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저는 성 프란치스코 대축일 강론의 주제로
<성 프란치스코와 평화>를 잡았는데 생각해보니
그간 저는 한 번도 이 주제로 축일 강론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평화의 사도라 불리고
아시시에서 세계종교 지도자들이 평화회의를 여러 차례 했고
올해에도 했음에도 그간 평화를 주제로 축일에 강론치 않았는데
왜 지금 와서 평화를 주제로 강론을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제가 지금 제주 강정마을 평화 센터의
개원 1주년 세미나 강의를 위해 와 있기 때이기도 하지만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이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이기 때문이지요.
그렇습니다.
평화란 것이 본래 세상이 평화로울 때는 얘기되지 않다가
평화가 위협받거나 전쟁이 일어나고 나서야 얘기되는 거지요.
그러니 지금 평화가 많이 논의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국내적으로도 북한의 핵위협과 사드나 강정마을 등의 문제로
평화가 위험에 처해 있음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평화란 평화의 의지가 없으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위협받고
너무도 쉽게 깨지기 쉬운 것입니다.
평화의 의지가 없으면 우리 안에 전쟁의 의지가 늘 차있기에
아주 사소한 이유로도 평화는 위협받고 전쟁은 일어나게끔 되어있습니다.
프란치스코 당시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은 성지를 가지고 전쟁을 했습니다.
이슬람이 성지를 점령하자 성지를 탈환하기 위해서
그리스도교 나라들이 십자군 전쟁을 일으킨 것인데
주님의 성지를 탈환하고 보호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주님의 뜻이고, 하느님의 뜻이었겠습니까?
사랑과 평화의 가르침을 주님으로부터 받은 그리스도교가
거룩한 이유를 내걸고 전쟁을 벌인 것이고,
지금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도 지하드라는 명분하에 성전을 벌입니다.
그런데 십자군 전쟁이 한창일 때 프란치스코는 이슬람 술탄을 찾아갑니다.
그는 자신이 ‘높으신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 또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절’로 여기에 왔다고 하며
아주 열정적으로 하느님에 대해서 얘기를 하였고 술탄을 감동을 받습니다.
그래서 술탄은 순교를 각오한 프란치스코를 돌려보내며 선물을 주었고,
프란치스코는 돌아오면서 매일 동쪽을 보며 다섯 번 기도하도록 초대하는
무에진이라는 이슬람의 좋은 기도전통을 배워옵니다.
이것은 후일 프란치스칸들에 의해 삼종기도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런 프란치스코에게서 우리는 십자군의 전쟁의지에 반하는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의지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평화를 위해 모든 사람을 형제로 보는 법을
프란치스코로부터 배워야 할 것입니다.
모든 다툼과 전쟁은 상대를 악으로 보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너는 악이고 나는 선이라고 하는 것이며
악이기에 너는 제거되어야 하며 제거하기 위해서 전쟁을 벌인다는 것입니다.
너는 악이고 나는 선이라는 이런 이분법적인 생각은
모든 근본주의에서 발견되는 것입니다.
10여 년 전 미국 대통령 부시가 북한과 이란을 ‘악의 축’이며
그래서 이 두 나라를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책을 폈는데
이 부시라는 사람이 바로 개신교 근본주의자였지요.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과 이 정권을 지탱하는 사람들도
근본주의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자기들을 반대하는 사람과 주장은 다 빨갱이로 몰아
북한의 김정은 정권과 함께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당시의 십자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우리 교회는 이슬람을 ‘악의 화신’이요 ‘짐승’, ‘적그리스도’라고 여겼고
십자군 전쟁은 이런 적에게 뺏긴 성지를 순례하는 거라고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는 그렇게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하느님의 자녀이고,
그래서 원수가 아니라 형제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보면 나와 다르면 악이고
나를 반대하면 더더욱 악이고 원수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중심으로 보면 나와 다름은 <다른 선>이고,
나를 반대한다 하여 그가 악일 수는 없고 여전히 형제입니다.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지은 주의 기도문에서 저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형제를 악으로 보는 악에서 저희를 구하소서.”
하느님과 하느님의 선을 반대하는 것이 악이지
나와 다르거나 나를 반대하는 것이 악은 아니지요.
하느님의 선들을 악으로 보는 내가 오히려 악인 거지요.
프란치스코 축일을 맞은 오늘 우리는
평화의지가 없으면 언제든지 전쟁의지가 설치게 됨을 경계하고,
우리 안에는 선을 악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음을 직시하며
프란치스코의 평화의지와 형제애로 이것들을 극복해야겠습니다.
하느님과 하느님의 선을 반대하는 것이 악이지
나와 다르거나 나를 반대하는 것이 악은 아니지요.
하느님의 선들을 악으로 보는 내가 오히려 악인오로 보지않도록 지혜를 풍성히 내러주소서
저는 지금 제주 강정에 있는데 오늘과 내일 강정 마을 평화 센터 개원 1주년 세미나를 합니다. 여기에서 제가 특강을 해야 하는데 이 강의 준비와 발표 관계로 혹시 내일 강론을 못 올릴지 모르겠습니다. 내일 강론이 없으면 이런 이유 때문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