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그런데 이 축일에서 주어는 누구입니까?
주님 자신이십니까, 아버지 하느님이십니까, 아니면 성모님이십니까?
전례적인 의미는 요셉과 마리아가 예수님을 봉헌하심을 기리는 거지요.
오늘의 전례는 이 축일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사십일 전에 우리는 주님의 성탄 축제를 기쁘게 지냈습니다.
오늘은 마리아와 요셉이 예수님을 성전에서 봉헌한 거룩한 날입니다.”
그러니까 부모인 마리아와 요셉은 주님을 봉헌을 하신 것이고,
주님께서는 봉헌되신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 저는 마리아의 봉헌이 실은 순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라고 하는데
그저 율법에 따라 형식적으로 봉헌하신 것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한 거지요.
구약의 법에 첫 아들은 하느님 차지라는 정신이 있는데
그 법이 아니더라도 마리아와 요셉은
예수님을 애초부터 자기들 차지라고 생각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을 때 이미 자기들의 뜻이 아니었으니
그 예수님을 자기들 차지라고 생각지 않았음은 틀림이 없고
그러니 봉헌도 하느님의 뜻에 따른 봉헌이었을 것입니다.
실로 주님의 최초의 봉헌은 마리아와 요셉의 봉헌이 아니고,
하느님 아버지의 봉헌이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외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시어
사람의 아들이 되게 하신 것이 첫 번째 봉헌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님의 봉헌은 아버지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들을
먼저 인간에게 봉헌하신 것이 첫 번째 봉헌이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인간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당신을 봉헌하신 것이 두 번째 봉헌입니다.
그러니 첫 번째 봉헌도 두 번째 봉헌도 다 하느님의 뜻이며
마리아와 요셉은 이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여 봉헌하신 거고
예수님도 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당신을 봉헌하신 것입니다.
어제 저희 수도회에서는 종신 서원식이 있었습니다.
오늘 종신 서원식을 하고 싶었지만 축성 생활의 해 폐막 미사를
명동 성당에서 합동으로 하게 되어 있기에 하루 당겨서 한 것입니다.
어제 종신 서원을 보면서 부모들은 어떤 마음으로 자녀들을 봉헌하셨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네 명의 형제 중의 한 형제의 부모님이
자녀 셋을 다 하느님께 봉헌하셨기에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기에 자식들이 수도원에 간다니 그저 허락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인 것이지요.
제 생각에 부모님들의 봉헌은 내 자식이지만 내 자식이 아니라는 생각,
내 자식에 대한 소유권이 내게 없다는 생각,
내 자식은 하느님께서 내게 주셨지만 하느님 것이라는 생각,
이런 생각이 투철한 부모들의 봉헌이고,
생각이 투철한 것이 아니라 신앙심이 투철한 분들의 봉헌입니다.
봉헌생활의 날을 보내는 오늘,
특히 봉헌생활의 해를 마감하는 올해
부모들은 마리아와 요셉처럼 자녀를 봉헌하고,
자녀들인 저희 수도자들은 예수님처럼 자신을 봉헌하는,
그런 축성된 봉헌의 삶을 살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