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이에
가장 오묘한 것은 가장 단순한 것이다.
그러나 단순함이 주님의 영으로
조명 받지 못하면
가장 어리석음의 열매만 남아있을 뿐이다.
관계의 성숙을 도와주는 것은
부활하신 주님의 영이 서로의
영혼 안에서
바람처럼 강물처럼 흐를 때이다.
사람의 갈망을 넘어 어느 한 가지도 부족함이 없는
주님의 영지에서 너와
나는 더 이상 둘이 아니다.
햇빛이 간막이를 치고 한계를 금그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수치심을 감추려고 어둠 속에
숨어들어도
악하고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겹겹이 울타리와 담을 쌓아도
사람과 만상을 골고루 비추는 주님의 영을 벗어날 길은
없다.
너와 나 사이에 영의 현존을 알아차리기까지
아무 것도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지 말아야 하고
마음의 눈으로 천천히
그리고 오래도록 바라보아야 한다.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과 피조물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너를 통하여 느낌으로 와 닿는 것은
아버지의 자비요 살아 계신 주님의 영이다.
마지막 과일을 무르익혀 단맛이 들게 하는 이,
만산에 출렁이는 단풍 숲과
구름 같은 갈대밭을 가꾸시는 이,
푸른 하늘을 창공에 걸어두시고
들의 꽃들을 철마다 피게 하시는 분
깊이 바라보지 않으면 느낄
수 가 없다.
그리움과 그리움이 만나
원천의 그리움 속에 둥지를 틀면
너와 나 사이에 거리가 없어지고
오직 하나
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