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름을 불렀다.
말의 여로,
말 속의 오랜 방황을 거치며 마침내 찾아낸 이름,
그 이름으로 님을 불렀다.
한 마디의 주어를 찾기 위해 세상의 모든 말을 다 뒤지는 말의 나그네,
지금 시작하는 일이 새 일이듯이
지루하고 긴 과정의 끝에 비로소 성취를 얻은 절대의 일거리처럼
나는 그 이름을 찾아낸 이후 언제나 그 이름과 함께 있고 싶었다.
그러나 어쩌랴
그 이름을 찾기 위해 오늘 또 다시 좌절의 돌 벽을 짚으며
첫걸음을 내어딛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없이 나아갈 길머리,
실로 여러 고갯마루에서 버려진 아이처럼
천지도 아득하여 울음을 터트릴지 모른다.
그리던 그림이 잘못되어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그리는 아이처럼
다시 시작하는 삶의 여로,
그 길에서 내가 부를 궁극의 한 이름을 찾고
명백히 인식하게 될 일에 대해
간절하고 쉼 없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싶다.
사건이 중첩하고 인간은 혼자서 궁리의 낭떠러지에 서는 일이 허다하다.
벼랑에 까지 왔는데도 추적의 발걸음이 따라온다.
사실이 은폐되고 진리가 왜곡되는 어둠에 노출된 사람이 가는 길에
말없이 다가와서 함께 길을 걷는 이가 있다.
때로는 그 길이 너무 험하여 부축하거나 등에 업고 갈 때도 있다.
나는 그때 간절하게 그 이름을 부른다.
내 존재의 심연에서 마지막으로 부를 이름이여,
이 밤에 그 이름을 부른다.
하늘을 향해 나지막하게,
그러나 확신에 넘쳐 그 이름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