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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자비


  지도를 보니 여주라는 곳은, 고속뻐스나 직행으로 가면 얼마 걸리지 않겠지만, 양평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서, 그렇다면 양평까지 지하철을 이용해, 거기서 여주로 가면 차비가 많이 절약되리란 생각이 미쳤습니다.  금년 '안식년'이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성지순례를 다녀올 수 있으니까요.

  서대문-양평 까지의 지하철 시간을 2시간으로 잡고, 거기서 여주행 시내뻐스를 이용해 3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겠거니, 예정대로 양평행 지하철을 탔습니다.  지하철의 창밖 경관은 언제 보아도 참으로 그림같은 시야였고, 평소에 풍족함에 익숙하고 사치스러운 삶에 익숙한 듯한 서울이라는 거대 울타리에서 벗어나, 무엇보다도 자연에 대한 나의 소박한 꿈이 펼쳐지는 한 편 영화의 주인공 같은 그런 들뜬 기분이 드는 겁니다.

    

  어쩌면 가깝고도 먼 여행을 떠날 때마다 늘 가볍고 행복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단순, 소박, 간소하게!'라는 내 특유의 좌우명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정동'이라는 서울시내 복잡한 중심지로부터 시골에로의 어쩌다 갖는 일탈은 언제나 꿈많은 소년처럼 간직할 수 있는 나 만의 행복애애이니까요.


  양평에서 내려 여주행 뻐스를 물어보니, 마침 조금 걸어 가 농협 앞에서 출발하는 시내뻐스가 있는 겁니다.  요금이 1,250원, 서울-여주간 왕복 요금이 단돈 2,500원만 들면 되는 거지요.  게다가 여주행 시골 뻐스도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얼마나 시원하던지!  세상에, 이렇게 편리하고 싼 대중교통이라니! 


  여주 종점에서 내려 지도에 표시된 순례지를 따라 20-30분 정도를 걷고있는데, 마침 장날이라 꽤 큰 장터를 지나 자그마한 여주 성당이 보였습니다.  성체 조배실이 있어 우선 순례의 마음으로 들어가 보니 거기 역시 참 시원하여 땀을 시킬 수가 있었고, 한동안 기도를 드리고는 밖으로 나와, 성당 입구에 성당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있고, 로만 칼라하신 젊은 신부님(아마도 본당 신부님)이 한 학생과 담소중이었습니다.

     "아, 본당 신부님이신가봐요.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여기 가까이 성지가 어디쯤 있는지요?" 

     "아, 예, 그런데 여기 여주엔 성지다운 건물은 없고 2군데 다 주택가에 달랑 표지석만 있답니다.  그런데 어디서 오셨지요...!?" 

     "서울 정동수도원에서 모처럼 순례를 왔답니다."


  그렇듯 이야기중에 카페 주인인 듯한 자매님들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내 모습이 안스러웠던지, 참으로 고맙게도 시키지도 않은 시원한 냉커피를 기꺼이 어 주셨고, 서글서글해 보이시는 신부님은 과자까지 사주시는 거였습니다.  그러시면서 '여기 이 학생은 신학생 2학년이랍니다. 너 혹시 수도원에 관심 있으면 진로를 바꿔도 괜찮아!" 하시는 유모어까지 잊지 않으시는 겁니다.  그리고는 "조금 있다가 가는 길에 두 군데 성지 표지석이 있는 곳에 안내 좀 해 드리렴!"하시며, 나그네에 대한 자상한 배려를 잊지 않으시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길가는 순례자나 나그네를 만나, 비록 작은 씀씀이지만 그렇듯 기쁘게 냉커피와 과자를 선뜻 내어주시는 일거일동이 참으로 감동스러웠습니다.  특히 젊은 신부님의 열려지고 유쾌한 매너가 퍽 인상적이어서, "그래, 낱선 사람을 만나는 태도가 저렇듯 서글서글해야 해.  얼마나 좋아 보이는고!" 내심 감탄을 하면서 내내 잊혀지지않는 겁니다. 어떤 거창한 큰 업적을 쌓아 남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겠지만, 실상 작고 따뜻한 마음씨나 배려가 더 잔잔항 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여주에서 순교하신 분들은 20여분- 그중 세 분은 복자 반열에 올려졌답니다.  복잡한 주택지 사잇길에 세워진 순교자 표지석 앞에서 따가운 햇볕을 받으면서 한동안 묵상과 기도를 드렸습니다.   

   

  돌아올 때엔 양평행 시내뻐스가 용문을 거쳐 양평으로 가는 듯...용문역 앞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며 오면서, 시간이 여간 많이 걸리지 않은 마냥 느린 여정이었지만, 참으로 감사드릴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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