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어린이와 같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반대로 어른처럼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슨 뜻이고?
국빈방문을 하는 외국정상을 영접하듯 하느님을 모시면
그것이 하느님 나라를 어린이처럼 받아들이는 것인가?
백화점에서 손님을 왕처럼 모시는 표시로 90도로 머리 숙여 인사하는데
그렇게 하느님을 모시면 하느님 나라를 어린이처럼 받아들이는 것인가?
제 생각에 이렇게 모시면 정중하고 극진하게 하느님을 모시는 것은 되지만
하느님 나라를 어린이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바로 어른처럼 받아들이는 겁니다.
어른들은 손님을 모시거나 사람을 대할 때 매우 형식적이고 예의적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부자연스럽고 겉치레와 위선의 느낌마저 줍니다.
그런 모임에 가면 편치 않고 거북할 뿐 아니라
거기서는 제가 하느님 나라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린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순수하고 자연스럽습니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겉치레가 없습니다.
아니 아예 <겉 나>와 <속 나>가 따로 있지가 않습니다.
<겉 나>와 <속 나>가 없기에 속마음과 겉마음도 없으며
그러기에 어린이에게는 진심眞心이나 전심全心이란 말도 필요 없습니다.
제가 대전에 있을 때 양로원울 갈 때면 학교를 가로질러 가곤했는데
그 학교 현관에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는 글귀가 있었지요.
그런데 그 “진심으로”라는 말이 진심으로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진심이 아닌 때가 얼마나 많으면 진심이라는 말을 우리가 씁니까?
어린이들처럼 진심이 아닌 적이 없으면 그 말조차 모를 것이고,
그런 말은 아예 쓰지 않을 테지요.
어린이들은 이처럼 거짓 내가 나가서 하느님을 모시지 않고
진짜 내가 나가서 하느님을 모시기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갑니다.
어린이는 나만 진짜 내가 되어
하느님을 모시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도 거짓 하느님을 만나지 않고
하느님 나라도 속아서 가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제가 여기서 얘기하는, 거짓 하느님이나 가짜 하느님 나라에 속는 것은
신천지와 같은 거짓 그리스도교에 속는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제 꾀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듯 속이는 누가 없어도 스스로 속는 겁니다.
어찌?
자기식의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상입니다.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얘기는 자기가 만든 하느님을 섬기지 말라는 겁니다.
우리는 갖가지 욕심과 편견 때문에
자기 마음에 맞는 하느님을 만들어내고
하느님 나라를 세상 나라와 진배없는 것으로 왜곡하곤 합니다.
제발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를 자기 입맛대로 바꾸지 맙시다.
저도 여러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