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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종이다. 이스라엘아, 너에게서 내 영광이 드러나리라.”

하느님께서 당신 종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에 대해 야훼의 종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쓸데없이 고생만 하였다.

허무하고 허망한 것에 내 힘을 다 써 버렸다.

그러나 내 권리는 나의 주님께 있고, 내 보상은 나의 하느님께 있다.”

 

그러니까 주님께서는 당신 종을 통해 당신 영광이 드러날 거라고 하시는데

그러나 종의 현재 상태와 심정은 이것과 너무나 거리가 멀어

허사, 헛고생, 헛힘 등의 언사에서 볼 수 있듯 아무런 보람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뭔 일을 하였고 어떻게 됐기에 이런 말을 토해내고 있는 걸까요?

어제의 야훼의 종은 지치지도 않고 기도 꺾이지 않는 종의 모습이었는데

오늘의 야훼의 종은 그와 정반대라는 것입니까?

 

그런 면이 없지 않습니다.

오늘 예수님으로 치면 제자들 양성에서 실패를 하셨습니다.

온갖 정성을 다 기울여 농사를 지었는데 다 자라서 망치듯,

내거라고는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을 다 자식을 위해 했는데

그 자식농사가 망치듯 제자 농사를 망쳐버린 것입니다.

 

3년을 데리고 다니며 하느님 나라에 대해 말로 가르치고

삶과 행동으로 가르쳤는데도 예루살렘에 입성을 하고 보니

하느님 나라에 대한 가르침은 이빨도 안 먹힌 것이 드러났지요.

예루살렘에 들어가 주님께서 권력을 잡게 되면

그때 한 자리 차지할 생각만 하였고 유다는 주님을 배반합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수없이 체험하지요.

아마 살아온 만큼 이런 체험을 누구나 할 거고, 저도 그런 체험을 했습니다.

지금 저는 성북동 통합 양성 공동체에서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여기 유기 서원 형제들이 다 저에게 수련을 받은 형제들이지요.

그런데 수련기 때 제가 그렇게 강조했고 그때는 알아들은 것 같았는데

지금 보면 하나도 먹혀들지 않고 바뀐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 욕심만큼 바뀐 것이 아닐 뿐이지요.

그리고 몇 십 년 산 것이 어떻게 1, 2년만에 바뀔 수 있겠습니까?

저는 44년째인데 이 생활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이 모양이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어찌?

 

이런 면에서 우리의 허무감은 욕심의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야훼의 종의 허무감도 같은 것이고,

예수께서 오늘 마음이 산란하다 하심도 같은 것일까요?

 

욕심의 허무감이 아니고 사랑의 허무감이겠지요.

나의 사랑이 제자들에게 사랑으로 전달되지 않고

그래서 그들이 사랑의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된 허무감,

다시 말해서 결실 없음의 허무감 말입니다.

 

그런데 사랑의 허무감도 사랑의 정도에 따라 허무감의 결이 다르지요.

나의 사랑이 열매 맺기를 바라는 자기만족의 불순물이 있으면 있는 그만큼

나의 사랑이 헛것이 된 것에 대한 분노의 허무감이 남게 되지만

불순물이 없으면 없을수록 그가 사랑을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허무감이 남게 될 것입니다.

 

햇빛은 누가 자기 빛을 쬐지 않는다고 화를 내지 않고,

자기 빛을 쬐지 않아 스스로 어둠의 징벌을 받음을 안타까워할 것이고,

엄마의 사랑은 자기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지 않는다고 화내지 않고

먹지 않아서 배곯고 몸 상하는 것을 걱정하며 안타까워할 것입니다.

 

주님은 자기생전에는 당신 사랑의 결실을 아무 것도 보지 못하시고,

제자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그중에서도 유다는

배반의 죄를 짓게 될 것을 미리 보시고 마음이 심란하십니다.

그러나 당신이 못한 것을 하느님께서 하실 것이라고 믿으셨을 겁니다.

 

저는 오늘 몇 시간 후면 중국 가는 비행기를 탑니다.

중국말을 못하시는 조선족 동포들 공소를 방문하며

그분들에게 판공성사도 주고 성주간, 부활절 전례를 거행하기 위해섭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중국에서의 선교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인데,

제가 북한선교를 할 때도 그렇고 러시아나 중국 선교를 추진할 때

유혹과 갈등이 늘 한 편에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환영하는 아프리카나 다른 아시아 지역의 선교를 놔두고

왜 아무런 성과도 얻기 힘든 곳을 굳이 선교하려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평양에 세운 평화 봉사소는 우리 정부의 방북불허로

벌써 8년 동안 방북을 하지 못한 채 운영이 되고 있고,

중국선교라는 것도 이렇다 할 결실이 없습니다.

 

그러니 결실을 보고 선교를 한다면

북한이나 중국 선교는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시작을 하였다 해도 중도포기를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으로 선교를 하는 것이고,

그래서 결실을 우리 눈으로 보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제가 지금 결실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주님께서 어떤 식으로든 이루시리라 믿고 선교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저에게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네가 나의 종이 되어 나의 구원이 땅 끝까지 다다르도록

내가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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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까지 강론을 올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곳 인터넷 사정이 어떤지 몰라서요. 성주간 잘 보내시고, 부활 대축일 정말로 기쁘고 즐겁게 맞이하시기를 빕니다.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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