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양비론兩非論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양쪽 다 문제가 있거나 잘못 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여당과 야당이 있다면 여당도 잘못이 있고, 야당도 잘못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양비론에 긍정적인 양비론이 있고 부정적인 양비론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양비론을 먼저 보면 이 양비론은
정의와 사랑에 입각한 것이고, 건설적이고 창조적이며 미래 지향적입니다.
정의에 입각해서 양쪽의 문제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지만
그 정의가 자기만 정의롭다는 그런 독선적이고 교만한 정의가 아니라
그야말로 보편적인 정의이며 하느님의 정의에 입각한 정의입니다.
그리고 사랑에 입각하기에 잘못을 비판하지만
비난으로 일관하거나 부정 일변도가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비판은 그의 어떤 면을 부정하는데 비해
비난은 그의 존재 전부를 부정하는 것이며
비판이 잘못을 부정하되 잘하는 것은 인정하는데 비해
비난은 그의 잘하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잘못만 보지요.
그러나 사랑에 입각한 양비론은 무엇보다도
건설적이고,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이기에 대안을 제시합니다.
이것을 신앙적이고 복음적으로 바꿔 얘기하면
신앙적이고 복음적인 양비론은 복음에 입각하여 비판을 하고
복음의 가치를 대안으로 제시함으로써 양쪽 문제를 모두 극복코자 합니다.
우리 교회가 제시하는 사회회칙과 사회교리가 바로 이런 것이지요.
사회회칙과 교리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문제를 복음에 입각해 비판하고,
복음이 가르치는 하느님 나라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건설하고자 하지요.
이에 비해 부정적인 양비론은 매우 독선적이며 파괴적입니다.
자기 외에 다른 것은 다 잘못 됐다고 싸잡아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사랑이 없기에 개인과 공동체를 파괴만 할뿐
아무런 건설적 대안을 제시치 못하고 창조적인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
제가 상소리 하는 것을 여러분이 허락하신다면
이런 양비론은 “정말로 빌어먹을 놈의 태도이며 주장”입니다.
이런 부정적인 양비론을 요즘 정치와 사회문제에 대한 태도에 대입하면
요즘 정부와 여당이 폭주기관차처럼 문제를 만들고 잘못 가고 있는데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 그놈이 그놈이야 이런 식의 태도를 취하고,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적인 가치에 입각해서 비판하지도 않으며,
그리스도교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교만하고 사랑 없는 이런 부정적인 양비론은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이기에 더 나아가면 하느님마저도 부정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참으로 신앙인이고,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이편도 아니고 저편도 아니며, 당연히 하느님 편이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이쪽저쪽 다 부정하고 하느님까지 모두 부정하는,
그런 자기중심주의이어서도 아니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 편에 서지 않으면 이러나저러나
하느님을 중심으로 모아들이지 않고 흩어지게 하는 것이지요.
내가 하느님 편에 서 있지 않고 떨어져 나가 있는데
다른 사람 누구를 하느님 편으로 끌어 모으겠습니까?
나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려거나 흩어지게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느 편에 서있습니까?
반대자거나 어정쩡하게 서있지는 않습니까?
이것을 성찰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