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포르치운쿨라 이야기 7>
구간: 예성교~화개장터
인원: 33명
오랫만에 5시를 넘겨 이부자리를 보존하여도 되는 아침. 더 자야하는대, 더 자도되는대 눈이 떠진다. 밤 사이 비가 퍼부었다는대 아무 소리도 듣지 못 하였다.
잠시 후, 오마나 깜짝이야. 비가 왔다고요?
어제 밤 고이 빨아 널어 놓은 옷이 생각났다.
'뭣이 중헌디?'
'옷도 중허요. 모냥은 따질것도 없고..당췌 입을 것이 없으요.
푹 끓인 부드러운 누룽지에 이장님 댁 김치 한 조각, 찐감자, 김 한장, 찐계란으로 맛난 아침을 먹고 점심까지의 시간을 계획한다. 근처의 절경 사성암을 오를 팀과 읍내 사우나팀으로 나뉜다. 꿈도 못 꾼 프로그램이다.
장 날이라 버스가 만원이다.
'구례성당 가지요? 딱허니 거기서 내려주십시오~'
걷기만 하다가 버스를 타니 어린아이 같이 무쟈게 신난다.
기암절벽 위에 지어진 암자. 자연 위에 얹은 인간의 창조물. 주님과 인간이 함께 만든 산물.
'오미~ 안떨어지게 난간을 꼭 잡으세요.'
구례성당으로 향한다. 장 날이라 그런지 더위에도 구례읍이 북적인다. 미사를 드리는 중 그간의 행진에서 깨달은 점을 발표한다. 저런 마음들 이셨구나~
한 형제님의 자제분이 점심을 사신단다. 들깨순두부탕!
오메가 3 가득한 고소함이 좋다. 우리 행진단이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지만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맛나게 먹을거다.
식사 후 한 숨 자고 성당으로 돌아왔더니 어디서 오셨는지 수녀님들과 수사님들과 수련자님들이 가득하다. 젊음이 넘친다. 이름표를 다시 받고 앞 뒤로 행진단의 일원임을 알리는 표식을 앞 뒤로 붙인다. 몇 일의 이력이 우리를 분주함에서 의연하게 하고, 젊은 청춘들은 우왕좌왕 분주하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청춘들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걷는게 너무 힘들다. 우리를 배려하여 느린 줄 알았드만 워밍업이라한다.
가다서다 가다서다 느린 걸음으로 청춘들을 배려한다.
덕분에 가다쉬다 가다쉬다 사진도 찍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봄 날 갔다.
냇물을 건너고 둑방 길을 걷다보니 등 뒤로 해가지고 섬진강 어류전시관에 도착하니 얼음 동동 시원~ 한 생수가 반긴다. 우리 형제님께서 센스있게 쏘셨단다. Thanks a lot!
점프를 해 화개중학교에 도착하니 금방 깜깜해진다.
먹고 씻고 아픈 발을 수녀님의 손길로 치료하고나니 눈꺼풀이 내려 앉는다.
청춘들아~ 너희는 늙어 보았느냐?
나는 젊어 보았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칠순 팔순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나의 청춘에도 함께 계시고, 나의 노년에도 함께 계시고 그리고 생의 마지막 날 두 팔 벌려 안아 주실 주님!
"알 라 붕! I love you!"
"사랑한다. 나의 아들 딸아~
내가 너를 잘 아노라. 너를 축복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