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군중에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때 주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주님을 뵈러 왔다고 전하자 주님께서는
누가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냐고 물으신 다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여러분은 이 말씀을 누구에게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머니 마리아와 형제들에게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군중에게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말씀은 말할 것도 없이 군중에게 하신 말씀이고,
그러니 이 말씀은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얘기하듯
당신의 어머니와 형제들을 무시하는 말이거나
마리아와 형제들과 혈연관계를 끊는 말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다 당신의 어머니와 형제들로 초대하는 말입니다.
당신을 따르려면 자기 부모와 형제를 버리라고 말씀하신 주님께서
당신도 혈육의 관계를 끊으셨음을 보여주는 말씀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는데
이때 부모와 형제와 관계를 끊으라고 하신 것은
마마보이와 같은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를 끊으라고 하신 것입니다.
나는 어머니의 내가 아니라 모두의 나이고,
나는 어머니만을 위한 내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나이며,
나는 모든 것이신 하느님을 위한 나이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저는 십자가 성 요한의 말씀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모든 것(십자가의 성 요한)
모든 것을 맛보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맛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지식에도 매이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하며,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이 아직 맛보지 않은 어떤 것을 찾으려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야하고,
소유하지 못한 것을 소유하려면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곳으로 가야 한다.
모든 것에서 모든 것에게로 가려면
모든 것을 떠나 모든 것에게로 가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로 함이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모든 것이신 하느님을 소유하려면 어머니는 물론 모든 것을 버려야 하고,
모든 것이신 하느님을 소유하면 모든 것이신 하느님 안에서
어머니를 비롯하여 모든 것을 어머니와 형제로 만나게 됩니다.
프란치스코는 오늘 말씀을 기초로 이렇게도 얘기합니다.
“우리가 하늘에 계신 그분의 아버지의 뜻을 실천할 때
우리는 그분의 형제들입니다.
우리가 사랑과 순수하고 진실한 양심을 가지고 우리의 마음과 몸에
그분을 모시고 다닐 때 우리는 어머니들입니다.
표양으로 다른 이들에게 빛을 비추어야 하는 거룩한 행위로써
우리는 그분을 낳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주님 말씀이나 프란치스코의 말은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실 때 모든 관계가 재편되어
우리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도 되고 어머니도 될 수 잇다는 말입니다.
이런 관계의 재편을 위해 어떤 때 기존의 관계를 끊어야 할 때도 있겠네요.
이것을 깊이 묵상케 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