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주님께 아뢰며 돌려보내야 하지 않느냐고 여쭙니다.
매우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상황파악과 대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주님의 지시랄까 처사는 보통의 생각을 초월합니다.
돌려보내지 말고 제자들이 먹을 것을 주라고 하십니다.
“돌려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이것은 마치 이런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아프리카나 북한의 굶주림에 대해서 걱정하며
신자들의 기도에서 이들에게 먹을 주십사고 기도하면
주님께서 우리보고 주라고 응답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신자들의 기도를 공동으로 바칠 때 이런 기도를 하면
바로 주님의 이 말씀이 생각나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레오나르도야, 나보고 이들을 먹여달라고 하지 말고, 네가 먹여라!’
그런데 어떻습니까?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여라.’고 하시는 말씀이
그것은 너희의 몫이지 나의 몫이 아니라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은 오늘 복음에서도 볼 수 있듯이
주님 당신이 주셔야 하고, 당신이 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에게 먹이라고 하시는 주님의 뜻은 무엇일까요?
할 일 미루기입니까, 아니면 같이 하자는 것입니까?
말할 것도 없이 같이 하자는 말씀이고,
더 근본적인 뜻은 당신이 하시는 것은 우리를 통해서라는 말씀이며,
어쩌면 우리가 하지 않으면 당신도 어쩌지 못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실제로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서는 손이 없으시고, 발이 없으십니다.
그래서 우리보고 당신의 손과 발이 되어 먹을 주라고 하시는데
이에 대해 제자들과 우리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저희는 여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가진 것이 없고, 그래서 줄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지극히 맞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에게는 줄 것이 없거나 줄 수 있는 것이 얼마 없습니다.
우리는 줄 것이 없다는 이유로 줄 마음도 아예 접어버리고,
가난한 사람에게 주는 것은 부자이신 주님 몫이라고 치부합니다.
주지 않으려고 우리가 가진 것은 ‘조금밖에 없다.’고 강변합니다.
그런데 ‘조금밖에 없다.’는 우리말에 주님께서는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우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주실 것이 많으신 분이라고 믿고,
또 하느님께서 주실 것이라고 우리가 정말로 믿는다면
우리는 우리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을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시는 겁니다.
왜냐면 우리는 가진 것으로 주지 않고 사랑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어도 됩니다.
사랑의 손만 있으면 되고,
사랑의 발만 있으면 되며,
사랑의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이것을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임을
8월의 첫날인 오늘 우리는 깊이 묵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