 소유를 누리려다 오히려 그만큼 요원해지는 행복이려니...
마침 밖에 시나브로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타박타박 지금까지 걸어 온 나의 길이 눈발자국처럼 선명히 찍힐 것만 같다. 지금까지 느리게 걸어 온 길만큼이나 행복하다고 자위할 수 있는...걸으면서 만났던 갖가지 자연 사물이나 사람들과 더불어 더없이 행복했던 시간들! 이후에도 그러하리니...뉘보다 하느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