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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님께서는 당신께 자비를 청하는 소경에게

당신이 무엇을 해주기를 원하는지 물으십니다.

그런데 그가 바라는 자비는 다시 보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태생소경이 아니었고 다시 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오늘 묵시록에서 주님은 에페소 교회를 나무라십니다.

너에게 나무랄 것이 있다. 너는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저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어디에서 추락했는지 생각해 내어 회개하고,

처음에 하던 일들을 다시 하여라.”

 

그래서 나는 주님께 무슨 자비를 청할까,

내가 청할 자비는 무엇일까 생각해봤는데

복음과 독서에서 두 단어를 따왔습니다.

<다시><처음>이고, 합치면 <다시 처음처럼>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 청해야 할 자비는 <다시 처음처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처음에는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것,

그것을 다시 찾는 것이고,

그러니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잃어버린 좋은 것이겠지요.

 

처음에는 지녔던 잃어버린 좋은 것이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옛날 또는 처음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면

즉시 <순수>를 떠올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 그때가 지금보다 순수했는지 모르겠고,

반대로 지금이 그때보다 더 불순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욕심으로 치면 그때가 훨씬 더 많았던 것 같고

지금은 오히려 많은 욕심을 내려놔서 그때와 비교하면

더 순수해졌고 적어도 그때보다 훨씬 단순해졌습니다.

 

그러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 처음은 언제이고, 무엇입니까?

제 생각에 그것은 초등학교 그 어린아이 때가 아니라

수도생활을 처음 시작하였을 때이고, 그때의 열정과 사랑입니다.

 

그때 저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욕심이라는 불순물은 많았어도

이상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고 온 인류를 사랑하고픈 욕심도 있었습니다.

 

오늘 묵시록의 주님도 에페소에 대해서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저버렸다고, 잃어버렸다고 나무라십니다.

 

제가 고백성사를 주며 해주는 훈계는 다시 사랑하자는 것이고,

어제도 본당에서 고백성사를 주며 같은 훈계를 해드렸습니다.

 

그러니 오늘 제가 찾아야 할 것은

처음에 지녔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그 열정과 사랑이고,

오늘 제가 해야 할 회개도 처음처럼 다시 사랑하는 것,

처음의 열정과 사랑을 다시 찾는 것일 겁니다.

 

그래서 오늘 강론은 언젠가 어떤 분이 제게 보내주신

<초심>이라는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칠까 합니다.

 

초심은 사랑과 같아서

날마다 가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랑은 전등이 아니라 촛불과 같습니다.

전등은 가꾸지 않아도 되지만

촛불은 가꾸지 않으면 쉽게 꺼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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