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연구해보시오. 갈릴래아에서는 예언자가 나지 않소.”
확신범確信犯
도덕이나 종교, 정치적인 신념이 결정적인 동기가 되어 행하여지는 범죄.
또는 그런 죄를 저지른 사람.
이것이 확신범에 대한 사전의 정의인데 저는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수석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바로 이런 확신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등장하시어 성전에서 가르치시자
사람들 가운데서 예수님의 정체를 두고 일대 혼란이 일어나지만
이들은 예수께서 그리스도는 물론 예언자도 아니라고 단정합니다.
한 마디로 얘기해서 하느님께로부터 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고,
신성모독인일 뿐이며 그래서 죽여야 할 자라고 확신을 합니다.
이런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입니까?
미움 때문에 누굴 죽이는 사람이나
욕심 때문에 누굴 죽이는 사람이나
권력 때문에 누굴 죽이는 사람보다 나쁜 사람입니까, 좋은 사람입니까?
어떻게 보면 사적인 이유 때문에 누굴 죽이는 것이 아니니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그렇다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어떻게 보면 이등박문을 죽인 안 중근 의사와 같다고 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제가 볼 때 이런 사람들이 더 무섭고 큰 문제입니다.
믿음 때문에 죽이는 거라고 믿기에 사적인 이유의 범죄보다
더 엄청난 범죄인데도 아무 죄책감 없이 저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죄책감이 없기에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이고,
더 나아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러운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히틀러나 일본의 전범들, IS가 한 짓이 이런 짓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은 자기들뿐 아니라 국민들도 그렇게 만드니 더 큰 문제지요.
그러므로 믿음이 어떤 믿음이냐가 중요합니다.
안 중근 의사와 같은 옳고 보편적인 믿음이냐
잘못되고 편협한 믿음이냐가 문제입니다.
잘못된 믿음이 많고도 많지만 크게 얘기하면
사랑이 없는 믿음, 사랑에 이바지하지 않는 믿음이 잘못된 믿음입니다.
예를 들어 하느님을 믿는다면서 가정을 팽개치게 하는 믿음이고,
현세에서의 성공과 복만 얘기하고 사랑을 얘기하지 믿음이며
증오를 가르치고, 증오를 낳는 믿음입니다.
편협한 믿음은 겸손이 없는 믿음이며 닫힌 믿음입니다.
자기들의 믿음만 옳고 다른 믿음은 부정하는 믿음이며,
자기들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인양 생각하는 교만한 믿음이고,
다른 가능성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치 않는 닫힌 믿음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가능성을 인정치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는
단지 다른 사람의 가능성을 인정치 않음에 국한되지 않고
하느님의 가능성마저 인정치 않고 닫아버리는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스라엘 근본주의자들의 믿음은
자기들의 믿음만 옳다고 믿고, 자기들이 믿는 하느님이
하느님의 전부인양 생각하는데 그 근거가 물론 성경입니다.
성경에 근거하여 갈릴래아에서는 예언자도 나오지 않고,
그러니 그리스도는 더더욱 나올 수 없다고 믿는 거지요.
그런데 성경도 하느님을 가둘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오늘 수석사제들과 바리사이의 예를 보며 알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