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포르치운쿨라 이야기 6>
정신이 번쩍 드는 아침이다.
엊저녁 힘든 하루의 반성을 얼마나 야무지게 했는지 준비하는 몸놀림이 사뭇 어제와 다르다.
4시 55분 마을 큰 나무 아래에 모여 자연스럽게 몸 풀기 운동을 한 후 5시에 정확히 출발을 한다.
마을을 벗어나 자전거 길을 따라 떠오르는 태양과 인사를 나누고 흐르는 강물을 옆에 두고 구불구불 아름다운 섬진강을 따라 우리도 걷는다.
45~50분을 걷고 10분 휴식. 가볍고 좋다.
남원형제회에서 준비해주신 증편과 어제 먹다 남은 복 숭아와 자두로 아침 식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대 벌써 12시가 넘었다. 정자에 둘러 앉거나 길 위에 널부러져 먹는 점심이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대 소박한 밥상?을 즐겁게 나눈다.
어제 땡볕에 얼마나 놀라고 힘들었는지 오늘의 간간히 그림자를 선사하는 나무 길이 이렇게 예쁠 수가 없다.
햇님을 창조하시고 그 아래 그림자를 드리우는 나무를 창조하시고 나무가지 사이로 바람을 보내주신 주님! 땡큐!
섬진강을 가로지른 예성교 아래 압록에 자리를 잡고 지친 발을 씻고 이장님이 내 주신 영업용? 평상을 점령한다.
이젠 탁발에 제법 이력이 붙었나보다. 하루를 유할 잠자리와 샤워장에 김치까지 자매님들의 활약이 눈 부시다.
기차가 뿡! 물소리가 졸졸을 넘어 좔좔!
"아! 아!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이..." 안내 방송까지 주변을 가득 메운 소음을 친구삼아 성무일도 미사를 올린다.
주님이 창조하신 위대한 자연을 노래한 성가로 시편을 대신한다. 은혜롭다.
강론 말씀처럼 하느님 나라의 맛을 알아 가는 이 시간들을 허락하신 주님! 또 땡큐!
재료가 부족해 별로 넣은 것도 없는 된장국이 끝내주게 맛있다. 상을 치우고 정리를 마쳤는대 요한형제님이 정좌를 하고 갑자기 성모님 노래를 한 곡 뽑는다. 뭔 세레나데 같이 들린다.
"필로미나 자매님~~~~감사합니다~~~"
가사를 바꿔 행진 내내 주방을 진두지휘신 자매님의 노고에 감사함을 표하신다. 우리 남편도 좀 배웠음 좋겠다는 부러움도 잠시 나 자신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해본다.
이렇게 마음을 표현해 주시는 형제님 덕에 흐뭇한 마음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대자연을 창조하시고 세상에 저를 보내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