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오늘 주님의 말씀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집사가 불의하였지만 불의가 탄로 난 뒤에는 그 대처를 영리하게 하였다.
그러니까 오늘 비유의 집사는 <불의한 집사>이자 <영리한 집사>입니다.
이런 집사는 요즘 우리가 역력히 보고 있는 대통령 이하 정치권의 사람들,
곧 불의한데다가 멍청하기까지 한 집사들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고,
그래서 주님께서는 이런 집사를 칭찬한 것입니다.
우선 집사의 불의함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주님께서는 비유에서 집사가 불의한 이유가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여기서 우리는 즉시 주인의 재산이 무엇이고,
재산을 낭비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뜻일까 생각게 됩니다.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에 대해 얘기하는 또 다른 비유(12장)에서 집사란
주인의 종들을 맡아 제 때에 정해진 양식을 나눠주는 자이며
그렇게 할 경우 주인이 재산을 맡기는데 불충실한 집사는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술이나 먹고 하인들을 두들겨 패는 집사를 말합니다.
여기에서 재산은 분명히 종들에게 먹일 양식입니다.
그리고 이 때에 양식은 주님의 기도에서 가르쳐주시듯 일용할 양식입니다.
이 기도를 바치면서 우리는 내게만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하지 않고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십사 하고 기도하는데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양식을 집사가 자기 혼자 가로채어
제 배만 불리면 그것이 불충실한 집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비유에서 하느님의 재산은 재물만을 뜻하지 않고,
제 생각에 하느님의 은총이나 사랑과 같이 무형의 것도 포함됩니다.
그러니까 하느님의 재산이란 재물은 물론 갖가지 은총이나 은사들,
사랑을 비롯한 많은 덕들과 심지어 하느님께서 주신 능력들까지입니다.
이런 것은 자기만을 위해 쓰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또 다른 자녀들과 나누라고 주신 것인데
자신이 집사라는 것을 망각하고 나누지 않을 때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집사의 불의함은 하느님 재산을 자기만을 위해 쓰는 것뿐 아니라
이웃과 나누지 않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것을 하느님 뜻대로가 아니라
내 거 내 마음대로 하는데 무슨 잘못이냐는 태도입니다.
이제 집사의 영리함을 보겠습니다.
집사는 한 때 불의했습니다.
그러나 주인이 불러서 그 잘못을 지적하자 즉시 깨닫습니다.
자기는 집사일 뿐인데 주인 노릇을 하였음을 깨닫고,
즉시 주인의 뜻대로 주인 재산을 나눠줘야 함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주인의 재산을 가지고 종들에게 나눠줍니다.
말하자면 주인 재산을 가지고 선심을 쓰는 거지요.
사실 우리의 사랑이라는 것이 다 이런 것입니다.
주인의 재산을 가지고 선심 쓰는 것.
하느님의 사랑을 가지고 사랑하고,
하느님께서 주신 능력을 가지고 봉사하고,
하느님께서 주신 은사들을 사람들을 위해 쓰는 것입니다.
이것을 다시 한 번 묵상하고 영리한 집사 되기로 결심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